오피니언 완결 병영칼럼

[강왕구 병영칼럼] 영원한 비행을 가능케 할 태양광 무인항공기

입력 2020. 09. 17   14:44
업데이트 2020. 09. 17   14:49
0 댓글


강왕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무인이동체 사업단장
강왕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무인이동체 사업단장


라이트 형제는 1903년 12월 17일 인류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12마력의 엔진을 장착한 복엽기를 타고 오빌 라이트는 59초 동안 256m를 날았습니다.

이날은 인류 역사에서 꼭 기억되는 의미 깊은 날입니다. 하지만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는 실용적이지 못했습니다. 비행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입니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제작하던 시기에는 강력하고 효율 높은 엔진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후 수많은 개발자가 좀 더 오래 나는 비행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1909년 프랑스의 루이 블레리오는 자신이 개발한 비행기로 도버 해협을 건너는 데 성공합니다. 블레리오는 이날 약 36분30초 비행해, 35㎞가량의 폭을 가진 도버해협을 건넌 최초의 조종사가 됐습니다.

그후 수많은 항공공학자와 모험적인 조종사들은 더 멀리 더 오랫동안 날 수 있는 비행기에 도전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제트기 시대가 도래하자 인류는 세계 어느 지역이든 한번에 비행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현재까지 조종사가 탑승하고 재급유 없이 가장 오랫동안 비행한 기록은 1986년에 루탄 보이저호가 세운 9일하고도 3분 44초입니다. 장기비행을 목표로 설계된 이 비행기는 두 명의 조종사가 탑승해 교대로 조종하며 세계 일주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인류의 비행 기록은 새들에 비하면 그리 특별하지 않습니다. 유럽에서 서식하는 고산칼새는 10개월 동안 지상에 착륙하지 않고 남아프리카로 비행한다고 합니다. 고산칼새는 배가 고프면 지상 근처로 내려와 곤충을 잡아먹고는 다시 고도를 높여 비행을 계속합니다. 고산칼새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대형 독수리인 콘도르 또한 아주 장기간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데스 산맥에 거주하는 이 새들은 250시간 동안 쉬지 않고 비행합니다. 이들이 장기 비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상승기류를 이용해 고도를 높이고 이후 활강을 통해 나는 고도의 비행 기술을 익혔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 비행하는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조종사입니다. 좁은 공간에 갇혀 식사하고 대소변을 가려야 하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이는 아주 고도로 훈련된 조종사들에게도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드론으로 장기간 비행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태양전지와 이차전지가 탑재된 무인항공기로 53시간 연속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낮에는 날개에 부착된 태양전지로 얻은 전기로 비행하고, 남은 전기를 배터리에 충전해 야간 비행에 사용합니다. 항우연은 이후 자체개발한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에 국내기업이 개발한 리튬-황 배터리를 탑재해 고도 22㎞까지 비행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저장할 수 있는 전기의 양이 두 배 이상인 리튬-황 배터리를 사용했기에 가능한 기록입니다.

항우연에 따르면 이번 비행에 사용된 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면, 한 달 이상의 장기 체공이 가능한 고고도 태양광 무인기 개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 달 이상을 성층권에 체공하는 무인기는 아주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지상의 교통 흐름을 관측하고, 넓은 바다의 밀입국선을 감시하며, 또 장마 기간에는 집중호우를 사전에 예보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군사적으로도 적의 은밀한 움직임을 공중에서 장기간 관찰하는 데 사용될 수 있기도 하고요.

아주 오랫동안 비행할 수 있는 기술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이러한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국내 연구진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