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자율과 책임을 실천하는 초급 부사관 교육

입력 2020. 07. 09   16:58
업데이트 2020. 07. 0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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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중위 해군교육사령부 정보통신학교
정수현 중위 해군교육사령부 정보통신학교

어느덧 부대의 아스팔트 도로 위에 열기로 인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니 여름이라는 사실이 실감 난다.

5개월 전 부임할 때, 임관 3년 차가 지휘관 휘장을 달고 수백 명의 교육생과 한 건물을 책임진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웠다. 나이가 얼마 차이 나지 않는 교육생들에 대한 지휘 철학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입신고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린 코로나19 확진자가 군 내에서도 하나, 둘 나타났고 이에 대한 걱정이 부대 내에 팽배한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교육생들을 안전하게 지킬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중 사령부로부터 부사관 교육생들에게 자치근무제도를 시범 적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기수별 자치위원을 선출하고 이들을 보좌할 교반장, 행정/군수/갑판·체육담당을 선발해 각종 일과를 집행하며 규정 위반자들에 대해서는 과실보고 책임을 부여하는 등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교육생 자치근무제도를 시행하라는 것이었다. 부끄럽지만, 교육생 자치근무제도 적용 지시를 처음 들었을 때 나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첫 단계인 위원 선발 과정에서부터 나의 편협한 사고는 깨졌다. 동기들을 위해 여러모로 희생하고 개인 시간을 쪼개 봉사하는 다소 귀찮은 직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육생이 자원했고, 과정별 균등한 인원을 다수결로 선출하는 등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 훌륭한 인원을 선발했다.

더불어, 정보통신학교 내 코로나19 유입 예방에도 교육생 자치근무제도가 톡톡한 역할을 해냈다. 1일 2회 실시하는 교육생 발열 체크를 주도하고, 취약시간대에 발생하는 응급환자에 대한 초동조치를 자치근무위원 주도하에 성공적으로 해냈다. 마지막으로 근무를 마무리하고 위원 간 교대하는 그 순간까지 교육생들의 책임감은 빛났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를 통해 군인으로서 한 단계 성장하고 성숙했으며, 어느덧 3차 임원들이 근무 중인 지금 정보통신학교 교육생들의 자치근무제도는 견고하게 자리 잡았다.

나는 처음 자치근무제도 도입 계획을 수립할 때 교육생들을 단순한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은 180도 바뀌었다. 자치근무제도를 통해 자율에 따르는 책임을 깨닫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군 생활을 하게 하면서 교육생을 정예 간부로 양성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병영문화혁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간 성공적으로 자치근무제도를 이끌면서 자율과 책임의 참뜻을 가르쳐준 정보통신학교 부사관 266기 교육생 총원의 노고를 치하하며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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