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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현 병영칼럼] 코로나 앵그리, 그 너머 우리의 마음 바라보기

입력 2020. 09. 16   15:50
업데이트 2020. 09. 1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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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창 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장 창 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19의 감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있었던 여러 집회 소식으로 우리의 마음이 답답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 이후 일일 확진자 수가 다시 100명대로 떨어지는 추세입니다. 이번 주 초부터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낮춰 시행 중입니다.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지속되면서 ‘코로나 우울’이라는 표현이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요즘에는 ‘코로나 앵그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아마도 ‘코로나 우울’, ‘코로나 앵그리’ 같은 이름은 감정을 정의하고자 하는, 불확실한 것을 확실한 모양으로 규정짓고자 하는 인간의 속성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표현들이 서구 사회에서는 쓰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확진자가 2만2000여 명이고 사망자는 360여 명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일일 확진자가 4만 명이고, 전체 확진자는 630만 명, 사망자는 19만 명이 넘습니다. 미국의 상황은 코로나로 우울하고 화가 난다고 얘기할 정도가 아닌, 당장 생존을 위협하는 두려움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상태가 낫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슬픔, 염려, 걱정, 분노와 같은 감정을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코로나 우울’은 ‘코로나 블루’라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이는 임신 우울증을 뜻하는 ‘마터널 블루(maternal blue)’에서 빌려온 표현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마터널 블루’를 경험하는 당사자를 진료실에서 만나는 장면에서 우리는 힌트를 얻을 수 있겠습니다. “아, 임신 우울증이시군요”하고 진료를 마치지 않지요. 정신과 의사는 산모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마음이 힘들었는지 귀를 기울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코로나 앵그리’를 마주할 때도 “아, 그거 코로나 앵그리네” 하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분노의 감정 이면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마음의 불안이 자극되면 투쟁도피 반응이 나타납니다. 신체적·심리적 긴장도가 높아지고 화를 내기 좋은 상태가 됩니다.

불안은 그 대상이 명확하지 않지만, 화는 대상이 있습니다. 불안을 감당하기 위해 우리 안에서 대상을 찾고 분노를 내지르는지도 모릅니다. 화가 난 이유에 대해서 잠깐 멈춰 담담하게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마음 챙김입니다. 우리의 스트레스는 상당 부분 통제 가능성에 영향을 받습니다. 코로나19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100% 막을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불필요한 감정의 반응성을 떨어뜨리고 화를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잠시 하던 것을 멈추고 ‘바로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 감정에 대해 적어봐도 좋습니다. 감정에 대해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마음 챙김을 바로 실천하는 데 효과적인 것 중 하나는 ‘호흡에 집중하기’입니다. 몸에서 일어나는 자율 작용 중에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호흡입니다. 깊고 느린 호흡을 규칙적으로 연습하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습관으로 뇌의 선조체에 새겨집니다. 허리를 곧게 펴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1분 동안 깊게 코로 들이쉬고 길게 입으로 내쉬어보세요. 눈을 감아도 좋습니다.

그러면 점차 차분해지는 우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하루 한 번 나만의 장소에서 ‘마음 챙김 호흡법’을 실천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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