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무더위와 두려움 뚫고 1800피트 상공서 점프

김상윤

입력 2020. 07. 05   14:59
업데이트 2020. 07. 0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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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군사훈련 돌입한 육군3사 사관생도 생애 첫 강하훈련


두꺼운 산악복 입고 비오듯 굵은 땀방울
2주간 피나는 지상훈련·안전조치 준비
힘찬 구호로 의지 다지며 헬기 탑승
강하 성공 생도 얼굴엔 ‘해냈다’ 자신감
아버지·형과 동반강하 군인 가족도


공수훈련에 참가한 육군3사관학교 57기 생도들이 지난 3일 시누크 헬기에서 뛰어내려 하강하고 있다.
공수훈련에 참가한 육군3사관학교 57기 생도들이 지난 3일 시누크 헬기에서 뛰어내려 하강하고 있다.
강하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생도들.
강하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생도들.
헬기에 탑승하고 있는 생도들.
헬기에 탑승하고 있는 생도들.
생도들이 강하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생도들이 강하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공중! 침투! 공중! 침투!”

지난 3일, 육군특수전학교 강하 훈련장에는 하계군사훈련에 돌입한 육군3사관학교(3사) 3학년 57기 생도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첫 강하 조에 속한 생도들이 이륙을 준비하는 CH-47 시누크 헬기를 향해 달려가며 외치는 구호 소리였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두꺼운 산악복을 착용한 생도들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쉴 틈 없이 흘러내렸다. 이날 한낮의 기온은 거의 30도에 달했다.

대망의 생애 첫 강하 훈련에 도전하기 위해 생도들은 지난 2주 동안 피나는 지상훈련을 했다. 모형문, 공중동작, 착지 등 지상기초 훈련과 모형탑 훈련, 고소공포 극복 교육, 저조자 보충 교육도 받았다.

이렇게 충분한 사전 훈련과 확실한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해도, 낙하산 하나만 메고 1800피트 상공에서 하늘로 몸을 던지기 위해선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태어나 처음 도전하는 실제 항공기 강하라면 더욱 그렇다.

생도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힘찬 구호로 강한 의지를 다지며 헬기에 탑승했다.

“두두두두.” 비장한 표정의 생도들을 태운 CH-47 헬기가 하늘 저편으로 날아올랐다. 곧이어 헬기가 강하 훈련장 상공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몇 초 뒤 생도들이 과감히 하늘로 몸을 던졌다. 창공에 낙하산들이 차례로 펼쳐지자 통제탑에 있던 교관이 확성기를 활용해 다급히 생도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1번 강하자는 우측 줄 당기고 시선은 통제탑 방향!” “3번 강하자 그대로 유지하고, 이제 좌측 줄 당겨!”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던 생도들은 침착하게 교관의 지시에 따르며 서서히 고도를 낮춰 지면에 착지했다. 강하에 성공해 개인 낙하산을 정리하는 생도들의 얼굴에서 ‘해냈다’는 짜릿한 감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멋지게 강하를 마친 김기찬 생도는 “긴장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지상훈련에서 교관님께 배운 내용을 떠올리며 침착하게 강하할 수 있었다”며 “자랑스러운 3사관학교 사관생도답게, 아무리 덥고 힘들어도 끝까지 멋지게 하계군사훈련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강하를 마친 솔직한 소감을 들려준 생도도 있었다. 한 생도는 “하늘에서 떨어지며 낙하산을 펼치기 전까지 몇 초가 꼭 몇 시간처럼 느껴지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며 “솔직히 많이 떨렸지만, 강하를 마치고 나니 자신감도 생기고 정말 기분이 최고다”라고 말했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 생도들 이상으로 두려움 없이 강하훈련을 즐긴 여성 생도들도 많았다. 신성은 생도도 그중 하나였다. 미 유타대학교 출신으로, 해외유학 당시 우수한 학생에게 주어지는 ‘오바마 대통령상’을 수상한 특이 이력을 가진 신 생도는 “친인척 중에 직업군인의 길을 걸은 분들이 많았고, 그 영향으로 장교의 꿈을 갖게 됐다”고 설명하며 “이번 하계군사훈련을 통해 내가 꿈꾸는 멋진 장교의 모습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군인 가족과 동반 강하를 펼친 생도들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고승영 생도는 육군25사단에서 근무하는 아버지 고대강 원사와 함께 강하했다. 지난 1991~2008년 특전사 흑표부대에서 근무했던 고 원사는 아들과 동반 강하를 해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자 꿈이었다고 한다.

김민현 생도 역시 특전사에서 근무하는 형 김승현 중사와 동반 강하하며 뜨거운 형제애와 전우애를 창공에서 증명해 보였다.

‘부자 동반 강하’라는 아버지의 꿈을 이뤄드린 고 생도는 “앞으로 남은 교육 훈련도 무사히 수료해 아버지에게 자랑스럽고 든든한 아들이자 멋진 육군 장교로 성장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3사의 하계군사훈련은 지난달 22일 시작돼 8월 28일까지 약 9주에 걸쳐 진행된다.

이렇게 가장 무더운 시기에 훈련이 진행되는 것은 극한의 상황에서 정신적·육체적 한계를 이기고 임무를 완수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 훈련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생도들은 유격훈련·공수훈련 등 학년별로 차별화된 하계군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군인으로서 필요한 전기전술과 소대장으로서 갖춰야 할 강인한 체력, 정신력, 팀워크를 배양하고 있다.

특히 3학년인 57기 생도 497명(여 55)은 오는 10일까지 특수전학교에서 실제 항공기 자격강하를 포함한 공수훈련을 받는다.

공수훈련은 생도들이 예비장교로서 강인한 체력과 담력을 기르기 위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훈련 중 하나다.

모든 공수훈련을 수료한 57기 생도들은 이후 3사로 복귀해 한여름 태양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약 4주 동안 기본 및 전투기술 훈련에 매진할 예정이다.

3사 관계자는 “우리 생도들은 가장 무더운 시기에 시행되는 하계군사훈련을 통해 야전이 요구하고 야전이 필요로 하는 정예 장교의 자질을 갖춰나가고 있다”며 “3사는 강하고 스마트한 정예 장교 양성을 통해 ‘강한 육군, 자랑스럽고 매력적인 육군, 신뢰와 소통으로 함께하는 육군’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글=김상윤/사진=조종원 기자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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