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최신 군사학 연구동향

“미사일·항모보다 위력적”… 새 ‘비대칭 전략’ 부상

입력 2020. 07. 03   15:55
업데이트 2020. 07. 05   15:31
0 댓글

중국의 삼전(三戰, 여론전·심리전·법률전) 전략


2003년 장쩌민 주석이 이라크 전쟁 분석 후 첫 제시
대만 독립 저지 비군사용 출발… 현재는 폭넓게 적용
사드 관련 2017년 전후 한국에도 ‘삼각 공세’ 구사


삼전(三戰) 중 여론전과 심리전 업무를담당하는 전략지원부대(2015년 12월 31일 창설)의 부대마크.  필자 제공
삼전(三戰) 중 여론전과 심리전 업무를담당하는 전략지원부대(2015년 12월 31일 창설)의 부대마크. 필자 제공
중국이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해 ‘삼전 전략’을 구사해 중국 내 롯데 계열사는 어려움을 겪다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백화점 뒤로 보이는 곳은 공사가 중단된 롯데월드 개발 현장이다.  연합뉴스
중국이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해 ‘삼전 전략’을 구사해 중국 내 롯데 계열사는 어려움을 겪다 중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백화점 뒤로 보이는 곳은 공사가 중단된 롯데월드 개발 현장이다. 연합뉴스

중국의 삼전(三戰·Three Warfares)은 여론전·심리전·법률전을 통해 군사적 또는 비군사적 활동에 대한 국제적인 영향력, 우호적 반응, 정당성을 확보해 전략적 우위를 달성하는 개념을 말한다. 중국의 삼전 전략은 최초에는 ‘적군을 와해시킨다’는 군(軍) 정치공작의 일환으로 정립됐다. 대만의 독립을 저지하기 위해 주로 대만을 대상으로 한 비군사적 전쟁 개념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군대뿐만 아니라 정치·외교·경제 등 각 분야에서 국제사회에 대해 광범하게 적용하고 있다.

中國人民解放軍總政治部著. 2003.『中國人民解放軍政治工作條例(중국인민해방군 정치공작조례)』, 中國人民解放軍總政治部印·北京


삼전의 유래

2003년 말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이라크 전쟁 이후 총체적인 전쟁 양상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이라크 전쟁의 경험을 분석한 뒤 “중국인민해방군은 반드시 여론전(輿論戰)·심리전(心理戰)·법률전(法律戰), 즉 ‘삼전’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처음으로 ‘삼전’ 전략개념이 제시됐다.

이에 따라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는 2003년 12월 5일 개정 공포한 ‘중국인민해방군 정치공작조례’ 제2장 14조 18항에서 ‘여론전·심리전·법률전을 진행해 적군을 와해시키는 공작을 전개한다’라고 명시했다.

2010년 9월 13일 새로 개정된 조례에서는 삼전이 중국군의 교육훈련과 군사작전 준비에 정식으로 포함됐으며, 중요한 작전 및 전쟁 행동 모델 중 하나로 채택됐다. 당시 국제정세 변화와 각국의 군사혁신은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의 전략적 사고에 영향을 미쳤으며, 나아가 ‘삼전’이라는 새로운 전략개념을 탄생시켰다.


삼전의 내용과 특징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여론전은 언론이나 인터넷 등을 이용해 국내외 여론을 통제 또는 조작해 중국의 입장과 주장을 부지불식간에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또한 심리전은 외교적 압박, 경제적 수단, 유언비어, 농락 등을 통해 심리적 동요를 유발해 중국이 원하는 효과를 얻어 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률전은 기존의 법률 테두리 안에서 중국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국제질서와 규칙을 중국에 유리하게 이끄는 방법이다. 주로 정치적·상업적 목표 달성에 이용한다.

여론전·심리전·법률전은 모두 인간의 사상과 의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장의 물질적·기술적 수단, 각종 정보 매체를 통해 정치적·정신적으로 자기편을 공고히 하고, 중간지대에 있는 세력들을 끌어들이며 적진을 분열시키고 전쟁의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아군에게 유리하고 적군에게 불리한’ 주동적인 상황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삼전’은 각자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여론전은 대중을 향해 정치적으로 아군의 전쟁 의지와 주장을 구현하도록 진행하며, 세력 조성·위협·이간(離間) 등의 전략을 통해 심리전과 법률전에 유리한 여론 환경을 제공한다.

심리전은 적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데 치중한다. 따라서 단순히 정보 등의 연성수단(soft measures)을 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때로는 무력 등의 경성수단(hard measures)을 동원해 목적을 달성하며, 위협적인 군사적 타격을 통해 적의 저항 의지를 박탈한다.

법률전은 주로 국제사회를 지향하는데 전쟁의 성격과 합법성 등의 판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여론전과 심리전의 법리적 토대를 제공한다. 그러나, ‘삼전’의 세 가지 형태를 구분하는 것은 상대적일 뿐이며, 실제 운용에서는 상호 조건이 되고, 상호 지원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최적의 결합을 이뤄야만 정치적·군사적으로 필요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군사행동의 정치적 영향력과 정신적 살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삼전 전략 적용 사례

중국은 2017년 미국이 성주기지에 사드(THAAD)를 배치한 것을 전후해 한국에 대해 ‘삼전 전략’을 구사했다. 심리전 측면에서,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의 중국 내 계열사 전 사업장에 대해 세무조사, 소방·위생·안전 점검에 일제히 나서서 결국 도산하게 만들었다. 또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하는 등 경제 제재를 통해 심리전을 전개했다. 대중(對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두려움과 혼란에 빠뜨리겠다는 의도였다.

여론전 측면에서 중국은 모든 관영 매체를 동원해 반한(反韓) 분위기를 조성하는 여론전을 펼쳤다. “소국(小國)이 대국(大國)에 대항해서 되겠나? 사드를 배치하면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는 등 중국의 선전에 흥분한 일부 중국인은 한국 상품을 불태우고 반한 시위에 나섰으며, 중국 내 한국 교민들은 신변 안전을 걱정해야 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대해 “중국 인민의 자발적인 불만 표출이며, 정부 차원의 보복은 없었다”고 시치미를 뗐다.

법률전 차원에서, 중국은 우리나라와의 사드 합의문에 이른바 삼불[三不·한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을 명시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 외교부는 삼불 정책이 중국의 주장처럼 ‘약속’이 아니라 ‘입장 표명’일 뿐이라고 했지만, 중국의 법률전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삼전 전략에 대한 평가

미국 국방부의 싱크탱크인 오피스 오브 넷 어세스먼트(Office of Net Assessment)는 2013년 5월 발표한 ‘China: The Three Warfares’ 보고서에서 “삼전은 새로운 수단을 통해 전쟁을 구성하는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3차원의 작전과정이며, 서구에서 고려되지 않았던 군사기술이다. 삼전이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되거나 게임을 상당한 수준으로 변형시킬 역량이 있다”고 분석했다.

2016년 1월 15일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삼전은 중국이 해상과 영토의 경계를 넓히는 데 있어 미사일이나 항모보다 훨씬 더 위력적일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 국방부의 ‘2019년 중국군사력 보고서’는 “중국은 삼전 전략을 통해 문화계·언론계·학계·비즈니스계, 미국과 여타 나라들, 국제기구 등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그들의 안보와 군사전략 목표에 유리한 결과를 얻는다”고 기술했다.

중국의 삼전이 과거에는 선전·선동을 통한 비정규전으로서 정규전의 보조수단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재래식 전쟁을 대체하는 새로운 전쟁 방식이자 ‘비대칭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전은 유동적이고 다차원적인 전쟁과정으로 전략적 환경을 중국에 유리하도록 변화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또한 미국 등 서방에서 고려되지 않았던 전략개념이어서 기존의 전쟁방식과 전략환경 판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은 삼전 전략을 구사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미군 활동의 적법성 여부를 제기하고, 역내 국가들과 미국 간의 결속을 와해시켜 미국의 세력 투사를 견제하면서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또한 인류의 진보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삼전’이 평시 국가 간 대결이나 미래 정보화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우리도 중국의 삼전 전략 연구를 강화하고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조 현 규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조 현 규 한국국방외교협회 중국센터장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