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가 나를 지키듯 … 코로나 전쟁서 전우의 생명 구한다
우리 부대 명품 전우를 소개합니다 - 시즌2
(32) 해군1함대 대구함 의무장 박준식 상사
주말 반납한 채 코로나 예방 만전
9년간 군 체력검정 전 종목 특급
심리상담 등 전문적 지식 쌓기도
“내 등을 지켜주는 전우는 가족”
천안함 유해 수습하며 전우애 되새겨
“3대가 군 복무…존재만으로 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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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피로가 누적됐지만 어김없이 군복을 입고 나선다. 하루 일과는 코로나19로 인한 함 전체 소독과 승조원들의 체온 측정으로 시작한다. 벌써 다섯 달째다. 지난 1월 중순부터 주말도 반납한 채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모두가 힘들지만 임무에 대한 한 치의 소홀함도 있을 수 없다. 그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코로나19라는 강적은 단 한 번도 침투하지 못했다. 전우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더 철저히 더 완벽히 이뤄지지 않을 전쟁이다. 전우의 건강과 생명을 최전선에서 지키고 있는 주인공을 만나봤다.
‘코로나19 예방’ 24시간 마스크 착용은 기본
허리춤에 포켓 마스크를 착용하고, 상의 앞주머니에 산소포화도 장비를 늘 가지고 다니는 해군1함대 대구함(FFG-818) 의무장 박준식(39) 상사. 그는 대구함에서 승조원들의 건강관리, 예방의무와 함정 시설에 대한 방역, 긴급 처치 및 환자후송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박 상사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발생했을 때도 어김없이 강화된 방역활동과 예방의무 활동을 신속히 진행, 바이러스의 부대 유입을 차단하는 데 힘썼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제적인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다.
콧등이 쓸리고, 귓바퀴가 아려도 잘 때와 씻을 때를 빼고는 24시간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다. “마스크가 이젠 몸의 일부가 된 것 같아요. 제가 걸리면 슈퍼 전파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해도 장시간 마스크 착용은 필수입니다.”
그는 함 내 유일한 의무장으로 일과 전과 후, 일과 중 하루 세 차례 함 전체를 꼼꼼히 소독한다. 더불어 장병들의 체온측정과 건강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이러한 박 상사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고 승조원들의 감기 증상도 많이 줄어들었다.
“함정은 특성상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경이죠. 건조하고 밀폐된 공간은 물론, 장비의 열을 식히기 위해 에어컨을 작동하거든요. 다행히 모든 승조원이 감기나 바이러스를 이기기 위한 기본수칙에 동참해줘서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몸이 피곤하다고 자신의 건강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상사는 부대원들이 건강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자신부터 체력을 키워야 전우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해 더욱 몸 관리에 신경 쓴다. 그 결과 2012년부터 지금까지 군 체력검정 전 종목 특급을 받았다.
남다른 전우애…헌신적인 의료업무
박 상사에게 전우란 어떤 의미일까.
“만약에 전시가 되면 저는 환자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무기 없이 싸워야 하잖아요. 그럼 제 등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옆에 있는 전우뿐이거든요. 제게 전우는 저를 지켜주는 ‘가족’입니다.”
박 상사는 주말 오후 잠깐의 쉬는 짬이 생겨도 집안에서 가족들과 자체 격리 중이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은 아빠를 가까이 하지 못해 안타까워한다고.
“딸이 꼭 새벽에 일어나 제가 출근하기 위해 나가는 걸 보더라고요. 아빠를 위해 ‘필승’을 외치며 거수경례하는데 그때는 딸의 애교에 모든 스트레스가 녹는 기분입니다.”
박 상사는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에서 부상자 처치와 전사자 수습지원 임무를 수행하면서 그때 남다른 전우애를 키울 수 있었다. “고(故) 남기현 상사 유해를 수습하면서 처음 만나는 분이지만 ‘내 가족이나 형들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되면서 진심을 다해 전우를 생각하며 임무완수에 최선을 다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승조원들의 부상이나 사고 후에 겪게 될 심리적 변화도 세심하게 신경 써줄 수 있는 부분임을 느끼면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기 위해 심리상담사2급 자격(2015년)을 비롯해 생명사랑 지킴이 교관·성폭력 예방 교관·실용적 자살중재능력 훈련(ASIST) 등의 과정을 이수했다.
“각종 전염병 등 비군사적 위협이 나날이 증가하면서 포괄적 안보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의무 직별은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코로나19라는 의료전시에 맞서 각종 질병과 부상으로부터 언제든 싸워 이기고, 전우가 아무리 위험한 상황일지라도 가족의 품에 도착할 때까지 제 손으로 전우의 생명을 붙잡고 있을 수 있도록 더욱 헌신적으로 의료업무에 임하겠습니다.”
해군 ‘병역명문가’, 3대 군 복무기간 110년
박 상사의 가족은 지난 2018년 6월 ‘해군 병역명문가’로 선정됐다.
박 상사의 할아버지 고 박옥동(예비역 해군병장) 씨는 1955년 해군병으로 복무 후 전역했다. 아버지 박충근 예비역 해군준위는 36년간 군 생활을 했다. 큰형 박창욱 해군 주임원사는 현재 5성분전단 천왕봉함에서 근무 중이다. 쌍둥이 형 박성훈 상사도 함께 임관, 현재 8전투훈련단 82육상훈련전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작은 형수 강민주 중사는 5성분전단 독도함의 의무부사관으로, 아내 권진경 중사는 교육사령부 의무부사관(육아휴직 중)으로 해군의 길을 함께 걷고 있다. 3대의 복무기간을 다 합하면 110년이 넘는다.
“군 복무를 하면서 큰형의 헌신적인 모습, 작은형의 용기 있는 모습, 그리고 작은 형수와 아내의 해군에 대한 명예심을 보고, 군인으로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고 있습니다. 때로는 힘든 시간도 있겠지만, 걸어가는 이 길에 가족의 존재만으로 큰 힘이 됩니다.”
진해에서 글=조아미/사진=한재호 기자
‘군인의 품격’이란?
해군1함대 박준식 상사는 “해군의 군복 속에는 손원일 제독의 신사도 정신이 깃들어 있다”면서 “군복을 입고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볼 때마다 제가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해군의 이미지를 대표한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긴다”고 말했다.
군 장병의 행동이 군의 가치를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그는 “외출·외박·휴가 시 입은 군복과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한다면 우리가 입은 군복은 전혀 멋져 보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우리가 군복을 입는 이유’와 ‘해군의 신사도 정신’을 떠올렸으면 좋겠고, 군인의 품격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나만의 군 생활 성공 팁3
- 옆의 전우를 위해 내가 먼저 움직이면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된다.
- 나의 가치와 한계는 나만이 정할 수 있다.
- 감사, 미소, 배려는 줄어들거나 사라지지 않는 최고의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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