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우리 단결력이 만든 ‘30년 무사고’ 기적

안승회

입력 2020. 06. 01   16:52
업데이트 2020. 06. 0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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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잠수함사령부 창설 30주년


해군잠수함사령부 장보고함(1200톤급) 승조원들이 사령부 창설 30주년을 맞은 1일 진해기지에서 무사고 안전항해 30만 마일 달성을 축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동욱 기자
해군잠수함사령부 장보고함(1200톤급) 승조원들이 사령부 창설 30주년을 맞은 1일 진해기지에서 무사고 안전항해 30만 마일 달성을 축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동욱 기자


 해군잠수함사령부(잠수함사)가 1일 창설 30주년을 맞았다. 잠수함사는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의 국가전략부대로서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며 평화를 힘으로 뒷받침해 왔다. 무엇보다 30년 동안 잠수함을 운용하면서 단 한 차례의 사고도 없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잠수함을 운용하는 주요 국가 중 유일한 기록이다. 정승균 잠수함사령관은 “잠수함사는 ‘30년 280만 마일 안전항해 무사고’라는 대기록을 달성해 창설 30주년의 의미를 더했다”며 “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땀방울을 흘린 잠수함 승조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창설 30주년을 맞아 잠수함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되짚어 봤다.  
안승회 기자 


해군잠수함사령부 장병 및 군무원이 부대창설 30주년을 맞아 축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부대 제공
해군잠수함사령부 장병 및 군무원이 부대창설 30주년을 맞아 축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부대 제공


1990년 창설… 1992년 잠수함 인수
2015년, 잠수함사령부 보유국으로


잠수함사는 1990년 6월 1일 해군57잠수함전대로 창설됐다. 1992년 독일에서 우리나라 첫 잠수함인 1200톤급 장보고함을 인수했다. 57전대는 1995년 10월 1일 9잠수함전단으로 격상됐다. 2007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공기불요추진체계(AIP·Air Independent Propulsion)를 탑재한 잠수함 손원일함(1800톤급)을 인수했다.

2015년 2월 1일 9전단이 잠수함사령부로 격상되면서 대한민국은 미국·일본·프랑스·영국·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잠수함사령부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2018년 9월 우리나라는 독자적으로 설계·건조한 3000톤급 중형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을 진수했다.

한국 잠수함 최초로 무사고 안전항해 30만 마일을 달성한 장보고함. 부대 제공
한국 잠수함 최초로 무사고 안전항해 30만 마일을 달성한 장보고함. 부대 제공


 

30년간 280만 마일 ‘무사고 항해’
도제식 교육으로 승조원 기량 올려

 
잠수함사가 기록한 30년 280만 마일 무사고 안전항해는 세계 잠수함 역사상 보기 드문 성과다. 280만 마일(450만㎞)은 지구를 129바퀴 항해한 거리에 해당한다. 잠수함사는 대기록 달성의 비결로 엄격한 교육과 훈련을 꼽는다. 잠수함사는 선배가 후배를 일대일로 교육하는 ‘도제식 교육’을 기본으로 승조원을 양성하고 현장 중심의 교육훈련으로 승조원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숙련된 잠수함 승조원이 되려면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7개월의 잠수함 기본과정을 마친 승조원은 1년 이상 잠수함 근무를 해야 ‘잠수함 승조자격(SQS)’을 얻을 수 있다. 이후 3년 동안 숙달 과정을 거치며 정예 잠수함 승조원으로 거듭난다. 승조원들은 이론교육은 물론 전문화된 실습과 평가, 엄격한 교육 훈련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방울을 흘리는 이들의 노력으로 무사고 안전항해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100번 잠항하면 100번 부상한다’는 부대 안전신조를 바탕으로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잠수함이 임무를 수행하는 바닷속에서는 사소한 실수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승조원들은 매일 출항 전 태세설정점검표(MCC·Material Condition Chart)를 기준으로 장비 상태를 꼼꼼히 점검한다. 잠수함사는 승조원이 개인별로 맡은 장비와 밸브를 일차적으로 관리하고, 직별장 또는 부서장이 장비 이상 유무를 이중·삼중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잠수함 운용 국가 대상 경험 전수
UAE 등 10개국 76명 이수


30년 전 지구 반대편 독일에서 잠수함 교육을 받던 대한민국은 이제 교육하는 국가로 변모했다. 잠수함을 운용하거나 운용하려는 국가를 대상으로 교육훈련, 전력화 경험 등을 전수하며 방산 수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특히 2005년과 2011년 우리 잠수함 승조원들은 국내 조선소에서 정비 중이던 인도네시아 잠수함 승조원들에게 특별교육을 지원하면서 군사외교에 일조했다.

또한 잠수함사는 국제잠수함과정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재래식 잠수함 운용국과 운용 예정국의 장교·부사관을 대상으로 수탁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13년 처음 개설한 이후 매년 열리는 국제잠수함과정은 일반학·특기전문학 등 잠수함 이론교육과 전술·조종·장비운영·소화방수훈련 등 실습교육으로 진행된다. 교육은 잠수함 운용 개념을 이해하고 주요 장비의 운용법을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뤄진다. 그동안 UAE·싱가포르·말레이시아·터키·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 10개국 76명이 이 교육을 이수했다.

 

설계에서부터 건조까지 우리나라의 기술로 완성한 3000톤급 중형잠수함 도산안창호함. 부대 제공
설계에서부터 건조까지 우리나라의 기술로 완성한 3000톤급 중형잠수함 도산안창호함. 부대 제공

  
서태평양훈련 참가한 이천함
어뢰 한 발로 美 퇴역 순양함 격침



잠수함사는 그동안 여러 연합훈련에서 굵직굵직한 성과를 냈다. 먼저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을 도입한 지 4년 만인 1996년 잠수함 단독으로 한반도에서 괌을 왕복하는 첫 원양항해에 성공했다. 1997년에는 하와이 왕복 항해에 성공하며 우리 잠수함의 안전항해 능력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또한 1998년 환태평양훈련(림팩) 참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0회 이상 하와이·싱가포르·호주 등에서 열린 연합훈련에 참가해 뛰어난 운용능력을 세계에 알렸다. 특히 1999년 괌 근해에서 열린 서태평양훈련에서 장보고급 잠수함 이천함이 단 한 발의 어뢰로 미 해군 퇴역 순양함 오클라호마시티(1만2000톤급)를 격침하며 잠수함 선진국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미군 기관지 성조지는 ‘One Shot! One Hit! One Sink’라고 보도하며 이천함의 우수성을 극찬했다. 이 문구는 잠수함사의 전투구호로 사용되고 있다.

무사고 안전항해 기록과 더불어 연합훈련에서 거둔 많은 성과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래식 잠수함 운용의 모범국가로 거듭났다.


 
위성통신 등 최신 지휘통신체계 적용
빅데이터 서버 도입·VR 교육도


잠수함사는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 기반의 ‘스마트 해군’ 건설에 발맞춰 ‘스마트 잠수함부대’를 만들기 위해 잠수함 스마트 지휘체계 기반을 다지고 있다.

잠수함사는 승조원들의 전투 수행 능력을 극대화하고자 잠수함 지휘통신 체계에 위성통신, 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먼저 스마트워치 기반 정보교환체계 도입에 매진하고 있다. 폐쇄된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함의 특성상 화재와 장비고장 등을 신속하게 식별하고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마트워치 기반 정보교환체계를 통해 수집된 대기 및 손상통제 정보는 잠수함 장비 운용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조기에 식별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승조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도록 관리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잠수함사는 잠수함 운용 관련 빅데이터 서버 도입, 가상현실(VR) 승조원 교육훈련체계 개념 연구 등 스마트 잠수함부대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터뷰] 안건영(중령) 장보고함장

“혼연일체 임무수행으로 30만 마일 무사고 안전 항해”




“뛰어난 작전운용뿐만 아니라 철저한 정비와 수리, 체계적인 교육훈련 등 모든 승조원이 자신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 덕분에 장보고함이 30만 마일 안전항해 기록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해군잠수함사령부 창설 30주년을 맞아 장보고함(1200톤급)이 무사고 안전항해 30만 마일을 달성해 주목받고 있다. 안건영(중령) 장보고함장은 기록 달성 비결을 묻는 질문에 “모든 승조원이 혼연일체가 돼 맡은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 덕분”이라고 답했다.

우리 해군이 1992년 독일에서 인수한 장보고함은 대한민국 최초의 잠수함이다. 2005년 10만 마일, 2011년 20만 마일 안전항해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이번에 30만 마일 안전항해 대기록을 달성하면서 대한민국 잠수함 운용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30만 마일은 우리나라에서 하와이까지 10회 오갈 수 있는 거리로 정비·수리, 교육훈련, 작전 등 모든 분야가 최적의 조화를 이뤄야만 사고 없이 이 거리를 항해할 수 있다는 게 안 함장의 설명. 장보고함은 1997년 우리 잠수함 최초로 하와이 파견훈련에 참가해 4500마일 단독 항해에 성공한 이후 다양한 연합훈련에 참가했고 70여 회에 이르는 전방해역 경비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 왔다.

안 함장은 “장보고함은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안전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출항 전 장비작동검사, 안전경고제도 등 다중 안전확인체계를 통해 완벽한 안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최고도의 안전의식 덕분에 현역 잠수함 중 가장 오래된 장보고함이 지금까지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보고함은 매 출동에 앞서 전투 의지를 다지고 안전 항해와 임무 완수를 다짐하는 출정식을 한다. 안 함장은 “장보고함 승조원으로서 가져야 할 자부심과 명예심을 잊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출정식은 완벽한 임무 수행을 다짐하는 하나의 의식”이라며 “30년 동안 이어진 이 전통이 30만 마일 무사고 항해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안 함장은 “잠수함은 좁은 함정에서 오랜 시간 작전을 수행해야 하므로 승조원 간의 전우애와 단결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우리는 한통속’이라는 말처럼 끈끈한 전우애를 바탕으로 전투준비태세를 확립하고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 장보고함이 임무를 마치는 날까지 안전항해의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글=안승회/사진=양동욱 기자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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