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기획 > 군사 > 국제 이슈 돋보기

미·중 경쟁 심화되며 ‘경제 중심 안보’ 대세 편승

기사입력 2020. 06. 19   16:03 최종수정 2020. 06. 21   14:52

일본 국가안보국 ‘경제반’ 신설과 경제안보

자국 민간기업 보호 명분 美·EU·캐나다·프랑스 등 경제안보 강화
日, 지난 4월 경제반 설치…경제·외교·산업 전문성 갖춘 관료 배치
대외통상·기술·사이버·국제협력·보건 이슈까지 포괄적 역할 전망 


군사·무역·기술 등 전방위적으로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일본은 지난 4월 국가안보국에 경제반을 설치했다. 향후 국제정치에서 경제적 수단을 활용해 국가안보를 강화하는 지경학적 접근이 보편화된다면 경제적 갈등이 국가안보와 연계돼 제기될 개연성이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국제정치에서는 지정학(geopolitics)만큼이나 지경학(geoeconomics)에 대한 학문적·정책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경학은 경제적 수단을 활용해 국가안보를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모두 이러한 지경학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전쟁(war by other means)’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전쟁 발발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경제번영 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일본 아베 정부는 지난 4월 일본의 외교 및 안보를 총괄하는 국가안보국에 경제안보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경제반’을 신설했다. 대외통상문제, 첨단기술 분야, 사이버 안보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등과 같은 보건안보 이슈까지 경제안보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국과의 수출규제 관련 논의도 경제반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경제반에 대한 철저한 동향 파악이 중요할 것이다.


경제안보를 둘러싼 주요국의 동향


일본은 일본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출자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외환관리법을 개정했으며 6월 7일부터 전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는 국가안보에 중요한 민간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이었는데 결국 경제안보를 강화하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이러한 움직임은 비단 일본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유럽연합(EU)·캐나다·프랑스 등 주요국에서도 적극적으로 경제안보 정책이 취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상황 아래 빈번하게 경제적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상원은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외국 기업이 미국 회계 감사 규정을 따르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회계 감사 규정에 따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외국 기업에게는 미국 증권거래소 상장을 불허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알리바바·바이두 등을 포함하는 중국 기업의 90% 이상이 중국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다. 법안에서는 중국을 지칭하고 있지 않지만 주요한 감사 대상이 중국 기업임은 확실해 보인다. 또한, 미국이 중국군과 관계가 있는 미국 내 중국 유학생 및 연구원의 비자를 취소하거나 제한하는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EU는 올해 10월부터 외국인 투자제한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EU 지역 내 전략 인프라 또는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해 중국 기업 등이 적대적인 인수합병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기 위한 법률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도 AI·양자기술·우주 등 새로운 분야에서 자국 기업 및 산업 보호를 위한 외국인 투자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올해 4월부터는 바이오기술도 그러한 외국인 투자 규제의 대상 범위에 포함시켰다. 마찬가지로 캐나다도 올해 4월부터 외국 국영기업 등의 국내투자 계획을 모두 심사하기로 했다. 이렇듯 미국·EU·캐나다 등 주요국에서도 국가안보의 명분을 내세워 경제적 도구를 활용하는 경제안보가 대외정책의 핵심적인 과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중의 전략적 경쟁과 일본의 경제안보

군사·무역·기술 등 전방위적으로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안보에 대한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라는 정책 기조 아래 ‘국가안보가 곧 경제다’라고 언급하면서 경제안보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미국의 첨단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에 시정을 요구하며, 5세대 네트워크 구축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는 등 중국발 첨단기술 유입을 강력히 제한하는 강경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해·공군력 강화, 남중국해의 군사 요새화만큼이나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첨단기술 산업 성장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이 향후 세계 경제질서에 있어서 미국의 영향력을 제한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세계 경제질서의 안정보다 자국 경제이익을 중시하는 인색한 강대국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술을 매개로 안보와 경제문제를 연계하면서 강력한 경제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현실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강대국 경쟁이 가시화되고 미·중 경쟁이 장기화되는 흐름 속에서 일본도 무역·기술·안보를 하나하나 분리해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실감했을 것이다. 또한 기술패권을 두고 성장하는 중국을 앞에 둔 일본 입장에서도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안보를 다룰 필요가 생겼다. 이에 2019년 6월 경제산업성 내에 ‘경제안보실’을 설치했으며, 10월 외무성 내에 ‘신안보과제정책실’을 신설했다.


일본 국가안보국 내 경제반 신설

아베 정부는 경제산업성과 외무성 내에 경제안보를 다루는 부서를 설치한 2019년 10월 국가안보국에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새로운 부서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National Economic Council)와 유사한 조직으로 내각관저에 신설해서 국가안보에 경제를 연계하는 제도적인 기반을 갖추고자 했다. 그리고 2020년 4월 경제·외교·산업의 전문성을 갖춘 관료를 배치한 국가안보국에 경제반을 설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경제반은 약 20명 규모이며 경제산업성 출신의 심의관 1인과 재무성·외무성·총무성·경찰청 출신의 참사관 4인이 중심이 돼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기본방침을 정하고 정부 부처의 조정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 주요 업무 분야는 첫째, 수출규제 및 국내 직접투자와 관련한 기술안보, 둘째, 5G 네트워크, 정보공유 등 사이버 안보, 셋째, 미·일 간 경제안보협력, 엔의 디지털화 등 국제협력, 넷째, 방역대책, 의료인프라 확대를 통한 코로나19 대응 등의 네 가지 분야를 포괄한다.

미·중의 전략적 경쟁으로 인해 군사안보를 강조하는 전통적 안보의 외연이 경제안보로 확장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보건안보도 국가안보의 중요한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은 국가안보국에 경제반을 신설해서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를 안보의 중심으로 두는 제도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 향후 국제정치에서 지경학적 접근이 보편화된다면 경제적 갈등이 국가안보와 연계돼 제기될 개연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치학 박사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