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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발빠른 항로 탐색에…美, 해체된 함대 부활

입력 2020. 05. 22   17:12
업데이트 2020. 05. 2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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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북극 지역으로 확장되는 미·중 대결구도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남북 항로 및 북극권 개발을 놓고 미·중 간에 또 하나의 전선이 형성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기후 변화로 녹아버린 북극해의 빙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남북 항로 및 북극권 개발을 놓고 미·중 간에 또 하나의 전선이 형성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기후 변화로 녹아버린 북극해의 빙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지구촌은 끔찍한 기후 이변의 일상화를 체험했다. 우리나라를 강타한 가을 태풍,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호주의 초대형 산불, 아프리카 대륙의 지독한 가뭄, 유럽의 기록적 폭염 사태 등이 그것이다. 이상기후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는 온실효과 및 해수면 상승 등으로 재앙을 가져다주는 반면 북극의 빙하를 녹여 인류에게 ‘제3의 항로’를 선물로 안겨줄 수도 있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에 대한 책임문제, 남중국해 일대 ‘항행의 자유’ 작전을 둘러싼 군사적 대치, 미·중 무역분쟁, 차세대 기술패권 전쟁에 이어 북극 항로 및 북극권 개발을 놓고 미국과 중국 간에 또 하나의 전선이 형성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북극권과 북극 항로의 중요성


북극권은 지구 표면의 6%에 불과하나, 전 세계 미개발 원유의 13~25%, 천연가스의 30~45%가 매장된 자원의 보고다. 북극 빙하지대는 지난 30년 동안 40%가 줄었다. 빙하가 사라지면서, 2017년 8월 역사상 최초로 화물선이 쇄빙선의 도움을 받지 않고 북극 항로를 완주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기존의 수에즈·파나마 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북극해를 통과하는 루트가 ‘제3의 항로’로 떠올랐다. 북극 항로가 상용화되면 부산항을 출발해 서유럽 해운의 중심지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가는 시간을 열흘 정도 줄일 수 있다. 혹자는 물류비와 이동시간 단축의 이점을 가리켜 북극 항로를 ‘21세기 실크로드’에 비유한다. 러시아 정부의 추정에 따르면 북극 항로 운송량은 2016년부터 연평균 35%씩 증가, 2017년의 974만 톤에서 2030년에는 5100만 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북극 항로가 열리면 1848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되자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도시 발전이 이뤄진 ‘골드러시(gold rush)’와 비슷하게 ‘콜드 러시(cold rush)’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극권·북극 항로의 선두주자는 러시아

지리적 측면에서 북극해 해안선 면적이 가장 넓은 러시아가 제일 유리한 위치에 있다. 2013년부터 러시아는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북극 항로에 인접한 섬과 반도 일대에 영하 50도의 혹한에도 견딜 수 있는 7개의 군사기지를 세워, 항공기·미사일·함정 등을 공격할 수 있는 최첨단 레이더 및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했다. 2014년 12월 1일에는 기존 북양함대를 모체로 ‘북부합동전략사령부(JSCN: Joint Strategic Command North)’를 신설했다. JSCN의 핵심전력은 약 40척의 순양함, 구축함, 코르벳함 등 각급 전함 40척과 전투기·정찰기 등을 보유한 북방함대와 제1공군 및 방공사령부 등이다. 지난 1월 메드베데프 총리는 ‘북극 항로 인프라 개발계획’을 승인했다. 계획의 핵심은 △2024년까지 북극권 4개 공항의 인프라 대폭 확충 △북극 항로의 거점이 될 페베크(Pevek)항과 사베타(Sabetta)항 시설 업그레이드 △2026년까지 핵추진 쇄빙선 5척 추가 건조 등이다.


‘북극 실크로드’ 구축을 추진하는 중국


2018년 1월 중국은 『북극정책백서』를 발간해 ‘북극몽(北極夢)’의 비전을 알렸다. 백서의 4대 정책목표는 ‘북극 이해, 북극 보호, 북극 개발, 북극 거버넌스 참여’다. 핵심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북극 지역으로 확장한 ‘북극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2017년 중국은 그린란드에 3개 공항 건설을 추진했으나, 이것이 군용 목적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한 미국의 개입으로 무산됐다. 북극권 활동 및 자원 개발은 1996년 출범한 북극이사회(Arctic Circle)가 관장한다. 이사회는 북극권 8개국(미국·러시아·캐나다·아이슬란드·노르웨이 등)으로 구성된다. 옵서버(Observer·참관국)로 한국·중국·일본·독일 등 비(非)북극 13개국이 있다. 중국은 북극에서 3000㎞나 떨어져 있지만 ‘북극 인접 국가’로 자처한다. 2018년에는 2세대 쇄빙선인 쉐룽(雪龍) 2호를 띄워 북극 항로를 탐색 중이며, 조만간 3세대 핵추진 쇄빙선을 건조할 예정이다. 중국의 최대 관심사는 북극 항로를 통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들여와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는 것이다.

‘트라이던트 정처(Trident Juncture)’ 훈련에 참가한 미 해병2사단 탱크대대의 모습. 
 사진=NATO 홈페이지 영상 캡처
‘트라이던트 정처(Trident Juncture)’ 훈련에 참가한 미 해병2사단 탱크대대의 모습. 사진=NATO 홈페이지 영상 캡처

제2함대 부활로 북극해로의 진출을 서두르는 미국

2018년 7월, 미 해군은 2011년 해체했던 제2함대를 재창설했다. 2함대의 책임구역은 미 본토 동부와 북극해 및 북대서양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북대서양과 북극권 사이에 있는 그린란드 인수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덴마크는 그린란드가 “팔려고 내놓은 물건이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이 섬은 우라늄·아연·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같은 희토류 금속이 1000만 톤 이상 매장된 자원의 보고인 동시에 북극 항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무엇보다 미국은 중국이 북극 일대를 제2의 남중국해로 만들려는 야심을 가진 것으로 의심한다. 미국 처지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이 북극권에 핵잠수함을 은밀히 배치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2018년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을 적시하며 “북극 개발에 어떤 권리도 없다”고 못 박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또 미국은 2018년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과 더불어 북극권 일대에서 가상 적국 부대의 상륙을 상정해 ‘트라이던트 정처(Trident Juncture)’란 대규모 군사훈련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 무관노트

주요국 차세대 쇄빙선 건조 열풍, 조선 강국인 우리에게 좋은 기회 될 수도

전문가들은 21세기 중반이 되면 북극해에서 빙산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북극권 일대에 묻혀 있는 900억 배럴의 석유와 47조㎥의 천연가스를 비롯해 차세대 에너지원인 ‘불타는 얼음’ 메탄하이드레이트와 망간·구리·니켈·금 같은 광물자원의 개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북극권에 영토를 가진 국가가 8개국(북극이사회 회원국)이고, 저마다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주장하지만, 유엔이 공식 인정한 국가는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뿐이다. 러시아와 덴마크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도 북극 해저에 대한 영유권을 내세우지만, 주장하는 수역들이 중복돼 분쟁지역으로 남아있다.

또 북극 인접국을 자처하는 중국과 북극에 중국은 어떤 권리도 없다고 주장하는 미국 간에 새로운 전선이 형성될 조짐이다.

북극이사회 옵서버 국가인 우리나라는 『2050 극지비전』에서 극지(남극·북극) 세계 7대 선도국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주요국들의 차세대 쇄빙선 건조 열풍은 조선(造船) 강국인 우리에게 좋은 기회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유라시아 대륙을 철도로 연결하는 사업은 추진하기 어렵다. 하지만 북극 항로는 육상철도의 장점을 대체할 수 있다. 부산항을 북극 관문도시로 삼아 북극 항로 개척에 적극 나선다면, 새로운 에너지원 확보 및 새로운 해상물류체계 구축 등을 통해 차세대 경제성장의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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