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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마지막 진료”..국군부산병원, 72년 임무 마치고 해체

맹수열

입력 2020. 06. 30   17:09
업데이트 2020. 07. 0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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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군 15개 부대, 2만여 명 장병
건강관리·전투력 보존 큰 역할
군 의료시스템 개편 따른 결정 

 
1948년 특수부대의무단 출발
6·25전쟁 당시 군·민 치료도


국군부산병원이 지난달 30일 마지막 외래진료를 마치고 해체하게 됐다. 사진은 마지막 임무날 찍은 국군부산병원의 전경. 국군의무사령부 제공
국군부산병원이 지난달 30일 마지막 외래진료를 마치고 해체하게 됐다. 사진은 마지막 임무날 찍은 국군부산병원의 전경. 국군의무사령부 제공

6·25전쟁 당시 피란민과 부상자들을 돌보며 활약했던 국군부산병원이 30일 마지막 임무를 마쳤다. 1948년 11월 창설된 지 72년 만이다.

부산병원은 이날 마지막 외래진료를 끝으로 해체과정을 밟게 됐다. 국군의무사령부가 전한 공식 해체일은 오는 10월 30일. 그동안 경남 지역에 위치한 단 하나의 국군병원이었던 부산병원은 72년 동안 환자들의 진료와 수용 등 기본 임무는 물론 장병 건강관리, 전투력 보존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6·25전쟁 당시에는 제2의 수도였던 부산의 핵심 병원으로서 전방에서 후송돼 온 장병 등 전쟁으로 상처 입은 군·민을 보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안과 군의관 신지수 공군대위가 마지막까지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안과 군의관 신지수 공군대위가 마지막까지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사실 부산병원은 1948년 11월 20일 전라도 광주에서 시작됐다. 당시의 이름은 특수부대의무단(정형외과병원). 이름처럼 주로 정형외과 관련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한 1950년 6월 25일 부대는 부산으로 이동, 대한민국 최후의 보루인 부산에서 전상자 치료에 전념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부산에 머물던 부대는 1956년 제3육군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15년 뒤인 1971년 1월 국군부산통합병원으로 다시 한 번 명칭을 변경했다. 1984년 지금의 이름인 국군부산병원이 된 부대는 2003년 현 위치인 부산광역시 해운대구로 이전했다.

출범 당시 정형외과로 시작했던 부대는 내·외과, 신경외과, 보철과, 구강안면외과 등 22개 치료과를 가진 명실상부한 종합 군 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부산병원이 책임지는 부대만 해도 육군53사단, 해군작전사령부 등 15개 부대, 장병 수로는 2만여 명에 달한다. 이 밖에도 전방, 수도·대전병원에서 후송된 환자들 역시 부산병원에서 건강을 회복했다.

간호장교 조연주 육군대위가 환자 상태를 살펴보는 모습.
간호장교 조연주 육군대위가 환자 상태를 살펴보는 모습.


72년간 장병들의 건강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부산병원은 국방개혁 2.0의 하나로 진행 중인 군 의료시스템 개편에 따라 해체하게 됐다. 국군의무사령부는 수술집중병원(수도·대전·양주병원) 중심의 수술 역량 강화, 전방 군단지원병원 현대화, 국군외상센터 설립 및 운영 등 군 의료 역량의 효율적 활용과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부산병원을 해체하게 됐다고 전했다. 의무사 관계자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전방에 비해 민간 의료 시설 이용이 용이한 후방 장병들은 민간 병원을 이용하고, 대신 부산병원의 인력들은 전군 병원과 야전 의무부대로 소속을 옮겨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신 일부 부대 해체 요원들은 해체일까지 이곳에 남아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부산병원이 지원했던 경남지역 장병들의 외래진료는 대구병원 등 인근 군 병원이 맡게 된다.

마지막 부산병원장이 된 최정인(육군중령) 원장은 “72년간의 임무를 끝으로 해체된다는 사실이 아쉽고 마음이 아픈 것도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동안 함께 근무해 온 병원 가족들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점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최 원장은 특히 “우리 부산병원 가족들은 어느 곳에서든지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애정이 담긴 당부도 남겼다. 


1990년 9월 부산병원 대민진료반이 주민의 건강을 살피는 모습.
1990년 9월 부산병원 대민진료반이 주민의 건강을 살피는 모습.
 

최 원장이 언급한 ‘부산병원 가족들’의 마음도 그와 같았다. 강원도 전방부대에서 근무지를 옮겨온 치과부 김윤호 육군대위는 “병원이 해체돼 또다시 떠나려니 아쉽다”는 심정을 밝혔다.

김 대위는 “병원 해체로 인해 인근 지역 장병들에게 의료 공백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깊게 생각해보면 더 원활하고 효율적인 군 의료체계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53사단 의무대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그는 “인근 부대에서 복무하게 돼서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경남지역 장병들의 건강 수호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1995년 부산병원 의료진이 환자 헬기 후송 훈련을 하는 모습.
1995년 부산병원 의료진이 환자 헬기 후송 훈련을 하는 모습.
 

부대 해체와 함께 군문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1981년 4월 부산병원에 처음 발을 디딘 뒤 39년 3개월 동안 이곳을 지킨 중앙공급과 김두녀 주무관은 부산병원을 “내 인생에서 가장 감사한 곳”이라고 표현했다.

해체를 계기로 명예퇴직을 하기로 한 김 주무관은 “함께 근무한 부산병원 식구들 모두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명예퇴직자인 정신과 박성미 주무관 역시 “열정적인 근무자들, 순수한 장병들이 떠오른다”면서 “부산병원에서 가진 아름다운 기억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1990년 부산병원 간호장교가 환자에게 비위관 영양을 하는 모습.
1990년 부산병원 간호장교가 환자에게 비위관 영양을 하는 모습.


장병들의 아쉬움도 크다. 훈련병 인솔을 위해 부산병원을 드나들던 육군53사단 신병교육대대 김하준 일병은 “처음 해체 소식을 듣고 많이 아쉽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날 외래진료를 받은 장병들 역시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말에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 늘 감사했다”며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부산병원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우리 군 의료 시스템은 이를 양분으로 다시 한 번 혁신을 이뤄낼 전망이다. 석웅(육군준장) 의무사령관은 이날 격려 메시지를 보내 “코로나19라는 국가 위기상황 속에서도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헌신한 부산병원 전 장병·군무원 여러분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고맙다”면서 “새로운 곳에서도 국민과 장병들의 생명과 건강을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맹수열 기자/사진=부대 제공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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