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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석 독자마당] 마니토 게임

입력 2020. 06. 08   14:50
업데이트 2020. 06. 0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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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석 (예)육군병장
최지석 (예)육군병장

‘마니토(Manito)’란 주로 제비뽑기를 통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선행 등을 제공하는 사람, 즉 비밀 친구 또는 수호천사를 말한다.

필자가 중학생 때 학교 선생님이 일주일간 마니토 게임을 하자고 하신 적이 있다. 나는 ‘이게 과연 일주일간 잘 지속될까?’ 하고 기대 반 걱정 반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의문점들은 말끔히 사라졌다. 게임 규칙상 나의 마니토 상대를 말하면 안 된다. 누가 나의 마니토인지 모르니 내가 감히 누구에게 함부로 행동할 수 없게 되고, 또 누군가 내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에 개인마다 자신의 행동을 조심했던 것 같다. 또 게임의 주제에 맞게 서로가 소통이 많아졌다. 이런 분위기가 교실 내 따돌림 문제를 많이 해결하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교실 내 분위기가 좋으니 덩달아 수업 분위기까지 좋아졌다.

게임이 끝난 후에 서로 누가 마니토였는지 정체를 밝힌다. 이로 인해 나의 마니토였던 친구를 다시 보게 되고 더욱 친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따돌림은 꼭 물리적 폭력을 가하지 않더라도 분위기로도 할 수 있다. 그 말은 분위기 전환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뜻으로 나는 생각한다. 게임 당시 내 책상 서랍에 마니토가 매일 응원과 칭찬 쪽지를 넣어두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꼭 누가 나한테 어떤 무언가를 해주지 않아도 내 주변에 비밀 친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나는 정말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나도 내 친구에게 쪽지를 보내고 받은 친구는 또 다른 친구에게 보내고 그러면서 서로 소통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어떠한 편견들로 인해 말 한마디 안 해본 친구들도 이를 통해 서로 한 번씩이라도 말해볼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사회에서 따돌림 문제를 쉽게 볼 수 있다. 따돌림당하는 사람만의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따돌림을 당한다고 모두 이상한 사람은 아닐 거다. 예전에는 누가 따돌림당하는지 제3자 입장에서 봤을 때 뚜렷이 보였지만, 요즘은 따돌리는 수법도 다양해지고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한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나는 앞서 말한 마니토 게임으로 이런 문제점을 조금은 고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글을 쓴다.

마니토 게임이라 부담스럽게 친절과 선의를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힘들 때 옆에 있어 주거나 이야기 한번 들어주는 정도만으로도 그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되고, 충분히 마니토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 당장 마니토 게임을 해볼 것을 제안한다. 마니토 게임을 통해 부대원들과 소통도 많이 하고 서로 선의를 베풀어서 부대원 중 한 명이라도 적어도 인간관계만큼은 낙오자가 없길 바란다. 세상의 변화는 늘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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