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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 기고] 통찰력 갖춘 위대한 군사전략가의 탄생을 기대하며

입력 2020. 03. 18   13:34
업데이트 2020. 03. 1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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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준 혁 
합동대 합참대학 학생장교·육군중령
양 준 혁 합동대 합참대학 학생장교·육군중령
한 국가의 군사력은 병력과 무기체계 같은 유형적 요소보다는 사기와 리더십 같은 무형적 요소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군사력의 무형적 요소 중 목표를 설정하고 싸우는 방법을 발전시키며, 군사력을 건설하고 운용하는 군사전략가는 매우 중요하다. 북한의 군사위협이 상존하고, 강대국들이 밀집된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우리는 더욱 그러하다. 필자가 합동참모대학에 입교한 지 두 달 남짓 지나는 시점에 손자와 클라우제비츠의 군사이론을 연구하면서 과연 군사전략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그것을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군사전략가에게는 ‘통찰력(Insight)’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손자는 장수가 갖추어야 할 지(智)·신(信)·인(仁)·용(勇)·엄(嚴) 등 다섯 가지 덕목을 제시하면서 가장 먼저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능력인 통찰력을 강조했다. 클라우제비츠도 전쟁의 불확실성과 같은 마찰을 극복하는 군사적 천재를 언급하며 본질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통찰력을 강조했다.

그럼, 통찰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먼저, 전쟁에 대한 경험적 지혜를 축적해야 한다. 손자는 춘추시대에 많은 전쟁을 경험했으며, 클라우제비츠도 13세 때의 대불 전쟁 이래 예나 및 워털루 전투 등 다수의 전쟁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론』을 저술했다. 우리 군이 국제분쟁지역에 적극적으로 파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전쟁에 대한 직접경험은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간접경험인 전쟁 관련 독서다. 부단한 전쟁사 연구를 통해 로이텐 전투를 승리로 이끈 프리드리히 2세와 생사의 갈림길인 전쟁터에서 독서가 유일한 휴식이라고 한 나폴레옹이 좋은 예다. 독서와 더불어 전장의 실상을 이해하는 데 전쟁영화 시청도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사유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말고 사유를 통해 자기만의 생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공자는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즉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그 배움은 어지럽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학창시절 입시 위주 교육으로 사유하는 습관과 이를 강화해주는 토의 문화가 부족하다. 군사전략가를 양성하는 군사교육만큼은 독서를 통한 스스로 학습과 사유와 토의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찾아가는 교육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의 군사교육에 토의식 수업을 강화하고 있고, 야전에서 지휘관을 중심으로 지력단련과 각종 회의 전 단체독서, 토의식 간부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합동참모대학 합동고급과정의 학생장교들은 군사 명저의 탐독을 통해 전쟁에 대한 경험적 지혜를 축적하고, 세미나를 방불케 하는 토의식 수업을 통해 사유하는 습관을 기르고 있다. 필자는 이들 중에서 남다른 혜안으로 국난을 예측하고 예방하며, 창의적 아이디어로 이를 극복하는 위대한 군사전략가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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