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묵묵히 자리한 천안함·참수리정… 숭고한 호국혼 서려 있네

안승회

입력 2020. 03. 26   17:13
업데이트 2020. 03. 2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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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2함대 안보공원을 가다


천안함 46용사 추모비에 새겨진 동판 부조.
천안함 46용사 추모비에 새겨진 동판 부조.
천안함기념관에 전시된 천안함 46용사의 군번줄.
천안함기념관에 전시된 천안함 46용사의 군번줄.
천안함전시시설의 함수 부분. 두 개로 나뉜 모습이지만 길이 88m, 만재배수량 1220톤에 달했던 천안함의 위용은 여전하다.
천안함전시시설의 함수 부분. 두 개로 나뉜 모습이지만 길이 88m, 만재배수량 1220톤에 달했던 천안함의 위용은 여전하다.

27일은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 등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을 온 국민이 함께 추모하기 위해 지정된 ‘제5회 서해수호의 날’이다. 서해수호 임무를 수행하다 장렬히 산화한 영웅들의 고귀한 희생정신과 숭고한 호국혼이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찬란한 미래는 있을 수 없다. 우리가 그날의 아픈 역사를, 영웅들의 정신을 기억하고 가슴에 새겨야 하는 이유다.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에 조성된 안보공원은 서해수호와 관련된 모든 것이 녹아 있는 공간이다. 지난 23일 매년 10만 명 이상이 방문하며 국민의 가슴속에 안보의 성지로 자리매김한 안보공원을 찾았다. 글=안승회/사진=한재호 기자 


 천안함기념관.
천안함기념관.
 

천안함 피격 10주기를 닷새, 서해수호의 날을 나흘 앞둔 이 날 해군2함대의 분위기는 엄숙했다. 안보공원 현장을 안내한 해군2함대 공보정훈실 장교들의 얼굴에선 숙연함이 묻어났다. 고재석(소령) 공보정훈실장은 “해군은 23일부터 27일까지를 안보결의 주간으로 정하고 서해수호 55용사를 추모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특히 2함대는 장병들이 천안함 46용사의 희생정신을 되새기며 북방한계선(NLL) 수호 의지를 다질 수 있도록 천안함기념관에서 사진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안함기념관을 비롯해 서해수호관, 천안함·참수리-357정 전시시설, 제1연평해전전승비, 제2연평해전전적비 등으로 구성된 안보공원 곳곳에선 서해를 지키다 전사한 영웅들을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동안 해군과 해병대가 지켜온 서해의 역사도 확인할 수 있다. 안보공원은 장병들에겐 서해수호의 전투 의지를 심어주고 국민에게는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며 안보교육의 장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해군2함대 천안함기념관 유품전시실에는 천안함 46용사의 사진과 함께 그들이 착용했던 군복, 시계, 안경 등이 전시돼 있다.
해군2함대 천안함기념관 유품전시실에는 천안함 46용사의 사진과 함께 그들이 착용했던 군복, 시계, 안경 등이 전시돼 있다.


천안함기념관
기관조종실·식당·침실 등 재현… 천안함 46용사 숨결 그대로

‘2010년 3월 26일 밤 9시 22분.’ 천안함기념관 로비에 전시된 시계의 바늘은 10년 전에 멈춰 있었다.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 전사한 천안함 46용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기념관 한편에 새겨진 ‘대한민국의 바다는 24시간 잠들지 않습니다. 천안함 46용사의 고귀한 희생이 영해수호의 빛이 되어 서해를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라는 문구가 천안함 피격 10주기를 맞아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경비 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초계함인 PCC-772 천안함이 피격된 지 10년이 지났다. 젊디젊은 대한민국 바다의 용사 46명이 전사(戰死)한 지도 10년 세월이 흘렀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천안함기념관에선 전사한 영웅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침몰 전 천안함의 기관조종실, 디젤기관실, 승조원식당, 기관부침실, 후타실의 모습을 재현한 기념관 내부에서 당시 천안함 장병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유품전시실에는 전사자 사진과 함께 그들이 착용했던 군복, 시계, 안경 등이 전시돼 방문객의 마음을 울린다. 이 밖에도 기념관은 천안함의 역사, 탐색·구조작전 자료, 인양작전 경과·합동조사과정 도표 등을 전시하고 있다.


천안함 전시시설
2014년 12월 현재 자리로 옮겨… 함교 올라 관람 가능


천안함기념관을 나와 발걸음을 조금만 옮기면 두 동강 난 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천안함을 볼 수 있다. 서해를 호령하던 해군의 초계함 천안함(PCC-772). 비록 두 개로 나뉜 모습이지만 길이 88m, 만재배수량 1220톤에 달했던 천안함의 위용은 여전하다. 2010년 4월 15일에 천안함 함미가, 4월 24일에 함수가 각각 인양돼 2함대로 옮겨졌다. 유류부두에 있던 천안함은 2014년 12월 안보공원 내에 새로운 전시시설이 마련되면서 이곳으로 다시 옮겨졌다.

천안함 실물 전시로 더욱 입체적인 관람이 가능해졌다. 천안함 시설은 손실된 중간 부분을 투명 유리로 보강해 손상 부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방문객은 함미 부분에 마련된 계단을 통해 천안함 함교까지 올라갈 수 있다. 5층짜리 천안함 전망대를 거쳐 계단으로 내려가면 천안함을 위에서부터 내려다보며 관람할 수도 있다.


서해수호관
1층 1·2연평해전, 2층 천안함 테마… 137만여 명 다녀가

파도의 형상을 본 따 지어진 서해수호관 건물은 거친 파도에도 조국의 바다를 수호하는 해군의 강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가 서해수호관 앞에 전시된 참수리-357정을 밀고 항진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서해수호관 1층에는 해군이 밤낮없이 목숨을 걸고 지키고 있는 NLL의 설정 배경과 의의, 2함대 전장환경, 제1·2연평해전, 대청해전 자료가 전시돼 있다. ‘한반도 안보의 전초 NLL’ ‘멈추지 않는 북한의 도발’ ‘NLL의 영웅들’ ‘NLL 해전의 기억’ 등 네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2층은 ‘천안함실’로 천안함 피격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해군이 수행한 구조·수색·인양작전 등이 영상자료로 전시돼 방문객의 이해를 돕는다.

이외에도 서해수호관에선 국민 참여로 제작된 다양한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영화 ‘연평해전’을 보고 감명받아 그린 한국화, 제2연평해전 6용사의 사연을 담아 만든 조경작품, 한남대학교 학생들이 천안함 46용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기억 나무,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한 국민이 작성한 326조각의 손편지로 만든 벽화, 천안함 46용사 모교 학생들이 손수 접은 772개의 종이배로 만든 추모 작품이 그것이다.

2011년 개관 이후 지금까지 137만2000여 명의 국민이 서해수호관을 찾아 안보의식을 함양했다. 수많은 내외빈이 방문해 서해 NLL의 중요성과 NLL 수호의 당위성을 인식했으며, 미 부통령·국방장관·연합사령관, 방한 외국 장성 등 외국 주요 인사가 방문해 55명의 용사를 추모하고 한반도의 안보 현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참수리-357정
총탄 자국·선체 굴곡에 제2연평해전 당시 상황 느껴져

서해수호관 입구에는 제2연평해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참수리-357정이 지상에 우뚝 서 있다. 총탄 자국과 선체 굴곡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치열했던 교전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서해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기습 공격을 받은 참수리-357정이 신속한 대응으로 북한 해군 함정을 응징하고 NLL을 지켜낸 전투다. 이 해전으로 우리 해군은 정장을 포함해 장병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했다.

참수리-357정 전시는 서해수호관 개관의 출발점이 됐다. 참수리-357정은 2002년 12월 6일에 인양돼 모항이 있는 평택에 자리 잡았다. 2함대는 국민 안보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제2연평해전의 주인공인 참수리-357정을 전시해 국민에 개방했다. 방문객의 큰 호응과 함께 안보교육의 성과를 거둔 2함대는 안보견학을 위한 전시관의 필요성을 느꼈고 ‘2함대 역사관 건립 사업’을 국방 중기계획에 반영해 서해수호관 건립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이 발생해 일부 사업이 수정됐고 2011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 승전기념식과 함께 서해수호관이 개관됐다.

제1연평해전전승비.
제1연평해전전승비.


제1연평해전전승비·제2연평해전전적비


참수리-357정을 지나면 충무동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충무동산에는 제1연평해전전승비와 제2연평해전전적비가 마주 본 채 서 있다.

제1연평해전은 1999년 6월 15일 북한 경비정이 우리 고속정에 기습공격을 하고, 우리 해군 함정들이 대응사격을 하면서 14분간 이어진 전투다. 우리 해군은 큰 피해 없이 북한 경비정 1척을 격침하고 5척을 대파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해군은 빛나는 전승을 기리고 불굴의 투혼을 발휘한 장병들의 용기를 후세에 귀감으로 남기고자 충무동산에 전승비를 건립했다. 또한 해군은 포연탄우 속에서도 임전무퇴의 기상을 발휘해 조국의 바다를 끝까지 지킨 2함대 장병들의 숭고한 감투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3년 제2연평해전전적비를 세웠다.

제2연평해전전적비 뒷면에는 참수리-357정의 6용사 고 윤영하 소령, 한상국 상사, 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의 얼굴이 동판으로 새겨져 있다.

충무동산 아래쪽에 자리한 통일동산은 무궁화로 한반도를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울릉도와 독도, 제주도, 백령도를 선명히 표시해 우리 영토와 바다를 지키겠다는 해군의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해군2함대 안보공원은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추모하는 공간이자, 한반도의 안보 현실을 올바로 보여주는 현장으로, 때로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상징적 장소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월 31일부터 임시 휴관에 들어간 안보공원은 다시 방문객을 맞을 날을 기다리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2함대 서해수호관 관계자는 “서해수호관은 앞으로 많은 국민에게 올바른 안보관을 확립할 기회를 제공하고 국방정책을 홍보할 수 있는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서해 NLL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 활동을 확대하는 등 국민에게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승회 기자 < seung@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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