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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흙탕물·젖은 살림…군, 팔 걷어붙였다

최한영

입력 2020. 08. 06   16:27
업데이트 2020. 08. 0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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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수기사 대민지원 르포 
 
마을 침수 현장 아찔했던 상황 그대로
“50년 살며 처음 겪어” 주민 망연자실
밀려드는 도움 요청…장병 ‘천군만마’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장병들이 6일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일대 집중호우 피해 지역을 찾아 복구 지원에 나섰다. 사진은  하천1리 경로당을 덮친 토사를 제거하는 장병들의 모습.   조용학 기자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장병들이 6일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일대 집중호우 피해 지역을 찾아 복구 지원에 나섰다. 사진은 하천1리 경로당을 덮친 토사를 제거하는 장병들의 모습. 조용학 기자

6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청평5리에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장병들이 모여들었다.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마을 주민들을 돕기 위해 나선 것. 쏟아지는 장대비에 인근 청평댐에서 방류하는 물까지 더해지며 불어난 조종천의 거센 물살이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듯했다.

“불어난 물, 허리 높이로 차올라”

가평군 일대에는 지난 주말부터 400㎜ 이상의 비가 쏟아지며 도로와 가옥이 침수되고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조종천에 인접한 청평5리 21가구도 직·간접적인 침수 피해를 봤다. 이강문 청평5리 이장은 “갑자기 불어난 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올랐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청평5리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하천1리 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지난 3일, 마을 위쪽 계곡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이 외길을 덮치고는 한동안 허리 높이까지 차올랐다. 집들과 건물 지하에 위치한 경로당이 흙탕물에 침수되면서 주민들이 위험에 처할 뻔했다. 마을 주민 이정종 씨는 “이곳에 산 지 50년이 넘었는데 처음 있는 일”이라며 “신발이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주우려 했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말리지 않았다면 물에 휩쓸릴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장병들, 방역 작업 병행하며 정리 구슬땀

“안에 있는 것부터 전부 꺼내.”, “못 조심하고, 고무장갑 끼고 해라.”

수해 현장에 도착한 장병들은 황망한 주민들의 표정을 보고는 누구랄 것도 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줄을 지어 집과 경로당 안에 있던 침대 매트리스와 가전제품, 물에 젖은 책, 장작더미를 끊임없이 빼냈다. 물건들을 도착한 트럭에 싣고, 집 안에 남은 흙탕물을 빼내는 과정도 반복했다. 피해 주민들은 짐을 나르고 집 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군인들 계시면 이것 좀 날라 주세요”, “저기 있는 가전제품 좀 가져다 주세요”라며 수시로 도움을 청했다. 요청을 받은 장병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일손을 거들었다. 혹시 모를 전염병 발생을 막기 위해 소독장비를 이용한 방역 작업도 병행했다.



피해 주민들, 장병들에게 감사 인사

수기사는 지난 5일부터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지역 주민들의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관내 곳곳에 장병 200여 명과 굴삭기·덤프트럭·살수차 등 장비 30여 대를 투입해 대민지원에 나서고 있다.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가구·상가 내 청소는 물론 세탁·건조 지원, 토사 제거, 도로 복구, 배수로 정비, 의료지원, 방역활동 등을 이어가고 있다. 기적대대 나윤호(대위) 3포대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군인의 사명”이라며 “피해를 본 지역 주민들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수기사의 전방위적인 지원에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강문 이장은 “천군만마를 얻었다. 필요한 때 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정종 씨도 “장병들 손을 붙잡고 고맙다고 했다. 고마운 마음에 커피도 타다 줬다”고 전했다.

수기사는 피해를 본 지역 주민들이 빠른 시간 내에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력해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류호주(중령) 군수참모는 “수해를 겪은 지역 주민들이 조금이나마 근심을 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복구 지원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최한영 기자 < visionchy@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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