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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선 견장일기] 커피믹스 리더십

입력 2020. 04. 02   15:20
업데이트 2020. 04. 0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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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충 선
육군22사단 공병대대·중령
유 충 선 육군22사단 공병대대·중령
  
길거리에 나가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커피 전문 체인점. 심지어 충성마트(PX)에만 가더라도 참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찾아볼 수 있다. 용기에 담긴 액상 커피부터 분말 형태의 커피믹스까지…. 그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면서도 쉽게 찾는 것이 바로 ‘커피믹스’가 아닐까 싶다. 전문 바리스타가 아니어도 누구나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 보니 중대 행정반이나 사무실에서 커피믹스 한두 통은 쉽게 볼 수 있다.

간부들에게 교육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커피믹스로 커피를 잘 타는 방법을 아는 사람? 어떻게 해야 맛있게 탈 수 있을까?” 대대장의 뜬금없는 질문에 모두 당황하던 간부들은 “물 조절을 잘해야 한다”는 정도의 대답이 전부였다. 여러분은 과연 이 질문의 답을 아는가?

답을 찾기 위해 먼저 커피믹스의 재료를 살펴보니 인스턴트커피, 크림, 설탕으로 구성돼 있었다. 하나를 뜯어 컵에 넣고 90℃ 정도의 물을 100mL 부어 잘 저은 후 조금 식히면 아주 맛있는 커피가 된다는 것이다. 참 쉬워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이것’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절대로 맛있는 커피가 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뜨거운 물을 부을 때 커피믹스의 재료인 인스턴트커피, 크림, 설탕 세 가지를 조화롭게 섞어주어야 한다. 커피믹스의 재료는 각자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 인스턴트커피는 분쇄한 커피 원두를 액상으로 만든 후 건조한 것으로 휘젓지 않아도 물에 잘 녹아 단 몇 초 만에 블랙커피가 된다. 하지만 크림은 팜유를 응고시켜 첨가물을 넣은 것으로 우유와 비슷하지만, 지방 성분이 있어 빠르게 휘젓지 않으면 표면만 녹고 뭉쳐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설탕은 사탕수수 등의 진액을 정제해 나온 가루로 이것 역시 젓지 않으면 녹지 않고 바닥에 가라앉게 된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재료가 뜨거운 물 속에서 조화롭게 섞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

군(軍)도 커피믹스와 마찬가지다. 각자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던 사람들이 만나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을 조화롭게 만드는 지휘관의 역할과 노력이 있어야 단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찬물이 아닌 따듯한 물을 적정한 수준으로 부어 천천히 잘 젓고,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한 ‘커피믹스 리더십’이다.

서로 다른 장병들이 함께 생활하며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려면, 간부들이 따뜻한 사랑으로 각자 역량에 맡는 임무를 부여하고, 이들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려 주고 응원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잘 융합할 수 있도록 소통하면서 세심한 부대관리를 해야 한다. 이러한 커피믹스 리더십이 자리 잡는다면 단결된 가운데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부대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 하나 된 부대를 만들기 위해 ‘커피믹스 리더십’을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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