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완결 한주를열며

[류지현 한 주를 열며] 장마철에 어김없는 사랑의 손길

입력 2020. 08. 21   16:50
업데이트 2020. 08. 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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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지 현 
유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즈연구소 대표
류 지 현 유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션즈연구소 대표


몇 주간 무던히도 쏟아진 장맛비. 한국에 이처럼 많은 비가, 이렇게나 여러 날 온 때가 있었을까 싶을 만큼 올해 장마는 유난히 길었다. 50일 넘게 기록적 폭우가 이어졌다. 전국에 ‘물 폭탄’이 연일 터지며 곳곳에서 물난리와 산사태를 일으켜 7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직접적인 수해로 목숨을 잃고, 농토와 집·가게가 물에 잠기고, 축사가 무너지는 등 수마가 할퀸 아픔이 잇따랐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에 닥친 수해라 설상가상이었다.

수년 전 SBS 아나운서 초년병 시절, 수해 지역 현장 취재 리포트를 맡아 경기도의 한 마을로 달려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비교적 아침 일찍 서둘렀는데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찾아온 봉사자들로 이미 현장은 인산인해였다. 이런 봉사가 몸에 밴 분들은 바로 앞치마를 두르고 산더미 같은 흙에 묻힌 그릇 하나라도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찾고, 닦고, 나르며 이재민과 고통을 나눴다.

리포트를 하기 위해 갔지만, 도저히 마이크만 들고 있을 수 없어서 나 또한 어느새 봉사자들 옆에 주저앉아 일손을 도왔다. 집 안의 물은 퍼도 퍼도 그대로고, 부서지고 쌓인 가구와 생활용품들은 여러 사람이 매달려도 언제 제 모습을 갖출지 까마득해 보였다. 그러다 인근 부대의 군 인력이 힘을 보태자 복구 작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구멍 난 독에 물 붓기’만 같던 일이 조금씩 해결돼 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로부터 많은 해가 지났지만, 올해 역시 수해 현장으로 달려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수재민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분들이 바로 군인들이다. 이달 들어 국방일보에도 거의 매일 여러 지면에 피해 복구에 나선 군의 소식이 실리고 있다.

군(軍)은 6·25 전쟁, 연평해전과 같은 전장은 물론 재해 현장에서도 나라와 국민을 구하는 행진을 계속해 왔다. 초등학교 때 ‘늘 우리를 지키느라 수고 많으신 군인 아저씨~’ 라고 위문편지를 쓴 적이 있다. 이제 그 군인 아저씨들의 나이를 훌쩍 넘은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군에서 헌신하는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위험은 늘 잠재돼 있다. 하지만 전방에서 후방에서 불시에 찾아올 수 있는 위험과 재해에 대비해 오늘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이 있다는 믿음은 국민에겐 든든한 ‘빽’이다. 자의든 의무든 희생과 헌신의 자리에 늘 앞장서는 군 장병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싶은 마음으로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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