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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종합 대응 적극 주도… 국제기구와 협력 확대 필요

입력 2020. 03. 30   15:51
업데이트 2020. 03. 3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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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국방대 국가안전보장硏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국가안보의 과제 


기후변화·질병도 국가안보 위협 중요 요인으로 각인 계기
코로나19, 글로벌 경제위기 초래… 미·중 간 갈등 증폭도
정부부처·의료진, 감염자 파악 등 최선의 노력·협력 다해
정부차원 위기관리 연습에 ‘비전통적 안보 영역’ 포함 필요  

공군방역지원팀(15특수임무비행단) 소속 장병들이 소독 장비를 이용해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공군방역지원팀(15특수임무비행단) 소속 장병들이 소독 장비를 이용해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세계사를 살펴보면, 질병이 국경을 넘어 만연해 국제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 사례가 적지 않게 발견된다. 『총, 균, 쇠』를 저술한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주요 전쟁에서 전투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보다 병균 확산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고 주장한다.  


비전통적 안보의 개념

14세기 중반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 즉 페스트는 당시 유럽 인구의 25%를 사망케 했다. 1519년 멕시코의 아스테카왕국 정복에 나섰던 스페인의 코르테스나 1532년 잉카제국을 패퇴시킨 피사로가 각각 수백명 규모의 병력으로 수만에 달했던 원주민 제국을 붕괴시킨 것도 총기와 같은 철제무기보다 그들이 전파한 유라시아 병원균이 더 많은 원주민을 사망케 한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에도 2013년의 사스나 2015년의 메르스 사태 등에서 보듯이 질병의 만연이 국가 내부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안정을 교란하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인식해 안보문제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국가 간 전쟁을 안보의 중요 위협 요인으로 간주해온 전통적 안보개념을 확대해 질병 등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의 하나로 간주해야 한다는, 비전통적 안보개념의 확대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코펜하겐 안보학파를 대표하는 배리 부잔(Barry Buzan)은 1991년에 발간한 저서를 통해 종전의 전통적 군사안보 개념에 더해 정치안보·경제안보·사회적 안보, 그리고 환경안보의 개념을 제시하면서, 질병을 기후변화 및 자연재해 등과 더불어 환경안보의 과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연구경향에 비춰본다면 지난해 말, 중국에서 발원해 지난 3개월 동안 한·중·일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물론이고, 미국·이탈리아·스페인·이란 등 국제사회 주요 국가들을 엄습하고 있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현상은 국가안보 관련 정책결정자들에게 기후변화나 질병과 같은 비전통적 안보 위협 요인의 중대성을 재차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전통적 안보 위협과 국제안보 질서의 불안

배리 부잔도 지적했듯이 기후변화나 질병과 같은 비전통적 안보 위협은 일개 국가만의 정책노력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글로벌 차원의 협력적 대응이 필요하다. 주요 국가들 간에 협력이 잘 이뤄지고, 관련 국제기구 활동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글로벌 차원에서 나타나는 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대해 비교적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질서는 브렉시트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에서 볼 수 있는 주요 국가들의 자국우선주의, 국제레짐의 약화, 그리고 미·중의 전략적 경쟁 심화 등의 특징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코로나19의 확산에 국제사회는 협력적인 대응 태세를 구축하지 못하고, 오히려 환경안보의 위기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초래하고 나아가 주요 국가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연쇄적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

이미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라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한국의 코스피를 위시해 미국의 다우지수, 일본의 닛케이 지수 등 글로벌 증시는 2019년 1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주요 국가들의 경제성장 침체가 예상된다. 이미 환경위기가 경제위기로 파급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는 이미 신냉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미·중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도 되고 있다. 3월 12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우한 지역의 바이러스가 실은 당시 그 지역을 방문했던 미 육군 대표단에 의해 유포됐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주미 중국대사를 소환해 항의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표현했다. 그러자 중국 언론은 미국이 인종차별적 용어들을 사용하면서 코로나 확산 사태에 대해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조지타운대학의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 교수가 코로나 사태 이후의 국제질서를 전망하면서 오히려 미·중 간의 대립이 첨예해지고, 국가주의가 심화되며, 이념적 경쟁이 격화되는 불안정성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불행하게도 이 같은 전망이 적중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국가안보 및 국제안보의 과제

우리나라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직면해 초기 단계에서 몇 가지 혼선은 보였지만, 해외 언론기관에서 평가하는 것처럼, 여타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잘 대응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전 정부와 달리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전통적 안보위기뿐만 아니라 사회적 재난도 소관 사항으로 파악하면서 중국 등에 전세기를 신속히 파견하고 피해 교민을 국내 시설에 수용하는 등 각 부처를 망라한 종합적 대응을 잘 주도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강화된 질병관리본부 등 관련 정부 부처들이 코로나 확진자의 파악과 감염자 격리 등의 조치들을 차분하게 진행해 왔다. 의료진을 포함한 일반 국민도 코로나 19의 확산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감염자 파악 및 치료, 그리고 수용시설 마련 등에 최선의 노력과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성과에 더해 비전통적 안보위협에 보다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방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위기관리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사안별 위기관리 매뉴얼을 재정비해 비전통적 안보의 다양한 측면까지도 대응하는 태세를 강구해야 한다. 또한 매년 정부 차원에서 실시하는 위기관리 연습에 비전통적 안보 영역도 훈련 시나리오에 적극 포함해 실전 같은 훈련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밝힌 것처럼 미국과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비전통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러한 비전통 안보 분야의 협력을 WHO와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G20 정상 간의 화상회의 개최를 제안하고, 실제 3월 26일 각국 정상들과 국제기구 수장들 간의 화상회의를 통해 공동의 대응 방안들이 마련된 것은 그런 점에서 큰 외교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이 비전통적 분야에서 동아시아 각국 및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축적된다면 전통적 안보 영역에 해당하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도 완화할 수 있고, 북한의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국가목표 구현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외교적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 영 준 교수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박 영 준 교수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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