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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날갯짓…태풍·홍수·눈사태까지 지구촌 영향

입력 2020. 08. 11   16:09
업데이트 2020. 08. 1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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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상이변 속출…한·중·일 기습 폭우의 경고
<2> 북극권 고온과 호주 폭염 그리고 대형 산불
<3> 기후변화가 만든 재앙 아프리카 메뚜기 떼 역습
<4/끝> 해수온도 상승이 만든 재앙들 


해수온도 차 벌어진 ‘다이폴’·급격한 바닷물 온도상승 ‘블롭’
동아프리카 폭우·소말리아 홍수·메뚜기 떼 번식 등 재앙 초래
전 세계 코로나 극복 경기부양…그린뉴딜로 방향 정해 다행



“오늘날 기후변화로 해수온도가 상승하면서 해양은 점점 더 산성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생물 다양성의 감소와 함께 바다식량 생산이 줄어들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이 올해 6월 8일 ‘세계 해양의 날’에 발표한 메시지이다. 그는 바다가 인류활동으로 인한 폭염으로 끓어오르고 있다면서 바다가 기후조절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기온상승이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폭염은 지구촌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만든다. 그리고 다음이 홍수나 태풍 등이다. 그런데 바로 홍수나 태풍의 위력에 영향을 주는 것이 해수온도다.

해수온도가 높아지면 태풍의 위력은 증가하고 강수량을 증가시켜 홍수 피해가 커진다. 지구 전체의 해수온도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상적으로 한 해양에서 해수온도 급상승이 나타날 때가 있다. 이런 온도 급상승은 재앙을 부른다.



아시아에 대재앙 가져온 인도양 다이폴

‘한국 서울에서의 나비 날갯짓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 폭풍을 가져온다’는 말이 있다. 조그만 나비 날갯짓과 지구 반대편의 폭풍은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조그만 날갯짓으로 인한 영향이 점점 커져 결국 지구 반대편에 폭풍을 가져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과학에서는 나비이론이라고 부른다. 별 상관없어 보이는 현상이 작년 말부터 올해 봄까지 전 세계에 재앙을 가져왔다. 바로 바다의 날갯짓이라고 부르는 해수의 이상고온현상이다.

인도양의 동쪽과 서쪽 바다의 해수온도 차이로 발생하는 현상을 ‘다이폴(dipole)’이라고 부른다. 다이폴은 쌍극자로 해석되며 사전에서는 작은 자석과 같이 양과 음의 자극 또는 전극이 서로 마주 대하고 있는 물체로 풀이한다. 인도양에서 다이폴이라 명명된 것은 인도양을 두고 서쪽과 동쪽의 해수온도가 대조적으로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인도양 서쪽 해상은 해수온도가 평년보다 이례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동쪽 인도양은 평년보다 해수온도가 이례적으로 낮았다. 이렇게 인도의 옆 대양인 서인도양과 동인도양의 해수온도 차이가 커지는 것을 다이폴 현상이라 부른다. 다이폴은 16년에 한 번 나타나는데 작년 말에 인도양 동쪽과 서쪽 해수온도 차이가 2℃가량 벌어진 극심한 수온 차이를 보였다.

인도양에 ‘다이폴’이 발생하면 인도양 서쪽 해상과 동아프리카와 중동의 남쪽인 오만, 예멘지역으로 저압부가 된다. 그러면 이곳에는 많은 비가 내린다. 가뭄으로 시달리던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홍수가 발생해 수십 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사막메뚜기가 엄청난 번식을 시작했다. 남예멘과 오만에서 번식한 대규모 메뚜기 떼가 동아프리카로 넘어갔고 일부는 파키스탄, 인도까지 이동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이 메뚜기 떼는 세계식량기구와 각 나라들이 퇴치 작전을 벌였지만 현재까지 진행 중일 정도로 엄청나다.

인도양 ‘다이폴’은 높은 해수온도로 인해 남유럽의 고온현상을 불렀고 이 고온은 편서풍을 타고 중국과 우리나라로 유입됐다. 작년 12월부터 올 2월까지 우리나라 겨울이 이례적으로 따뜻했던 이유다. 또한 인도양 다이폴은 인도몬순을 활성화해 파키스탄과 인도북부, 히말라야지역으로 많은 비와 눈을 내렸다. 이 지역은 겨울에는 눈비가 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평년보다 2배에서 80배까지 많은 눈비가 내렸다. 올해 초에 네팔 안나푸르나에서 등정하던 한국인 교사 4명이 눈사태로 실종된 비극이 발생했다. 교사들은 눈사태가 가장 적은 계절을 택했지만 인도양 ‘다이폴’로 만들어진 많은 눈으로 산사태가 발생해 참사를 당한 것이었다.

인도양 ‘다이폴’은 호주의 대형 산불에 기름을 부었다. ‘다이폴’은 인도양 서쪽지역으로는 저압부를 만들지만 그 서쪽으로 해수온도가 낮은 쪽으로는 고압부를 만든다. 인도양의 동쪽에 위치한 동남아시아와 호주에는 고압부가 만들어졌고 호주에는 이례적인 폭염과 함께 가뭄이 오면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올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도 인도양 ‘다이폴’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겨울철 이상고온현상으로 박쥐생태계에 변화를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서부해역에 재앙을 가져온 ‘블롭’

‘엘니뇨’나 ‘인도양 다이폴’에 비해 이름이 붙여진 지 겨우 6년밖에 되지 않은 바닷물 온도 상승 현상이 있다. 블롭(Blob)이라는 기괴한 해양현상이다. 2014년부터 2016년 사이에 미국 서부 해안에서 광범위한 지역의 바닷물이 급격하게 뜨거워졌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이 기괴하다고 해서 ‘블롭’이라 이름 붙였다. ‘블롭’은 프랑스 파리 동물원에서 발견한 생명체다. 이 생명체는 단세포 유기체로, 점액질 형태로 동물처럼 움직이고 뇌가 없지만 인간처럼 판단력을 갖고 있으며, 눈이나 입, 코, 소화기관이 없는데도 음식을 실제로 먹고 소화한다. 팔다리가 없는데 자유자재로 몸을 넓히며 이동한다. 뇌도 없는데 생각하고, 소화기관도 없는데 음식을 먹다 보니 우리가 생각해 온 생명체의 개념을 파괴하는 정말 기괴한 존재이다.

과학자들이 미 서부 해안의 급격한 바닷물 온도상승을 ‘블롭’이라 부른 것은 기괴한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에서 동물성 플랑크톤, 물고기, 대구를 포함해 고래와 같은 대형 해양동물에 이르기까지 먹이사슬의 모든 단계에서 수많은 해양 생물이 죽어갔다. 치누크 연어 알의 95% 이상이 죽었고, 물고기를 먹고 사는 바다사자 떼와 바닷새 100만 마리도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갔다. 2015년 초에 미 서부 북쪽 워싱턴 주는 조개 캐는 것을 금지했다. 독성이 심한 녹조 때문이었다. ‘블롭’은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기괴한 괴물이었다.

바다온도가 올라가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발생한다. 세계기상기구는 2019년이 지구관측 사상 바닷물 온도가 가장 높이 올라간 해였다고 발표했다. 이젠 매년 심각할 정도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블롭’ 같은 재앙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코로나19 극복 경기부양을 그린뉴딜로 방향을 정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반 기 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반 기 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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