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종교와삶

[김도웅 종교와삶] 덕분에

입력 2020. 07. 07   16:11
업데이트 2020. 07. 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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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웅 육군7사단 군종참모부 교무·대위
김도웅 육군7사단 군종참모부 교무·대위

“여러분 덕분에~.”

요즘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이것을 ‘덕분에 챌린지’라고 한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 진료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국민참여형 캠페인이다.

‘덕분(德分)’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을 뜻한다. 정말 의료진의 도움 없이는 지금 같은 세계적인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없을 것이다. ‘덕분에 챌린지’는 누군가를 격려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잊고 있던 것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삶의 본질을 단순명료하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정의는 ‘서로가 도움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보통 사람 대부분은 살아가면서 다른 이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자신의 삶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보이지 않았던 바로 그것을 보여주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의료진 덕분에, 감염의 위험 속에서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 덕분에, 방역의 핵심인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계신 국민 덕분에, 그리고 국민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임무와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군 장병들 덕분에 우리는 현재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만으로도 하루를 더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

필자는 지금 당장 스스로 옷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농사 기술도 없다. 몸이 한 개라서 현재 복무하고 있는 부대에서만 임무 수행을 할 수 있고, 전투기 조종이나 전차 조종은 생각도 못 한다. 바꾸어 말하자면 누군가 옷을 만들고 있는 덕분에 옷을 만들 필요가 없고, 누군가 농사를 짓고 있기에 농사 기술을 배울 필요도 없다. 여름의 무더위,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누군가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기에 우리는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원망할 일들이 많아진 지금,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어둡고 무거워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 모두가 코로나 이전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원망으로 채우지 말고 감사로 바라보아야 하겠다. ‘덕분에 챌린지’로 말이디.

먼저 가까운 가족부터 살펴보자. 가족 덕분에 오늘 하루도 행복하구나! 그리고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자. 함께 일하는 동료 덕분에!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장병들 덕분에!

우리는 그동안 빠른 경제성장과 과학문명 속에서 나 자신은 물론이고 내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신을 살피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우리 모두가 서로의 덕분에 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사랑하고 아끼고 존중하고 배려하며 생활하기를 염원해 본다. 오늘 하루 가까운 인연에게 이 말을 꼭 건네 보자. “그대 덕분에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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