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완결 병영칼럼

[유윤경 병영칼럼] 6월의 어느 하루

입력 2020. 06. 01   14:50
업데이트 2020. 06. 01   14:54
0 댓글


유 윤 경 
국방FM ‘국민과 함께 국군과 함께’ 작가
유 윤 경 국방FM ‘국민과 함께 국군과 함께’ 작가


어느새 6월이다. 예전엔 필자에게 6월은 그저 ‘여름이 시작되는 달’ 정도로 다가왔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특별한 달이 됐다. 특히 6월이 기다려지게 하는 ‘하루’가 있다.

그 시작은 2014년이었다. 국방FM ‘국민과 함께 국군과 함께’의 진행자, 이계진 선생님이 우리 팀에 조심스럽게 제안하셨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이 되면 방송에서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친 분들을 기려야 한다는 내용을 전하는데, 우리가 직접 현충원을 다녀오고 나면, 글을 쓰는 작가도,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피디도, 그 내용을 전달하는 진행자도, 진심을 담아 방송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2014년 첫 현충원 방문을 시작했고,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우리 팀이 현충원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베트남전 참전 병사들의 묘역이다. 그곳에는 초대 주월 한국군 사령관이셨던 채명신 장군이 병사들과 함께 묻혀 계신다. 2013년 11월, 세상을 떠나신 채명신 장군이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전우들의 곁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기셨기 때문이다. 장군 묘역이 아닌 병사 묘역에서 병사들과 함께 잠들어 계신 채명신 장군의 묘를 직접 보면 마음에서 뜨거운 감동이 밀려온다.

또 현충원에는 무수히 많은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이 잠들어 계시는데, 그분들의 비문을 보면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날짜만 기록된 경우들이 적지 않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 6·25전쟁 당시 위기에 처한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하나뿐인 목숨을 바치고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분이 많기 때문이다. 끝없이 이어진 묘역과 짧디짧은 비문들을 보며 얼마나 많은 분의 헌신과 희생이 오늘을 만들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방송 준비하는 것도 바쁜데 현충원까지 직접 가야 하나?’ 조금은 귀찮은 마음도 있었다. 게다가 내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현충원의 이미지는 조용하고, 엄숙하고,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실제 현충원의 모습은 푸르고, 밝고, 화사하다. 우리가 매년 현충원을 방문하는 시기가 6월이라 그런지 그곳을 찾을 때마다 참전용사와 유가족, 후손, 학생 등 방문객이 적지 않다. 특히 선생님의 손을 붙잡고 걷고 있는 유치원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는데, 참 신기하게도 현충원의 풍경과 어린아이들이 참 잘 어우러진다. 현충원을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을 보면,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의 희생과 헌신의 역사가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는 생생한 오늘과 연결돼 있음을 느끼게 하기 때문일까.

코로나19라는 국가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영웅이 헌신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는 오늘을 지나 또 내일로 이어져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것이다.

‘6·25전쟁 발발 7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를 맞아 더 많은 사람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분들을 기억하길 바라며, 올해도 변함없이 우리 팀과 함께 현충원을 방문할 소중한 하루를 기다린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