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람 대부분이 아는 그 이름 ‘윤창호’. ‘윤창호법’으로 잘 알려진 윤창호 씨는 2018년 9월 군대에서 마지막 휴가를 나왔다가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졌다. 이것이 국민의 공분을 사서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으로 이뤄진 법이 윤창호법이다. 이전에는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냈더라도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었지만 윤창호법이 생기면서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강화됐고, 사망 사고가 아니더라도 이전보다 처벌 수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윤창호 씨가 기억에 많이 남은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바로 군인이었기 때문이다.
군인이기 이전에 꿈도 많았을 20대 청년이 그렇게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것에 화가 나고 슬펐다. 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몇 년 지내면서 20대 청년들과 오래도록 마주하고 살아서 좀 더 애틋했을 수도 있다. 수업을 듣던 학생들 중 몇 명은 입대 인사를 하러 왔다. 그 학생들이 휴가 나오면 맛있는 걸 사주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덧(본인은 시간이 더뎠겠지만) 제대를 하고 복학까지 해서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무사히 돌아왔구나 싶어 마음이 놓이곤 했다.
집안에 전사자가 두 분이나 있어서 그 그늘이 어떤지는 어린 마음으로도 어렴풋하게 겪었다. 큰아버지를 잃은 할머니는 그 충격으로 한쪽 눈을 영원히 보지 못하셨고 외삼촌을 잃은 외할아버지는 충격으로 한동안 말을 잃으셨다. 그래서 오빠나 삼촌을 군대로 보내면서 고개 돌려 울던 할머니와 엄마의 모습도 기억나고 그저 무사히, 몸 성히 다녀오라는 기원이 얼마나 절실한지 잘 안다. 아마도 몇 년 뒤 나도 내 아들에게 이런 기원을 하고 있을 터다.
얼마 전 또 음주운전 사고가 있었다. 우리가 자주 마주치는 보통의 이웃인 ‘치킨집 사장님’이 치킨을 배달하다 음주운전 사고로 귀한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 배달대행 업체를 쓰지 않고 직접 배달을 나갔다가 이런 참변을 당했다고 한다.
치킨이 배달되지 않자 사정을 알지 못했던 구매자는 치킨이 오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고인의 딸이 아버지가 치킨을 배달하다 사고로 돌아가셨다며 미안하다는 답신을 적어놓아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이 음주운전 사고의 가해자는 ‘윤창호법’에 따라 구속됐고, 음주운전을 방조한 동승자도 처벌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음주운전은 운전 행위가 아니라 ‘살인 행위’라 여기고 있다. 실제로 윤창호법이 시행된 이후 음주운전이 많이 감소했다던데 근래 코로나19로 음주운전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코로나19로 업장 운영이 어려워진 식음료점들이 너나없이 배달에 뛰어들고 있다. 거리에는 쉴 새 없이 배달 오토바이가 달린다.
올해처럼 비가 잦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 많으면 배달은 위험한 일이 되기도 한다. 20대 남자 청년들이 많이 뛰어드는 아르바이트도 배달이다. 군 제대하고 복학 전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인 경우도 있고, 취업준비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하기도 한다.
아무리 조심하려 애를 써도 크고 작은 사고가 나곤 하는 일인데, 하물며 음주운전으로 생명을 앗아갔으니 용서할 수 없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장병들도 입대 전에 오토바이 배달을 해봤을 수도 있고 또 제대 후 종사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만큼 우리의 평범하고 귀한 이웃들이 성실하게 이 일을 하고 있다. 배달 오토바이가 달리고 있다면 누군가의 빛나는 인생도 함께 달리고 있다. 귀하고 조심스럽게 대할 이유도, 스스로 조심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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