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안부를 전하다

입력 2020. 04. 10   14:47
업데이트 2020. 04. 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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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나림 육군소령 국군수도병원·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선임간호장교
여나림 육군소령 국군수도병원·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선임간호장교


“송○○ 환자분이 CCTV에서 사라졌습니다!”

다급한 후배 간호장교의 외침에 모두가 CCTV 앞으로 달려갔다.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음압 격리)에 치료 목적으로 설치된 CCTV 화면 그 어디에도 환자는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민간에서 들어온 송○○ 환자는 고열과 섬망(의식 혼란) 증세가 있었고, 86세라는 고령에 폐암이라는 기저질환까지 있어서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 어딘가에 쓰러져 있거나 혹시라도 음압 격리병실 밖으로 나온다면 모두가 감염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간호장교 생활 중 이토록 긴장한 적이 있었을까. 개인보호장구(PPE)를 입고 들어간 동료가 다행히 화장실을 찾아 병실 밖으로 나오려던 환자를 발견해 침대로 옮겨 앉혔고, 우리는 서늘해진 가슴을 조용히 쓸어내렸다.

‘코로나19 의심환자 2명 내원 예정’이라는 연락을 받은 지난 1월 27일부터 국군수도병원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됐다. 언제 끝날지, 얼마나 환자가 많아질지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이미 준비돼 있었다.

2개월이 지난 지금, 병원장님을 중심으로 우리는 여전히 함께 나아가는 중이다. 급격히 늘어나는 환자와 잠시만 입어도 땀에 흠뻑 젖어버리는 PPE에 지칠 때도 있지만, 임무에 집중하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잘라버렸다는 후배, 간호업무를 분담하겠다는 군의관까지 서로를 밀어주며 하루하루를 막아내고 있다. 우리로 인해 국가와 국민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면… 지금이 바로 우리 존재의 가장 큰 이유를 실현하는 순간일 것이다.

환자가 퇴원하는 날이면 모두의 얼굴이 밝아진다. 79세로 입원 당시부터 고열과 저산소증, 심한 폐렴으로 의료진을 긴장시켰던 김○○ 환자는 우리에게 ‘카스테라 할아버지’로 통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짧은 호흡만 겨우 내쉬며 식사도 못 하시던 그가 유일하게 찾는 것이 카스테라였기 때문이다. 만약을 대비해 인공호흡기까지 준비해두고, 새벽에 급격한 상태 악화로 군의관이 달려왔던 적도 수차례. 그가 죽 한 그릇을 싹 비우던 날, 우리는 모두 박수를 쳤다. 병원 문을 나서며 그와 보호자가 흘린 감사의 눈물을 보면서 우리 역시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내일을 알 수 없어 두렵기도 하고, 급박히 돌아가는 현장이 때로는 버겁지만, 간호장교로서 지금만큼 보람된 순간은 없었다. 힘들지만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우리의 안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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