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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해·공군 신규 전력 확대…최근 대테러·마약전 치중

입력 2020. 03. 29   14:19
업데이트 2020. 03. 2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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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대남미 ‘국방외교 경제협력의 블루오션’ 방산과 경제협력의 윈윈 전략


대한민국 해군의 일원으로 활약하다 퇴역 후 2016년 7월 페루에 인도된 포항급 초계함(PCC)으로 현재는 페루 영해를 지키고 있다.  필자 제공
대한민국 해군의 일원으로 활약하다 퇴역 후 2016년 7월 페루에 인도된 포항급 초계함(PCC)으로 현재는 페루 영해를 지키고 있다. 필자 제공


‘중남미’ 하면 누구나 성하(盛夏)의 뜨거운 태양과 해변의 삼바 춤, 광활한 아마존 정글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페루(PERU)는 단지 남미의 먼 나라, 고대 잉카문명을 건설한 안데스 지역 국가 정도로만 이해됐다. 하지만 지금은 남미 국가 중 우리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해 국방외교 및 경제, 민간교류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對)남미 국방외교와 경제협력의 거점 국가인데 그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페루공화국(Republica del Peru)은 남미 태평양 연안국으로 인구 3290만여 명, 국민소득 6900여 달러, 국경선은 에콰도르·콜롬비아·브라질·칠레와 접하고 있으며, 국토면적은 한반도의 6배로 남미에서 브라질·아르헨티나에 이어 셋째로 큰 나라다. 또 페루는 해양·산악·아마존 지역으로 형성돼 풍부한 산림·수산 자원, 석유, 천연가스 외 금·은·동을 포함한 광물 생산량이 남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자원 부국이다.


한국과 페루 관계, 군사외교 및 민간교류

페루는 1950년 6·25전쟁 당시 유엔의 요청에 따라 대한민국에 5만6000달러 규모의 군사원조를 제공한 물자지원국으로서 용산 전쟁기념관에 6·25 참전 및 지원국의 하나로 기록된, 우리와 역사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이후 1981년 페루 공군 특수부대, 1986년 페루 육군 특수전 부대원 한국수탁교육을 기점으로 지금은 우리 각 군 사관학교, 지휘참모대학, 국방대학 등에 페루군 생도와 장교들이 수탁교육 중이고, 특히 양국 군 수뇌부 간의 상호 방문 등 정기적 군사외교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민간 경제·문화 교류에서도 우리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페루 진출 확대와 자원개발 등 상호 산업협력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마추픽추’ 등 페루문화에 관한 우리 국민의 이해 증대와 페루사회 내 K팝 등 한류 문화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어 국방 및 경제협력에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다.


페루 군사 및 방산 동향

페루의 국방정책 및 전략의 핵심은 주변국 대비 우위의 군사력을 보유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토를 수호하는 것으로, 특히 1879~1883년 태평양 전쟁 때 칠레에 빼앗긴 남부지역 회복과 영토분쟁이 종식되지 않은 북부 에콰도르에 대한 경계는 페루 국방의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칠레 및 에콰도르를 가상의 적으로 규정해 군사력을 남북 양 국경지역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국경문제에서 군사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칠레와 에콰도르를 대상으로 두 개의 국경선에서 동시에 전쟁 수행이 가능한 군사력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페루의 군사력은 병력 총 12만여 명으로(육군 7만6000, 해군 2만8000, 공군 1만7000명) 구성돼 있고, 준군사력으로 10만여 명의 경찰군을 운영하고 있다. 군사력은 남미권에서 중간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나 가장 큰 위협으로 보는 칠레군과 비교하면 다소 열세로 판단된다. 


무기체계에 있어 육군과 공군은 옛 공산권, 해군은 서방권의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으나 정비 부족, 장비 노후화가 표면화돼 있고, 대부분 수명주기가 도래한 것이 많다. 따라서 현재 페루군은 해·공군 위주로 신규 전력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력증강 방향은 전면전 대비보다 대테러, 대마약 전쟁, 치안 질서 유지, 재난재해 대비작전 능력 확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1990년대 페루와 우리의 방산협력은 약 165만 달러 수준의 물자 위주 교역이었으나 한국에서 국방무관을 지냈던 우말라(Humala) 대통령이 2011년 취임하며 ‘기술개발을 통한 국가발전 전략’이란 슬로건 아래 방산교역과 기술협력의 획기적 증진이 이뤄졌다. 


2012년 KT-1 공동생산계약 체결, 2013년 군수지원함 2척과 연안경비함 5척 수주, 2015년 스마트 경찰차 수출계약, 기타 한국형 헬기 및 FA-50기 협상 추진 등 다각적인 방산협력이 추진됐다. 그러나 2016년 정권이 바뀌며 사회 인프라 구축, 엘니뇨 등에 따른 자연재해 예방 및 복구 사업, 대마약전 등에 더 큰 비중을 둠에 따라 군 전력증강 사업 추진 여건이 크게 위축됐다. 방산 분야는 서방국과 중국 등 신흥 방산 강국들의 도전이 증대하고 있다.

무관노트


성능·단가 맞춤형 전력 제공

민간 부가가치 창출 등 제시해 흡인력 높여야

페루는 방산협력 외 경제·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우리와 상호협력을 통해 상생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고려해 이에 따른 새로운 접근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우선 페루 정부의 정책추진 방향에 맞는 방산협력 전략 수립에서 착안해야 할 점은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이해관계의 형성이다. 페루는 기술개발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방산협력에서 공동생산을 통한 기술이전과 도입 무기장비와 관련한 소재·부품 등 부가적 민간기술 전수 등으로 페루 내 민간기업의 부가가치 창출과 고용증진 방안을 제시해 흡인력을 높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군용·민수용 동시 목적 달성 가능한 사업, 예컨대 민·군 동시 운용 가능한 항공기, 민수용 차량, 중장비, 재해재난 대비 복구장비, 의료 및 보건체계 등의 사업을 주재국 정부, 군, 민간기업과 협력해 시행하는 양 날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군사 분야에서는 주재국 군사전략과 경제력을 고려, 군이 필요로 하는 적정 수준의 무기 성능과 장비 단가를 제공하는 등 맞춤형 전력 제공이 필요하다. 나아가 공동 생산·개발한 장비 및 부가제품들을 주재국이 형성한 지역 기반을 활용해 남미 각국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간 사업은 국익을 걸고 하는 총성 없는 전쟁이며 인내와 끈기의 연속이다. 남미는 우리와 달리 느긋한 문화적 특성이 있어 끈기 있는 장시간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상호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끈끈한 관계 형성, 치밀한 논리와 탁월한 협상 전략 수립, 정부기구와 기업·군의 다각적인 노력이 있어야 성과 달성이 가능하다. 향후 한국과 페루 양국은 군사외교를 통한 우호증진 및 신뢰확보로 국방 외 경제협력 제 분야에서 더욱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 필자

이준철
예비역 육군대령
前 주페루 국방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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