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한 치 앞 안보이는 해무(海霧:바다 위에 끼는 안개)에도… ‘긴장의 끈’ 팽팽

임채무

입력 2020. 03. 25   15:02
업데이트 2020. 03. 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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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51사단 해안경계작전 현장을 가다


조장·사수·부사수 3인 1개조로 팀 이뤄 흔적탐색작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 마음가짐으로 철통 해안 경계
주요 지점에 열상감지장비 운용… 작전구역 크로스체크도


육군51사단 고온이소초 장병들이 경기도 화성시 고온항 일대에서 흔적탐색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육군51사단 고온이소초 장병들이 경기도 화성시 고온항 일대에서 흔적탐색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짙은 해무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 ○○일 새벽 7시. 사정없이 몰아치는 바닷바람을 뚫고 완전무장한 육군51사단 고온이소초 장병들이 조심스럽게 해안철책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밤사이 해안선으로 침투했을지 모를 적의 흔적을 찾기 위한 ‘흔적탐색작전’의 전개였다. 통상 야간경계작전에서 주간경계작전으로 전환되기 전에 이뤄지는 흔적탐색작전은 BMNT(Beginning of Morning Nautical Twilight·해 뜰 무렵)를 고려해 진행되지만, 이날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자욱한 해무로 인해 작전시간이 조금 늦춰졌다. 작전의 효율성과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린 부대의 조치였다.
글=임채무/사진=이경원 기자


발생 가능 모든 상황 고려 임무 수행

흔적탐색작전은 조장·사수·부사수 등 3인이 1개 조로 편성된 여러 팀이 각각의 구역을 꼼꼼하게 살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부사수가 해안철책 하단을, 사수는 중단 및 해안선을, 조장은 전반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살핀다. 필요에 따라서는 철책 밖 해안 수제선에도 직접 나가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세찬 바닷바람으로 눈을 뜨고 있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그게 장병들의 임무 수행에 걸림돌이 될 수는 없었다. 흔적탐색1조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하헌은(중사) 부소초장은 “매일 하는 일이지만 ‘오늘 하루쯤이야’라는 안일함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이 작전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해안경계작전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리적으로는 후방이라고 할 수 있어도 이곳을 지키는 장병들의 모습은 최전방에서 경계작전을 펼치는 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국가 주요 산업시설이 산재하고, 주요 부대로 이어지는 이곳이 적이나 테러범 등 불순분자들에 의해 공격받을 경우 전방이 뚫리는 것보다 더 큰 피해와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장병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작전기강과 현행 경계작전태세 확립이 더욱 강조됨에 따라 장병들은 한층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길게 이어진 철책 순찰로를 걷다 보니 어느새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예상 밖의 추운 날씨에도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흔적탐색작전에서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밤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소초 장병들의 하루가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현장을 안내한 유종운(대위) 중대장은 “1964년 이후로 이곳에 적이 침투한 사례는 없지만, 수많은 산업시설과 우리 군의 주요 부대들로 향하는 길목인 만큼 경각심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한다”며 “타성에 젖지 않도록 일전불사의 정신무장과 함께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수시 상황조치훈련, 매일 진행되는 흔적탐색작전 등을 통해 최상의 해안경계작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군51사단 고온이소초 장병들이  TOD 등을 운용 하며 상황실 근무를 하고 있다.
육군51사단 고온이소초 장병들이 TOD 등을 운용 하며 상황실 근무를 하고 있다.


끊임없는 교육훈련… 최상의 경계태세 유지

“흔적탐색1조가 열상감시장비(TOD)에 포착됐습니다!”

고온이소초 상황실의 긴장감 역시 탐색작전 투입 장병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TOD 운용병인 박경우 일병이 상황간부인 소초장에게 흔적탐색1조가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이와 동시에 옆에 있던 이준호 일병이 상황일지에 보고 내용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곧이어 흔적탐색1조로부터 통문을 통과했다는 무전이 왔다. 이처럼 흔적탐색작전은 현장 작전병력과 주요 지점마다 설치된 TOD 등 각종 감시장비를 운용하는 감시병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이뤄진다.

특히 부대는 흔적탐색작전을 펼칠 때 TOD를 함께 운용해 현장에 나가 있는 흔적탐색조와 수시로 작전구역의 이상 유무를 크로스체크(cross-check)한다.

이 때문에 TOD 감시 임무에 투입되는 병력은 철저한 교육을 받는다. 박 일병은 “전입 후 총 4주의 교육을 받게 되는데 2주는 이론, 나머지 2주는 장비 운용 등 실습 위주로 교육받은 뒤 임무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현재 상비병력 감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TOD와 같은 감시장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부족한 병력의 공백을 메워주고, 경계력을 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대 입장에서는 한정된 작전 병력으로 흔적탐색 같은 직접적인 순찰과 장비 운용을 동시에 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부대는 이런 부분들을 사전에 식별해 끊임없는 교육훈련을 통한 개인의 임무 수행 능력 향상과 효율적인 임무 부담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고온이소초의 경우 임무에 맞게 병력을 ○개 분대로 편성해, ○개 분대는 주간과 야간 경계작전에 투입하고, 나머지 분대는 교육훈련과 휴식을 할 수 있도록 임무를 순환시키고 있다. 또한, TOD 감시의 경우 TOD운용병과 교육받은 상황병을 2인1조로 주·야간 각각 편성해 일정 시간 TOD 감시 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작전과 교육훈련, 휴식의 조화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임무 수행 방식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병들은 날 선 감각을 유지한 채 해안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해안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전명규 중사와 김석주 하사가 인근 펜션에서 발생한 화재를 신속하게 발견해 조치했고, TOD운용병 임무를 맡고 있는 김명준 일병도 정박해 있던 민간 선박이 떠내려가는 것을 조기에 식별해 유관기관에 이를 알림으로써 민간의 재산피해를 막는 데 공헌했다.

권오태 대대장은 “코로나19라는 비군사적 위협 속에서도 우리의 주 임무인 해안경계작전 완수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부대 전 장병에게 감사한다”면서 “우리 국민이 두 발을 뻗고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도록 매 순간 즉각적인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채무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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