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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시스템 전환 가속도…고도의 전문역량 요구

입력 2020. 07. 12   15:11
업데이트 2020. 07. 1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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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안보 대응전략의 변화와 시사점


고전적 에너지안보 개념은 ‘수요의 상시 충족 가능한 공급 능력’
진화 개념은 가용성·가격 적정성·지속성 등 충족 가능 여부 중시
에너지시스템 전환 새 정책기조 부상…분산·디지털·전력화 특징
덴마크 코펜하겐 시 해안에 설치돼 있는 미델그룬덴 해상풍력단지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덴마크 코펜하겐 시 해안에 설치돼 있는 미델그룬덴 해상풍력단지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에너지안보의 개념

에너지안보는 에너지 리스크(energy risk)에 대응하는 정책 개념이고, 에너지 리스크는 에너지의 적정 수급·가격, 가용성, 지속 가능성 등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고전적 에너지안보의 개념은 ‘에너지수요의 상시 충족이 가능한 에너지공급 능력’을 뜻한다. 반면, 진화된 에너지안보 개념은 ‘가용성, 가격 적정성, 지속가능성 등이 충족 가능한 에너지 공급능력’을 의미한다.



에너지안보 이슈의 변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당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군용연료 석유의 공급안보를 에너지안보 문제의 핵심으로 보았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중 독일의 소련 침공, 일본의 인도네시아 침공 등은 군용연료 석유의 공급력 확보를 겨냥한 것이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는 경제성장, 생활 수준 향상, 자동차 보급 증가, 전력화 등으로 세계 에너지 수요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국제 에너지교역이 석유를 중심으로 증가해 1950년대 331Mtoe에서 1960년대 1513Mtoe로 4배 이상 확대됐다. 당시 국제 석유공급체계는 서방 국제석유자본에 장악되어 값싼 석유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석유수출국들의 불만이 고조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결성됐다(1960년).

1970년대 들어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는 석유수출 금지를 단행했다(1973년, 제1차 오일쇼크). OPEC 회원국 다수가 석유자산 국유화를 선언했다. 이란혁명 이후 이란 신정부는 석유생산을 세계 석유공급량의 7%에 달하는 4.8백만 배럴 삭감했고(1979년, 2차 오일쇼크), 국제원유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였다.

1980년대 들어 에너지안보 이슈가 완화됐다. 석유수입국들은 석유 수요를 줄이고 비석유 에너지 공급을 확대했다. 1980년대 세계 1차 에너지 수요는 연평균 20% 증가했으나, 석유 비중은 1980년 42%에서 1989년 37%로 감소했다. 발전용 연료는 석유에서 원자력·천연가스로 대체돼, 발전연료 중 석유 비중은 1980년 20%에서 1989년 12%로 현저히 줄었다. OPEC의 유가 지배력은 약화되고, 유가의 시장 지향성은 강화됐다. 석유수출국들은 석유 수요 확보를 위해 석유수입국 하류부문(석유 정제, 판매) 진출을 모색했다.

1990년대 들어 걸프전쟁, 소비에트 연방 해체 등이 발생했으나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에너지수출국의 에너지수입국 시장 진출은 가속화됐다. 중동 국영석유사들은 석유수입국 하류부문 진출을 강화하고,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Gazprom은 유럽 가스시장 진출을 도모했다. 1990년대 대두한 중요 이슈는 기후변화 대응 문제였다.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으로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 의무화되고, 탈화석화 추세가 촉진됐으며, ‘지속가능 발전’ 개념이 확산됐다.

2000년대 이후 에너지안보 이슈가 폭넓게 공론화됐다. 911테러(2001년), 아프가니스탄전쟁(2001년), 이라크전쟁(2003년), 아랍의 봄(2010년) 등으로 국제적 긴장과 불안정이 조성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스분쟁으로 서방의 에너지안보 우려가 심화됐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2011년)는 원전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한편, 세계 금융위기(2008년) 발생으로 여러 선진국이 경기부양책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 투자를 확대했다. 파리협정(2015년)은 온실가스 감축과 탈화석화 정책의 세계적 확산을 촉진했다. UN개발정상회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하고 국제사회에 에너지안보 보장,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에너지효율 개선 등을 촉구하였다.

2000년대 이후 국제유가 상황은 신고유가기(2005년∼2014년 상반기)와 신저유가기(2014년 하반기 이후)로 구분될 수 있다. 신고유가기 유가는 2000년 42달러, 2005년 52달러, 2008년 115달러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유가는 2009년 73달러로 급락 후 상승해 2011년∼2014년 기간에는 100달러를 상회했다. 신 저유가기 유가는 2016년 47달러로 하락한 후, 40∼70달러 수준에서 등락 현상을 나타냈다.



에너지안보 개념 및 에너지정책 변화

에너지안보 이슈 변화 과정에서, 에너지안보 개념의 진화와 함께 에너지시스템 전환이 새로운 정책기조로 등장했다. 에너지시스템 전환은 분산화(Decentralization), 디지털화(Digitalization), 전력화(Electrification) 등을 특징으로 하는 에너지시스템 고도화를 의미한다. 분산화를 통해 소비자의 에너지시스템 참여가 가능하고, 디지털화를 통해 에너지시스템 운영과 통신의 개방화, 실시간화, 자동화 등이 가능하며, 전력화를 통해 에너지시스템의 저탄소화, 분산에너지자원 활용 등이 가능하게 된다.

에너지시스템의 혁신적 변화는 군사부문의 의사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 미군 1인당 일평균 연료 수요는 2차 세계대전 중 1갤런에 불과했으나, 이라크전쟁과 항구자유작전(Operation Enduring Freedom)에서는 15∼20갤런으로 늘어나 연료보급 취약성이 심화되었다.

미 국방부는 군사보급지원역량(3TR, the Tooth-to-Tail Ratio) 강화에 착수해, 전투기 분야 운용에너지전략(2011년)과 운용에너지전략 이행계획(2012년)을 수립·발표했다. 그 주요 내용은 전력 강화 및 연료절감을 위한 에너지 수요 감축과 리스크 저감과 대안 확대를 위한 에너지원 다변화, 비용절감 및 역량 제고를 위한 에너지 검토 강화 등이다.

향후 에너지시스템 전환으로 고도의 에너지 분야 전문역량이 요구되는 만큼, 선제적 역량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순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팀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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