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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어 북극권까지…전 세계 대형 산불 몸살

입력 2020. 08. 09   16:07
업데이트 2020. 08. 0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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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상이변 속출…한·중·일 기습 폭우의 경고

<2> 북극권 고온과 호주 폭염 그리고 대형산불

<3> 기후변화가 만든 재앙 아프리카 메뚜기 떼 역습

<4> 해수 온도 상승이 만든 재앙들 


 
시드니 올 1월 최고 기온 48.9℃ 사상 최고치… 산불 확산 부채질
시베리아 올여름 기온 평년보다 10℃ 이상↑… 북극도 역대 최고
인류가 초래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과 가뭄, 대형 산불 원인


“세계에서 조림에 가장 성공한 나라는?” 세계적인 산림전문가들은 대개 한국과 이스라엘을 꼽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나라인데도 북한과 비교하면 천국과 지옥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다. 산림이 풍부하다 보니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북한에 비해 남한이 훨씬 적고 생활환경도 우수하다. 그런데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산림이 매년 엄청나게 사라지고 있다. 최악의 산림파괴는 대형 산불이 주범이다. 우리나라는 동해안에 몇 년에 한 번 발생하는 대형 산불밖에 없기 때문인지 산불에 대한 경계심이 적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는 대형 산불로 몸살을 앓는다. 대형 산불은 매년 엄청난 숲이 사라지게 만든다. 대형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의 상승이다. 기온상승으로 눈이 더 일찍 녹게 되고 땅과 수목이 더 일찍 마르게 되면서 산불 발생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 기온상승이 악순환을 일으켜 연쇄반응으로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2020년 지구촌의 가장 큰 기상환경재앙이 호주와 북극권의 폭염과 대형 산불이다.



호주의 고온과 대형 산불

먼저 호주 산불을 보자. 2019년 9월부터 시작한 호주 산불은 2020년 1월에 절정을 보이면서 최악의 대형 산불로 기록되었다. 호주의 대형 산불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과 가뭄 때문이었다. 2020년 1월 산불이 크게 번진 데는 호주의 역대급 폭염이 있었다. 시드니 서부 팬리스 지역은 1월 4일 섭씨 48.9℃의 폭염을 보이면서 시드니에서 기온을 측정하기 시작한 1939년 이래 가장 높았다. 호주 수도 캔버라도 이날 섭씨 44℃까지 오르면서 관측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호주 대륙 전체에 번져나간 대형 산불은 우주에서도 관측될 정도였다. 호주 기상국은 2020년 1월 9일 발간된 ‘2019년 연례 기후 성명’에서 ‘뉴사우스웨일스 지역은 가장 넓은 범위에 가장 긴 화재였고 연소된 총면적은 호주 동부의 단일 기록 화재 시즌 중 가장 넓다고 발표할 정도였다. 호주 산불을 잡은 것은 소방관의 진화가 아니라 폭우일 만큼 호주 전역이 산불로 덮였었다.

그렇다면 호주 대형 산불은 얼마 만큼의 피해를 가져왔을까? 호주의회가 2020년 3월 12일에 ‘2019-2020년 오스트레일리아 산불’을 편찬했다. 그 내용을 인용한다. 인명피해는 33명이었다고 스콧 모리슨 총리가 의회에서 증언했다. 호주 소방 및 비상 서비스 당국 협의회(AFAC)는 총 9명의 소방관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호주 전역에서 총 3094채의 주택이 불에 타서 소실되었다. 총 1700만 헥타르가 넘는 토지가 화재의 피해를 입었다. 뉴사우스웨일스와 퀸즐랜드의 블루 마운틴과 곤드와나 열대우림 등 세계문화유산이 훼손됐다.

대형 산불은 사람에게만 피해를 준 것이 아니었다. 동물들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뉴사우스웨일스주와 빅토리아주에서만도 10억 마리 이상의 포유류, 조류, 파충류가 죽었고 곤충 수천억 마리가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호주에 서식하는 코알라의 3분의 1 이상이 죽었는데, 코알라가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움직임이 느리고 이동을 싫어하는 습성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이번 산불의 직간접 피해로 12억5000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극권 고온과 대형 산불

호주보다 더 심각한 산불이 북극권에서 발생했다.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5월부터 시작된 대형 산불이 진화되지 못하고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호주가 이상폭염과 가뭄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것처럼 북극권 지역도 이상고온이 산불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7월 31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군도에 있는 북극의 가장 북쪽에 거주하는 롱이어바이엔은 7월 25일에 21.7℃의 기록적인 기온을 기록했는데 이 지역의 7월 평균기온인 5.9℃보다 무려 15.8℃나 높은 이상고온현상이었다. 이에 못지않은 곳이 북극권의 시베리아 지역이었다. 2020년 시베리아의 기온은 1월부터 6월까지 평균보다 5℃ 이상 높았고 6월에는 평균보다 10℃ 이상 높은 정말 이례적인 폭염이었다. 6월 20일 사람들이 사는 가장 추운 지역인 러시아의 베르호얀스크에서 38℃의 온도가 기록되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또다시 7월 19일부터 일주일간 시베리아 일부 지역의 기온이 다시 섭씨 30℃를 넘어섰다.

그럼 북극권의 이상고온 현상은 왜 일어났을까? 북극권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져 남북으로 길게 사행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북극권으로 중위도의 따뜻한 공기가 유입된 것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이다. 페테리 타알라스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북극은 기후변화로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가열되고 있으며, 이는 지역 인구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기후분석 연구단체인 세계기후특성(WWA)은 “시베리아 폭염과 북극의 역대 최고 기온은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니까 올해 북극권의 이상고온 현상은 기후변화가 가장 큰 원인인 것이다.

그런데 올해 북극권 지역도 호주와 마찬가지로 대형 산불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유럽의 센티넬 3호 위성사진으로 판단해보면 현재 북극권의 시베리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산불이 약 800㎞의 폭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은 북극 최북단의 북극해에서 8㎞도 안 되는 71.6N 지역까지 불태우고 있다고 한다.

시베리아의 산불은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진화가 어려운 실정인데, 야쿠티아 지방 사하 공화국과 크라스노야르스크주(州) 등 일부 연방주체(지방정부)는 자체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러시아 연방항공산림보호청 관계자는 “시베리아와 극동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인력 5419명, 장비 899개, 항공기 31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현재 136개 산불을 폭약이나 인공강우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진압하고 있지만 나머지 159개의 산불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속수무책이다”라고 밝혔다. 당분간 북극권 대형 산불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런 재앙은 호주와 북극 지역만의 문제일까? 해가 갈수록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는 매년 더 증가할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다.

반 기 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반 기 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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