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국제 이슈 돋보기

서태평양 中 확장세 견제…미야코지마 요충지 부상

입력 2020. 04. 24   16:13
업데이트 2020. 04. 24   16:20
0 댓글

일본의 낙도(落島) 방어와 남서제도의 군사기지화


2010년 9월 中 어선-日 순시선 충돌 계기 센카쿠 열도서 첨예한 대립
2013년 이후 中과 남서제도 충돌 시 미사일 초기대응 위한 시설 추진
올해 3월 미야코지마에 미사일부대…해상·항공자위대 역할도 가시화

지난 5일(현지시간)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에 있는 육상자위대 주둔지에서 미사일부대 발족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에 있는 육상자위대 주둔지에서 미사일부대 발족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3월 26일 일본 자위대는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宮古島)에 미사일부대를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2019년 3월 미야코지마에 380명 규모의 경비부대가 배치됐으며, 이번에는 60명 규모의 지대함미사일부대(12식 SSM 운용)와 180명 규모의 지대공미사일부대(03식 SAM 운용)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2019년 4월 이와야 다케시 당시 방위대신은 미야코지마에 주둔하고 있는 육상자위대 부대를 시찰하면서 ‘일본 방위의 최전선’이라고 언급했다. 이렇게 미야코지마가 군사요충지로 부상하는 데는 일본의 낙도방어태세 강화라고 하는 방위전략이 그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의 낙도방어는 동중국해에서 군사력 균형이 중국에 기울어지지 않게 하면서 일본의 실효적 지배를 유지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낙도방어의 범위는 규슈 남단에서 대만 동쪽까지 뻗어있는 남서제도에 위치한 1200㎞ 길이의 군도다. 여기에는 아마미오시마, 오키노에라부지마, 구메지마, 오키나와 본섬, 미야코지마, 이시가키지마, 요나구니지마 등이 포함된다. 이번에 미사일 부대가 배치된 미야코지마는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을 두고 다투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로부터 약 210㎞ 떨어져 있다.

이러한 일본의 낙도방어태세는 서태평양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군사기지화 움직임이다. 아베 정부는 2013년 국가안보전략서(國家安全保障戰略)에서 밝힌 대로 해양국가로서 ‘열리고 안정된 해양’을 지킬 수 있는 해상 및 공중 우세를 확실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그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냉전기 소련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하고자 북부 홋카이도에 자위대를 중점적으로 배치했다면, 현재 미·중 경쟁의 안보 상황에서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남서제도에 점진적으로 자위대를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서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해양패권을 견제하면서 일본 주도의 지정학적 이해를 관철시키고자 한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 갈등

센카쿠 열도는 현재 일본이 실효지배를 하고 있으나 일본·중국 모두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1972년 일본과 중국의 국교정상화 교섭 당시 센카쿠 문제가 협의 의제로 들어갔지만 결론적으로 영유권 문제를 미뤄둔 채 국교정상화가 진행됐다. 이후 일본 정부는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불법 어업을 하는 중국 어선에 대해서는 강제 퇴치하고, 센카쿠 열도에 상륙한 중국인들에 대해서는 강제 소환하는 정책을 취했다.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분쟁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같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일본이 적극적인 대립으로 맞서는 분기점이 된 것이 2010년 9월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충돌 사건이었다. 일본 정부가 중국 선장을 공무집행 방해로 구속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센카쿠 열도가 미·일안보조약 5조에 따른 미국의 대일 방어의무가 적용되는 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중·일 분쟁에 대한 미국의 선언적 개입을 확보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선장 석방을 요구하면서 희토류 수출 중단을 발표하는 등 일본에 대해 강압 외교를 펼쳤다. 중국의 경제적 보복 조치에 일본은 중국 선장을 석방했고 센카쿠 문제는 적어도 외교적으로는 수습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소강 상태는 지속되지 못했고 센카쿠 문제는 더 복잡하게 전개됐다. 2012년 1월 중국 인민일보가 센카쿠 열도를 핵심이익으로 표현하면서 논쟁이 재점화됐고, 9월 일본 정부는 센카쿠 열도의 무인도 5개 가운데 3개 섬에 대한 국유화를 결정해 행정구역(오키나와현 이시가키시) 내로 편입시켰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센카쿠 열도를 영해기선으로 표시한 해도를 유엔에 제출하는 등 센카쿠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갈등은 점차 고착화됐다.



방위계획 대강에 명시된 낙도방위

2010년 12월에 발표된 방위계획 대강에서 처음으로 남서제도의 방위력 정비를 언급했다. 이를 통해 일본의 낙도방어와 해양권익을 확보하고, 서태평양에서 미군의 안정적인 현시를 전개하며, 서태평양 국가들의 자유항행을 보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남서제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일본과 미국이 공동으로 공유하고 있다는 맥락으로 읽힌다.

2013년 12월에 발표된 방위계획 대강은 낙도방어에 대한 더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일본의 남서제도 방어선과 중국의 제1도련선이 중첩되는 상황에서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로 남서제도의 군사기지화를 착실하게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을 담기 시작했다. 남서제도에 대한 정보수집·경계감시 활동을 강화해 중국의 선제적인 도발을 견제하는 한편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사일부대로 초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군사시설 배치를 추진했다. 아마미오지마, 미야코지마, 이시가키지마가 우선적으로 고려됐다. 또한 낙도를 점령당하게 된다면 이를 신속하게 탈환하기 위한 작전을 실행할 수 있는 수륙기동단(해병대에 해당) 창설을 추진했다.

이러한 기조는 2018년 12월에 발표된 방위계획 대강에도 지속됐다. 낙도를 포함한 일본에 대한 공격에 대해 필요한 부대를 신속하게 기동·전개하며 해상 및 항공 우세를 확보해 적의 접근과 상륙을 저지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해상 및 항공 우세의 확보가 곤란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중거리(stand-off) 방어능력을 확보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러한 전력 증강은 일본이 비군사화의 규범으로 지켜오던 전수방위의 원칙을 형해화(形骸化)하는 추동력으로 작동할 개연성이 크다.

남서제도 군사기지화 착실하게 실행

현재 남서제도의 군사기지화는 육상자위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6년 3월 요나구니지마에 정보수집 기능을 담당하는 연안감시부대를 배치하고, 2018년 3월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 수륙기동단을 신설했다. 2019년 3월 아마미오지마와 미야코지마에 각각 경비부대가 배치됐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2020년 3월 미야코지마에 미사일부대가 배치됐다. 이와 함께 일본의 낙도방어태세가 육·해·공 자위대의 합동성에 기반한 통합방위력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해상자위대·항공자위대의 역할도 가시화되고 있다. 2017년 7월 항공자위대는 남서항공방면부대를 신설해서 남서제도에 대한 실효적 방어가 가능하도록 전력을 배치하기 시작했으며, 2018년 5월 해상자위대는 육상자위대의 수륙기동단과 처음으로 수륙기동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2020년 4월 11일 중국의 랴오닝호 항모전단이 오키나와와 미야코지마 사이의 미야코 해협을 통과해 서태평양에서 편대 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됐다. 일본의 낙도방어태세가 점차 군사적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향후 남서제도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갈등 가능성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조 은 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치학 박사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