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명

오늘의 전체기사

2020.09.19 (토)

HOME > 기획 > 군사 > 우명소 시즌2

“저는 육군예비군훈련대 첫 여성 전문교관입니다”

김상윤 기사입력 2020. 08. 11   16:01 최종수정 2020. 08. 11   16:13

육군56사단 비룡연대 금곡예비군훈련대 하주영 전문교관

해병대 중사 전역 후 ‘제2의 군 생활’
동료 교관과 ‘금곡STC’ 팀 결성
대한민국 심폐소생술 경연대회 출전
우승 영예…국무총리상 수상
구급법 분야 실력·전문성 입증 


10일 육군56사단 비룡연대 금곡예비군훈련대 하주영(군무주무관) 전문교관이 구급법 연구강의 시연을 하고 있다.

귀신 잡는 해병대 중사를 거쳐 육군예비군훈련대 최초의 여성 전문교관이 됐다. ‘대단하다’고 추켜세우니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친다. 그럴 땐 평범한 20대 또래 여성들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교관으로서 단상에 오르면 사람이 바뀐다. 강렬한 눈빛, 열정적인 자세, 숙달된 교수법으로 보는 이를 즉시 압도한다. “피나는 노력과 끝없는 도전 앞에 불가능은 없어요. 다음 목표는 훌륭한 교관으로 성장해 예비군 정예화의 선봉에 서는 것입니다.” 최근 ‘제9회 대한민국 심폐소생술 경연대회’에서 대상까지 거머쥔 육군56사단 비룡연대 금곡예비군훈련대 하주영(군무주무관) 전문교관의 당찬 포부다.


20살 인생의 첫 도전…해병대 하사

하주영 전문교관의 삶을 이야기할 때 ‘도전’이란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가 인생의 첫 도전을 시작한 시기는 스무 살 무렵이다. 한창 꽃다운 나이에 진학을 포기하고 군인이 되겠다 결심한 것. 해병대에 입대한 그는 건장한 남자들도 힘들어하는 강한 훈련을 이겨내고 당당히 하사 계급장을 단다. 굳이 고되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학창시절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운동을 좋아했어요. 체대 입시를 준비하다가 군대로 방향을 틀었죠. 굳이 가장 힘든 해병대를 고른 이유는 제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것에 도전해 반드시 넘어서고 싶었죠.”

군대는 그를 크게 성장시켰다. 먼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는 악바리 정신을 배웠다. 또한 가녀린 체구로도 체력검정에서 항상 특급을 따내는 강한 체력을 배양했다. 무엇보다도 군 생활을 통해 알게 된 좋은 선후배 간부들은 이후 하 교관의 인생에 큰 자산이 됐다. 7년여의 값진 군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중사로 전역한 하 교관은 자발적으로 퇴역이 아닌 예비역을 선택한다. 여군이 전역 이후 예비군 훈련 등의 의무가 있는 예비역을 택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은 편이다. 이 결단은 또 한 번의 기회가 되어 그를 찾아온다. 현역 시절 상급자였던 간부의 조언에 따라 예비역 신분에게만 열려 있는 예비군 전문교관 시험에 도전하게 됐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어렵게 합격의 기쁨을 누리게 됐습니다. 그러나 다시 군복을 입게 된 것에 그저 만족할 수는 없었어요. 훈련대 교관 중 가장 어린 첫 여성 전문교관으로서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금곡예비군훈련대 신종현·이재훈·하주영(왼쪽부터) 전문교관이 국무총리상장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올해 1월 임용 후 교범·과목 연구에 매진

하 교관은 올해 1월 1일부로 금곡예비군훈련대에 임용돼 제2의 군 생활을 시작한다. 나이 어린 여성 전문교관이라는 색안경을 실력으로 깨트리고 싶었던 그는 다시 한 번 이를 악물고 교범 탐독과 담당 과목 연구에 매진하며 자신을 갈고닦는다. 또한 능동적으로 선배 교관들을 찾아다니며 궁금한 부분에 대해 묻고 조언을 구했다. 그 결과 하 교관은 지난 5월 부대가 전문교관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연구강의 경연대회’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한다.

“부족한 만큼 두 배, 세 배로 노력해야 한다는 각오로 무엇이든 열심히 했습니다. 언제나 따뜻한 조언과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 동료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아직 미숙한 제가 잘 해 나갈 수 있는 것은 다 이들의 덕분입니다.”

슈퍼 루키의 돌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하 교관은 동료 교관인 신종현·이재훈 교관과 함께 ‘금곡STC(Scientific Training Center)’란 팀을 꾸려 최근 열린 ‘제9회 대한민국 심폐소생술 경연대회’에 출전한다. 처음엔 코로나19로 예비군훈련이 연기된 상황에서 훈련대를 더 많은 국민께 알리고 싶다는 취지로 대회에 참가했다.

그런데 경기 북부 예선 1위를 기록하고 전국 대회 진출권을 따내자 또 다른 욕심이 생겼다. 연간 약 27만여 명의 예비군들의 훈련을 전담하는 전문교관으로서 구급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멋지게 증명하고 싶었던 것. 개인과 부대의 명예를 걸고 한 달 동안 피나는 연습을 한 금곡STC는 전국 대회에서도 우승, 지난 5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영예의 대상인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훈련은 실전같이, 실전은 훈련같이 연습해온 결과죠. 저보다는 함께 팀을 이룬 신종현·이재훈 교관의 공이 컸어요. 앞으로 예비군과 장병들에게 전문적인 구급법, 심폐소생술 교육을 지속해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금곡STC의 우승은 우리 군과 부대 차원에서 큰 자랑거리임은 물론이고, 하 교관 개인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자신이 담당하는 구급법 분야에 대한 실력과 전문성을 입증하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문교관으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는 하 교관이다.

“제 능력을 스스로 평가하자면 아직 50점 정도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내일은 다를 겁니다. 100점 만점 교관으로 성장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할 겁니다. 이번 대회도 교관 능력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뜻깊게 생각해요.”


안전한 훈련·성과 있는 훈련에 혼신

‘금곡예비군훈련대’는 우리 군 최초로 구축된 ‘과학화 예비군 훈련대’로서 ‘스마트 과학화 예비군 훈련’의 표준을 제시하고 발전을 선도하는 부대다. 이런 금곡예비군훈련대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하 교관은 큰 자부심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다음 달이면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미뤄졌던 예비군 훈련이 시작됩니다. 예비군들 앞에 실제로 설 생각을 하니 설레면서도 떨리네요. 저를 포함한 모든 교관들이 조교들과 함께 훈련장은 물론이고 총기까지 하나하나 소독·방역하며 안전한 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철저한 방역과 준비를 통해 안전한 훈련, 성과 있는 훈련이 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글=김상윤/사진=조종원 기자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