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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의 해상연합(海上聯合, Joint Sea): 한국 해양안보에 대한 함의

입력 2020. 04. 10   14:29
업데이트 2020. 04. 1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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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 Periscope 190호(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발행)


2009년 중국 국제관함식 해상사열 장면. 국방일보 DB.
2009년 중국 국제관함식 해상사열 장면. 국방일보 DB.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이 깊어지면서, 군사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역시 확대·심화되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에는 중·러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사상 첫 연합초계비행을 수행하던 중 양국의 군용기 5대가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으로 진입하였으며, 이 중 러시아 군용기 1대는 독도 영공을 무려 두 차례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곧바로 양국 대사관 무관 등을 초치하여 항의하였으나, 중국은 KADIZ 진입이 국제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으며 러시아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우리 영공 침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우리 KADIZ와 영공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인식, 복잡해지는 동북아 정세 그리고 미국과 중·러 간 갈등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양국이 한반도 인근에서 감행하는 군사적 도발은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과 이로 인해 강화되는 군사협력의 제도화 및 상시화를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봐선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글에서는 중·러 양국이 연례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는 해상연합(海上聯合, Joint Sea) 훈련의 위치와 규모, 의도 등을 살펴보고 한반도 안보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2000년대 초 중국과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설립하였고, SCO의 틀 내에서 몇 차례 연합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양국이 실시하는 연합훈련이 본격적으로 제도화된 것은 2010년대 이후라고 볼 수 있으며, 훈련 지역 역시 기존 중앙아시아에서 한반도 인근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례로 중·러는 2012년 4월 중국 산둥성에서 ‘해상연합-2012’라는 이름으로 연합훈련을 실시한 이후 2019년 5월까지 매년 1-2회씩 총 10회의 해상연합훈련을 실시하였고, 이 중 7회가 한반도 인근 지역에서 실시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3회는 지중해와 발틱해, 남중국해 등지에서 각 1회씩 실시한 것에 그쳤다.


이 지역에서 양국 간 연합훈련이 빈번해지는 데에는 한반도 해역으로의 점진적 진출을 노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의도도 있겠으나, 더욱 중요한 것은 양국 간 훈련시 한국군과 주한/주일 미군의 대응 태세 및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 시험 등 對美군사적 견제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이 기간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주도로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정책을 추진한 데 이어, 2017-18년 사이 발간된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NDS), 『핵태세검토』(NPR) 보고서 등을 통해 중·러를 ‘수정주의 국가’, ‘전략적 경쟁국’ 혹은 ‘라이벌’로 규정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본격화 하는 등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자극을 지속하였다. 한국에 배치된 THAAD 시스템 및 남중국해의 항행의 자유 작전 그리고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2019년 7월 발간한 국방백서에서 미국에 대해 아태군사동맹을 강화하고 군사 배치를 확대하는 등 지역 안보형세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이처럼 한반도 인근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연합훈련이 강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패권국가인 미국과 도전국가인 중국-러시아 간 갈등이 내재되어 있음을 추론해볼 수 있다. 2019년 7월 중·러가 KADIZ를 무단진입 했을 당시 우리 국방부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중·러가 아태지역에서 對美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양국이 對美견제 등을 위해 KADIZ 진입과 이탈을 반복하였다고 보고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INF를 탈퇴한 이후 아시아 지역에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를 시사하고, 그 후보지 중 하나로 한국이 언급되는 현 시점에서, 한반도 인근 지역 및 해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도발은 더욱 상시화되고 과감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우리는 중·러 간 해상연합 훈련 및 KADIZ 무단진입 등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안보 도전이라는 인식을 갖고, 중·러 관계 전반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연구 및 추적을 지속할 필요성이 있다. 아울러 군사적으로 최소 억지력의 확보를 구축하는 한편,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중국의 군사적 굴기 및 그 영향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

김선재
국회도서관 의회정보실 국외정보과 해외자료조사관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 수
  
약력
김선재 조사관(ksj4728@nanet.go.kr)은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를 졸업했고 중국 길림대학교에서 중국-러시아 관계를 주제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외교부 동북아국 연구원을 거쳐 현재 국회도서관 해외자료조사관(중국 담당)으로 재직 중이다.

김태호 교수(taehokim@hallym.ac.kr)는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외과 교수이자 현대중국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2008년 이후 해군발전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해양전략연구소(KIMS) 이사이자 선임연구위원이다.

국내외 관련자료
· Ling Guo and Steven Lloyd Wilson. “China, Russia, and Arctic Geopolitics.” The Diplomat. March 29, 2020.
· Lyle J. Goldstein. “The Fate of the China-Russia Alliance “ The National Interest. January 25, 2020.
· KO SAKAI. “Russia all but destined to edge closer to China in 2020 “ Nikkei. January 11, 2020.
· Liu Zhen. “China, Russia and South Africa team up for first joint naval drill.” SCMP. November 2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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