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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軍 독자적 정찰 감시능력 혁신적 발전 기대

기사입력 2020. 07. 29   15:22 최종수정 2020. 07. 29   17:03

특별기고-한미 미사일 지침 4차 개정의 의미


한미 미사일 지침 4차 개정으로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완전히 해제됨에 따라 저위도 군사위성 발사가 활기를 띠는 등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사진은 한국군 첫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Anasis) 2호'를 실은 팰컨9 로켓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청와대는 28일 한미 미사일 지침 4차 개정에 한미가 합의함으로써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완전히 해제됐다고 밝혔다. 기존의 한미 미사일 지침은 일정 사거리 이상의 미사일에 고체연료 사용을 제한해 우주발사체 등 비군사 분야에서조차 이에 대한 연구, 개발, 활용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었다. 


미국이 일부 국가들과 시행하고 있는 미사일 지침은 기본적으로 국제 핵확산을 막기 위한 다양한 수단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한미 간에 지침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정부 당시 한국이 사거리 180km의 백곰 지대지 탄도 미사일 개발에 성공하면서부터다. 


당시 한국의 핵개발을 의심하던 미국은 기술지원 지속을 대가로 핵탄두의 운반 수단이 되는 미사일에 대해 ‘사거리 180km, 탄두 중량은 500kg의 제한을 둘 것’을 요구했고 한국이 이를 수락한 것이다. 180km의 사거리는 평양까지의 거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최소한의 대북 억제력을 갖기 위함이었다. 500kg의 중량은 당시로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핵탄두의 무게였는데 초강대국 수준의 소형화 기술을 갖지 못하는 한 미사일이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이후 세 차례의 개정 과정을 거쳤다. 먼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사거리를 300km로 늘리는 합의가 이뤄졌다. 


당시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로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했다. 300km는 다자적 국제 미사일 통제 체제인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기준과 일치하는 수준이다. 탄두 중량을 300kg으로 줄일 경우 사거리를 500km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방식’도 도입했다. 제2차 개정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이뤄졌다. 제2차 개정에서는 사거리 제한을 800km로 했다. 탄두 중량은 사거리를 제한할 경우 최대 2톤까지 늘릴 수 있었다. 즉 트레이드 오프 방식에 따라 사거리 500km 미사일의 경우 탄두 중량을 1톤까지, 300km는 2톤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탄두 중량 증대는 북한의 지하 벙커 등에 대한 공격력을 높이는 의미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9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3차 개정이 이뤄졌다. 이 개정에서는 미사일의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없앴다. 이로써 이론적으로는 탄두 중량을 무제한으로 늘릴 수 있게 돼 사실상 수천km를 넘어서는 사거리의 미사일 개발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탄두의 중량을 줄일 경우 이에 비례해 사거리가 늘기 때문이다. 


최근 문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 미사일 개발’ 성공을 축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개정의 결과였다. 문제는 고체연료 사용이다.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림에 따라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액체연료와 고체연료 탄도 미사일의 군사전략적 가치는 전혀 다르다. 액체연료의 경우 미리 주입해 둘 수 없고 발사 전 수십 분 동안 주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실시간 정찰 감시와 정밀 타격이 가능한 현대 전장에서는 치명적인 취약성을 갖는다. 전략적 억제력을 가질 수 있는 중거리 이상의 탄도 미사일은 사실상 유사시 즉각 발사할 수 있는 고체연료 발사체가 돼야 한다.  


우주발사체 개발에서도 고체연료는 가격이 싸고 추력이 높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사거리 800km 이상의 탄도 미사일 개발 및 보유를 금지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자체적인 우주발사체 개발과 활용에 큰 제약이 돼 왔던 것이다. 


이번 4차 개정으로 앞으로 고체연료 로켓 개발·활용 제한은 ‘군사용’에 한정됐다. 그 결과 앞으로 위성발사를 포함한 우주 발사체 개발에 고체연료와 액체연료, 양자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방식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일차적으로 큰 경제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청와대 발표와 같이 향후 유망 분야의 하나인 우주산업에 정부와 민간이 적극 참여해 개척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우주 산업의 시장 규모는 현재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인 2조 달러의 절반 수준인 1조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군사전략적 의미 또한 적지 않다. 상술한 바와 같이 고체연료 탄도 미사일 기술이 축적될 경우 유사시 군사적으로 활용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사거리 800km의 제한을 최종적으로 해제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역내 주요 국가들 사이의 군비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의 미래 안보역량 강화 관점에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주발사체의 독자 개발과 활용이 활성화될 경우 저위도 군사위성 발사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는 현대전 수행과 억제력 발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우리 군의 독자적 정찰·감시 능력의 혁신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의 안보와 국방 관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청와대 발표에서도 언급됐던 바와 같이 한미동맹이 새로운 차원으로 전환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경쟁국들과 치열한 우주 분야 경쟁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전이 고도로 네트워크화된 전장 환경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우주에 대한 의존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전장에 대한 감시, 우주로부터의 미사일 방어, 타격 등의 군사적 이점을 고려할 때 우주의 군사화는 이미 시작됐고 조만간 본격화할 전망이다. 미국은 이러한 미래의 경쟁에서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적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우주에 대한 한국의 본격적 진출은 동맹 상대로서 한국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한편 미국 측의 이번 결정은 전반적인 안보정세 변화와 미국의 동맹전략 변화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과거 미국이 동맹이 갖지 못한 군사적 능력을 제공하고 미국 주도의 협력을 통해 지역의 안정화를 꾀했다면 앞으로는 동맹의 역량 강화와 적극적 역할 확대를 통해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 보다 대등한 협력 관계로 전환시켜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이와 같은 상황 변화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미래의 안보환경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역량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다만 동북아 지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군비경쟁에 불필요하게 직접 뛰어들거나 이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전략적 관점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설인효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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