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뭉치면 안 되는 게 없다

입력 2020. 03. 27   15:07
업데이트 2020. 03. 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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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언 대위 육군32사단 신병교육대대
박성언 대위 육군32사단 신병교육대대

코로나19가 일상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내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신병교육대대도 예외는 아니다. 입영식은 하지 않고 위병소에서 부모님과 헤어져야 하며, 수료식도 가족과 지인 없이 훈련병들만 참여해 진행하고 있다.

현역 20-2기 훈련병들을 성공리에 자대로 배출하고 4주간 교육준비기에 들어간 이달 초, 갑작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전국 각 신교대대로 입영할 예정인 대구·경북 거주 인원들이 나흘 뒤 우리 사단 신교대대로 입영해 2주간 예방적 격리 상태로 교육·훈련을 받고 3주 차에 다시 본인의 원래 신병교육대대로 배출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걱정이 앞섰다. 연간 계획에 없던 입영이었고, 당장 입영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뿐더러 남세종동원훈련장에 예방적 격리 시설을 만들어야 했으며, 기본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물품이 준비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병교육은 준비가 5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준비단계에서 많은 것을 한다. 일주일이 주어져도 빠듯하지만, 주말 포함 나흘이라는 시간 내에 모든 준비를 할 수 있을지 걱정과 의문이 많았다. 그러나 단생산사(團生散死),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장자의 말처럼 대대와 사단 직할대는 사단장님 지휘의도 아래 하나로 뭉쳐 한 팀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병대대는 12개 생활관에 커튼과 열풍기 설치 등 시설물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보수대대는 훈련병 200명의 피복을 준비했다. 기동대대는 화장실 환경미화를 위해 선반 작업을, 의무대는 개인위생 및 의무지원을 준비했다.

사단 참모부는 대구·경북 인원들에게 응원과 힘이 되는 문구를 적은 현수막·포스터와 예산을 준비했고, 신교대대는 참모부와 전 중대 간부가 함께 입영물자를 준비하며 정말 기적과도 같이 나흘 동안 대구·경북 인원들을 맞이할 준비를 끝마쳤다.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 되어 가면서 우리 사단의 슬로건 “한계를 넘어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전투·현장·사람 중심의 부대”의 의미를 알게 됐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내고 드디어 대구·경북 인원들이 입영하는 날이 밝았다.

훈련병들이 탄 버스가 도착하고 코로나19 문진표 작성부터 사전에 계획한 대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특히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PCR)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서로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각별하게 신경 썼다. 다행히 PCR 결과 전원 음성이 나와 안도감 속에 훈련병들의 교육과 훈육에 매진할 수 있었다. 대구·경북 인원들 입소에 따른 준비단계부터 입소 후 철저한 예방적 격리 활동과 군인다움·인성을 겸비한 올바른 군인 만들기까지 약 3주간 사단 참모부 및 직할대대, 신교대대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였기에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훈련병들은 계속 입영할 것이고, 우리는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훈련병들의 건강과 안전, 군인다운 훈련병을 양성하기 위해 모두가 협심하여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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