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방위사업청과 함께 하는 웨폰 스토리

OH-23 도입부터 국산 수리온·LAH 제작까지 ...기동전 핵심전력 끝없이 비상한다

맹수열

입력 2020. 07. 13   16:56
업데이트 2020. 07. 1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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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국산 헬기의 우수성과 발전 방향


보유량 세계 4위 ‘헬기 강국’
11번째 독자 개발국 위상도 

 
수리온·LAH 등 국내개발 계기
헬기 전력·항공산업 비약 성장 

 
미래 전장 대비·축적된 기술 활용
차세대 고기동 헬기 개발 등 추진

2010년 6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 군 내외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초도비행 성공 기념식에서 안정된 비행능력을 선보였다.  국방일보DB
2010년 6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 군 내외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초도비행 성공 기념식에서 안정된 비행능력을 선보였다. 국방일보DB

현대전의 승패는 적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무엇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신속하게 결심해 최단 시간, 최소 희생으로 정밀하게 타격하는 데 달려 있다. 이런 면에서 활주로 없이도 어느 곳에서나 이·착륙이 가능하고, 지형에 상관없이 신속하게 기동해 목표를 정밀하게 타격하는 헬기는 기동전의 핵심 전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군의 헬기 발전사

우리 군에 헬기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63년. 당시 국군은 미군이 운용하던 OH-23 레이븐 3대를 증여받았다. 이로부터 3년 뒤 UH-1H 소형 기동헬기를 도입하면서 우리 군의 헬기 운용이 본격화됐다.

국내 항공산업은 1976년 기술도입 생산을 시작한 500MD에서 출발한다. 500MD는 미국의 맥도널 더글러스(McDonnell Douglas)에서 제작한 민수용 헬기다. 대한항공은 맥도널 더글러스로부터 권한을 양도받아 토우(Tow) 미사일, 로켓, 기관총 등을 무장, 300여 대를 국내 최초로 조립생산했다. 이를 기점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 시코르스키(Sikorsky)의 UH-60 블랙호크 헬기를 면허생산하게 됐고 원제작사로부터 헬기 동체, 구성품 등에 대한 제작주문이 이어지면서 국내 헬기산업이 본격화됐다. 이후 공격헬기인 AH-1 코브라와 AH-64 아파치, 대형기동헬기인 CH/HH-47 시누크가 도입되면서 한국은 630여 대의 헬기를 보유한 세계 4위의 헬기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국내의 모든 헬기가 해외에서 도입됐기 때문에 원제작사의 허가 없이는 성능 개량이나 추가 장비 장착이 불가능했다. 또 수리부속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가동률이 떨어지고 운영유지비도 증가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군은 2000년대 들어 국산 헬기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한국형 다목적 헬기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이 사업은 국내 기술 수준을 고려해 개발이 비교적 쉬운 기동헬기(KUH)부터 개발하고 이어 공격헬기(KAH)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수리온급 기동헬기와 전용 공격헬기를 공통 플랫폼으로 만들어 부품 호환성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개발 경험이 전무한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전용공격헬기를 개발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결국 2006년부터 기동헬기는 계획대로 개발에 착수하되 공격헬기는 하이-로 믹스(High-Low Mix) 개념을 적용해 하이급 공격헬기는 해외구매로 확보하고 로급 공격헬기는 국내 개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국산 헬기의 출발 ‘수리온’

총 개발비 1조3000억 원을 투입해 2006년 개발이 시작된 수리온 헬기는 2012년 초도기가 군에 인도됐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11번째로 독자 헬기를 개발한 나라가 됐다. 수리온 개발은 국내 항공산업 기술력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술 파급효과에 따른 산업경쟁력 확보와 안정적인 후속 군수지원이라는 효과도 유발했다.

수리온은 개발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개발된 헬기임에도 각종 전자·항법·광학 장비 수준이 선진국 못잖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수리온에는 3차원 전자지도, 통합헬멧시현장치, 4축 자동비행조종장치 등이 장착돼 경유지와 목적지를 사전에 입력해 두면 조종사가 조종간을 잡지 않아도 헬기가 자동으로 목표지점을 찾아가는 자동비행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고난도 정밀 화물공수임무는 물론 악천후 전술기동도 할 수 있다.

또 로터계통, 조종석, 엔진, 연료탱크 등에 대한 내탄 성능과 비행안전 백업시스템을 적용해 생존성과 안전성을 대폭 향상했다. 수리온에는 최신 통합디지털 계기패널(Glass Cockpit)을 탑재해 각종 비행 및 임무 정보를 통합 시현, 조종사의 임무수행능력을 극대화했다. 정비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췄다. 수리온은 주요 구성품의 결함 및 잔여 수명주기 등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는 상태감시시스템(HUMS)을 장착해 정비 소요시간은 대폭 줄고 장비 가동률은 크게 향상되는 효과를 거뒀다.

2017년 말 전력화된 마린온은 해병대 입체고속상륙작전 수행을 위해 수리온을 개조, 개발한 헬기다. 마린온은 해상·함상 운용을 위해 4개의 연료탱크를 장착, 내륙에서 독도까지 중간 연료 보급 없이 왕복 비행이 가능하다. 또 주로터 접힘, 내·해수 강화, 비상부주장치 설치 등을 통해 해상운용 편의성과 생존성을 극대화했다.

장병의 안전을 보존하기 위해 골든타임 내에 중상자를 대학병원급 병원으로 후송할 수 있는 의무후송 전용헬기도 전력화가 한창이다. 올해 안에 전력화가 완료될 예정인 의무후송전용헬기는 수리온을 기반으로 들것인양장비, 기상레이더, 지상충돌경보시스템 등 임무장비가 추가 장착됐다. 헬기 내부에는 기존 의무후송 헬기와 달리 심실제세동기, 산소공급장치, 의료용 흡인기 등 첨단 의료장비를 더해 의무후송 중에도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공격헬기도 우리 손으로 ‘LAH’

앞서 설명한 하이-로 믹스 개념을 적용해 국내 개발한 로급 공격헬기가 바로 소형무장헬기인 LAH다. 소형무장헬기에는 표적을 대공화기 사거리 밖에서 탐지해 타격할 수 있도록 원거리 탐지 식별이 가능한 표적획득장치(TADS)와 8㎞ 이상 사격이 가능한 공대지 유도미사일을 탑재할 예정이다. 여기에 미사일 경보장치, 레이저·레이더 경보수신기, 방탄조종석, 내탄 연료탱크 등을 장착해 생존성을 대폭 향상할 계획이다. 특히 LAH에는 공격헬기에 최적화된 자동비행조종장치(AFCS)를 탑재해 사격 중 항공기 자세를 자동으로 잡아주고 표적 방향으로 헬기 기수를 자동전환시켜 줌으로써 급박한 전투상황에서 적보다 한발 앞선 타격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전장정보 자동융합 기술’이 적용돼 전술 데이터 링크와 자체 탐지장비로부터 획득한 표적과 사격통제 장치를 실시간 연동, 조종사가 신속히 전장 상황을 인식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방위사업청은 “LAH는 수리온 개발로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미래 네트워크 기반 전장환경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AH 시제 1호기는 지난해 7월 초도비행에 성공한 뒤 현재 본격적인 비행시험을 하고 있다. 비행성능과 무장 운용 능력이 입증되면 2023년부터 군단의 핵심 기동타격 전력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헬기 전력의 미래는?

주요 군사 선진국들은 기존 헬기 대비 약 2배의 속도와 항속 거리를 요구하는 차세대 고기동 헬기 개발 및 차세대 정찰 공격헬기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의 헬기 전력과 항공산업도 수리온과 LAH 국내 개발을 계기로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급속히 발전하는 첨단 과학기술과 상상을 초월하는 미래 전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진화·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수리온 양산을 시작한 지 채 10년도 안 됐지만 개발 단계의 LAH와 비교하면 항법전자장비가 벌써 진부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는 빠른 기술발전의 방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체계개발이 완료되고 양산 단계로 접어들면 바로 성능개량을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 축적된 설계 및 제작 기술을 활용해 고유 모델의 차세대 고기동 헬기를 만들 때가 다가왔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우리의 강점인 IT 기술을 접목해 ‘헬기 탑재형 드론’을 개발, 이를 유인 헬기와 팀을 이뤄 운용함으로써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작전의 효율성은 크게 높이는 유무인 복합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대두되고 있다. 또 첨단 소음저감기술과 레이더 탐지를 최소화하는 스텔스 기능을 적용해 적에게 탐지되지 않은 채 은밀하게 적지로 침투할 수 있는 스텔스 헬기 개발도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맹수열 기자/자료제공=방위사업청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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