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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병영칼럼] 음주운전과 강정호

입력 2020. 05. 28   16:19
업데이트 2020. 05. 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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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미 네이버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 영 미 네이버 스포츠 칼럼니스트

김명제는 2005년 두산 베어스의 1차 지명을 받고 6억 원의 계약금에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신인임에도 입단 첫해부터 1군에서 활약했고, 28경기 7승6패 평균자책점 4.63으로 신인왕 후보로도 거론됐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2009년 12월 28일 엄청난 사고가 뒤따른다. 음주운전을 하다 다리에서 추락하는 바람에 경추 골절상을 입었고 12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지만, 팔다리를 온전히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김명제는 야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팬들의 비난 속에서 서서히 잊혀졌다.

2014년 9월, 김명제란 이름이 뉴스에 다시 등장했다. 사고가 난 지 5년 만이었다. 그는 야구선수가 아닌 휠체어 테니스 선수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갔다. 2016년 여전히 휠체어 테니스 선수로 활약 중인 김명제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기자에게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을 때 수차례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고통스러웠던 재활훈련도 그를 지치게 했고, 재활 후에도 다시 야구선수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그를 절망에 빠트렸다고 한다. 휠체어 테니스는 그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줬다.

그는 인터뷰 당시 “2018년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게 된다면 쿼드 부문에서 메달을 따는 게 꿈”이라면서 “메달을 따게 된다면 잠실구장에서 시구하는 게 또 다른 목표다. 시구하고 나서 두산 팬들한테 진심으로 사죄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김명제는 실제로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 테니스 쿼드 복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잠실구장의 시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KBO는 세 차례의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강정호의 복귀 신청을 두고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심의한 끝에 1년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로 법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강정호는 2년 넘게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못했고, 지난해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재계약했지만 극심한 부진으로 방출됐다. 결혼으로 가정을 꾸리고, 또 다른 메이저리그 팀과의 계약을 추진했다가 여의치 않자 국내 복귀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강정호의 복귀 결정에 팬들은 등을 돌렸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음주운전을 한 선수에게 면죄부를 준 KBO에도 거센 비난을 퍼붓고 있다. 강정호는 ‘야구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야구장 밖에서도 내가 저지른 잘못을 갚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하며 살아가겠다’는 사과문으로 참회의 심정을 대신했지만, 기울어진 여론을 되돌리기란 요원해 보인다.

김명제와 강정호. 음주운전으로 인해 한 사람은 야구판을 떠났고, 또 한 사람은 비난을 무릅쓰고 여전히 야구와의 끈을 이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분명한 것은 ‘살인 행위’로 비유되는 음주운전 사고로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공인은 그 자리에 오르기도 어렵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더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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