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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관계: 미국 내의 시각과 시사점

입력 2020. 05. 19   11:21
업데이트 2020. 05. 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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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안보정세 분석(한국국방연구원 발행)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diploksy@kida.re.kr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중국 우한(武漢)에서 집단 발병이 발생한 이래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며,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 11일 부로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을 선언하였다.


중국의 상황은 강력한 방역대책의 결과로 소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2020년 1월 후반에 첫 확진자가 보고된 이래로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5월 5일 기준으로 코로나19에 의한 사망자가 7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기존의 미·중 관계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는 중이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19의 세계적 확산과 파급효과에 대한 대응의 차원에서 미·중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견해가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협력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의 국제정치적 파급효과로 말미암 아 미·중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 내의 논의 동향은 북핵문제에 대한 양국 협력의 필요성과 미·중 전략 경쟁이 공존하는 한반도 안보 상황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코로나19 사태의 해결을 위한 협력의 성공 여부가 북핵문제에 대한 미·중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말해주는 시사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중 경쟁의 심화가 한국에 제공하는 도전과 기회 요인을 식별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해결을 위한 미·중 협력의 필요성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은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을 부각시켜왔다. 따라서 코로나 19의 세계적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미·중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미국 내에서 부각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양국의 전략적 노선 및 체제적 차이와 별개로 현 국제정치 무대의 핵심 행위자인 미·중이 코로나19의 대유행이라는 전 세계적 위협에 대응해야 할 당위적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래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및 국방전략은 미·중의 전략 경쟁의 필연성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양국의 협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파급효과에 대한 대응논리에도 투영되고 있다. 즉 미·중 전략 경쟁에 따른 양국 갈등의 필연성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미·중 협력 관계의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그에 따른 제반 파급효과가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미·중의 전략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양국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켜주는 ‘모범적인 기회(paradigmatic opportunity)’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협력 관계의 구축을 통해서 미·중의 전략적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현실주의적 시각과 자유주의적 시각을 대표하는 이론가들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양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시켜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실주의적 시각을 대표하는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대중 정책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과 협력의 상대로 규정하는 상호 긴장 관계의 논리들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자유주의적 시각을 대표하는 조셉 나이(Joseph Nye) 역시 전염병 위협을 넘어서 기후변화 등과 같은 초국가적 위협(transnational threats)의 영역에 있어서 지구적 공공재를 제공하기 위한 미·중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협력적 경쟁(cooperative rivalry)’ 관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제안들은 공히 미·중 전략 경쟁에 대한 집중으로 말미암아 초국가적 위협에 대한 대응의 중요성을 배제하는 전략이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으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경쟁의 심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그에 따른 파급효과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미·중은 이러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코로 나19 확산의 원인 및 대응 방향을 둘러싼 미·중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배경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미·중협력에 대해 중국이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미국 내의 대중 비판론자들을 중심으로 고조되고 있다. 또한 미·중 전략적 경쟁 상황에서도 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 역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대한 양국 대응 양상의 부정적 상호작용으로 말미암아 미·중 협력의 가능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중 협력의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고조되는 상황과 맞물려서 코로나19 사태가 미·중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시각이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초기 국면에서는 코로나19의 중국 내 확산이 문제로 부각됨에 따라서 미·중 경쟁이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된 바 있다.


하지만 방역대책에 있어서 중국의 성공과 미국의 실패가 교차되는 국면을 배경으로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의 차원에서 유리한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과 더불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선도적 국가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인식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미국 내의 논의 동향은 연성권력(soft power)의 차원, 국제기구와 신흥 안보영역에서의 영향력 차원, 그리고 지정학적 경쟁의 차원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미·중 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 코로나19 사태가 연성권력의 차원에서 미·중 경쟁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코로나 19사태의 원인과 대응 방향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양국의 국내외적 선전전(propaganda war)은 이러한 경쟁의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미·중 경쟁이 양자 대결의 양상을 넘어서 자신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상대방의 이미지를 훼손시킴으로써 주변국들을 자신의 편으로 포섭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는 방역대책에 있어서 권위주의적인 정치체제가 민주주의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논리를 전파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부각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의 미국 내 확산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과정이 권위주의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들은 코로나 19 사태에 대한 대응에서 권위주의적 해결 방식보다 우월한 민주주의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둘째, 국제기구와 신흥 안보영역에서 미·중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부각되고 있다. 전자와 관련하여 미국 내의 시각이 우려하는 바는 코로나19 사태를 배경으로 중국이 미국을 대신하여 국제기구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보건기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이러한 우려는 코로나19 사태가 국제연합(UN)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후자와 관련하여 미국 내의 시각은 보건 안보와 네트워크 안보 등 신흥 안보의 영역에 있어서 미·중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건강실크로드(Health Silk Road)’를 구축할 것이라는 중국의 공약에 주목하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의 파급효과로 네트워크 기반의 중요성이 부각 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디지털실크로드(Digital Silk Road)’의 구축을 통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역시 우려되는 점이라고 할 것이다. 셋째, 지정학적 차원에서 미·중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특히 미국 내의 시각이 주목하는 바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양국의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술한 연성권력과 국제적 영향력 차원에서의 미·중 경쟁 양상은 역내 지정학적 경쟁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변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경쟁이 군사적 차원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미군 보호 조치가 미 군사력과 연합 전력의 준비태세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남중국해에 전개되고 있던 미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USS Theodore Roosevelt)함 내의 코로나19 감염자 발생에 따른 작전 수행 차질은 이러한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의 경제적 충격에 따른 미 국방예산의 제약으로 말미암아 중국과의 군사적 경쟁에 있어서 미 군사력의 준비태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적 열점 지역에 대한 군사적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는 중국과의 군사·안보적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미 군사력의 투사전략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해야 하는 도전을 주고 있다.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시사점

코로나19 사태가 미·중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미국 내의 시각은 현 시점에서 미·중 협력 관계의 구축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에 따른 사망자 속출 및 경제적 파급효과에 직면하고 있는 미국 내의 여론의 방향 역시 초당파적으로 중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고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트럼프 행정부 내의 대중 강경론자들은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중국과의 생산 연계망을 차단하고 관련 생산 기반을 미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 내의 동향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의 해결을 위한 미·중 협력 관계가 구축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될것인가라는 점이다. 관련해서 미국 내의 코로나 19 확산이 수습되는 국면을 계기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미·중협력이 구축될 수 있느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미·중협력을 통한 대응이 성공할 경우 양국은 전략적 경쟁 상황에서도 협력을 통해 공동의 안보이익이 걸려있는 영 역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핵문제의 해결에 대한 양국의 협력 구축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다. 또한, 미국 내의 시각은 코로나19 사태가 기존의 미·중 경쟁 관계를 심화시키는 매개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가 제공하는 도전 요인과 더불어 기회의 요인을 식별할 필요가 있다. 전자의 맥락에서 미·중 군사안보적 경쟁의 심화 및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미 군사력의 운용과 동맹전략의 변화가 한국 안보에 시사하고 있는 함의를 식별하고 대응 방 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미·중 갈등이 양국의 또 다른 경제 전쟁의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대한 대응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반면 후자의 맥락에서 보건 안보 등 신흥 안보 영역에서 전개되는 미·중 경쟁은 한국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한 방역 대책을 통해 형성된 선도적 국가라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미·중 경쟁의 상황을 국익의 증진으로 연결 시키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 본 문서는 연구자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국방연구원의 공식입장은 아님을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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