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완결 한주를열며

[하영삼 한주를열며] 잘못을 잘못이라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다

입력 2020. 03. 13   15:23
업데이트 2020. 03. 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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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삼 경성대 중국학과 교수·한국한자연구소 소장
하영삼 경성대 중국학과 교수·한국한자연구소 소장


『노자』는 『성경』이나 『논어』와 함께 동서양을 통틀어 가장 많이 읽힌 책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5000자 정도에 불과한 짧은 글인데도 수천 년의 세월을 넘어 동서양을 횡단하며 변함없는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읽을 때마다 언제나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해주고, 시대를 뛰어넘는 지혜와 철리(哲理)를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노자』에 이런 말이 있다. “알지도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것, 그것이 병이다. 성인이 병들지 않는 것은 병을 병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병을 병이라 여기기 때문에 병들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단점도 있고 잘못도 저지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단점을 인정하고 고친다면 더는 단점이 되지 않고, 잘못을 솔직하게 받아들여 반성한다면 더는 잘못이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진솔하게 사과하고, 재빨리 고치는 것이 진정한 지혜로움이다.

구양수(歐陽修)는 소동파를 발탁하고 키워낸 송나라 때의 대문호다. 이런 일화가 전한다. 어떤 촌뜨기 시인이 재주를 뽐내며 구양수를 찾아가 실력을 겨루겠다며 길을 떠났다.

벅찬 흥분이 차올랐다. 길가의 큰 나무를 보자 이렇게 읊었다. “문 앞에는 한 그루 나무, 가지는 두 갈래로 갈라졌네.” 뒤따라오던 낯선 나그네가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봄은 이끼를 타고 올라 잎으로 변하고, 겨울은 몰려와 눈을 꽃으로 만드네.” 서로 의기가 통한다 싶어 길동무가 되었다.

강가에 이르자 오리 떼가 푸덕이며 물속으로 숨었다. 잘난 촌뜨기가 읊었다. “한 무리 멋진 오리 떼, 함께 강 속으로 뛰어드네.” 나그네가 다시 호응했다. “흰털은 푸른 물 위로 떠 있고, 붉은 발은 맑은 물결을 일으키네.”

함께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면서 촌뜨기 시인은 재주를 뽐내지 못해 안달이라도 난 듯 다시 큰 소리로 읊었다. “둘이 배를 함께 타고, 구양수를 찾아간다네.” 나그네가 미소를 머금은 채 답했다. “나는 이미 당신을 알고 있는데, 당신은 아직도 나(修·수)를 몰라보는구나.” 구양수의 이름자 수(修)는 수(羞)와 발음이 같다. 그래서 마지막 구절인 “나(구양수)를 몰라보는구나”는 “아직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는구나”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 이때까지도 그가 바로 구양수임을 깨치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이란 제 생각에 매몰되면 주위를 살피지 못하고, 객관성과 합리성을 상실하게 된다. 더구나 궤변으로 합리화라도 하게 되면 크나큰 병폐로 자란다. 보통 사람이야 그 피해가 자신에게 한정되지만, 자리가 높을수록 피해는 정비례한다. 더구나 최고 지도자라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는 크기가 된다. 그래서 높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단점을 살피고 잘못을 인정하고, 재빨리 그것을 바로잡는 일이 중요하다.

공자도 이렇게 말했다. “너에게 진정한 앎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마.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그것이 바로 앎이니라.” 공자의 제자 중 특별히 정치에 뛰어났던 중유(仲由)에게 한 말로, 위험한 정치에 뛰어든 제자에게 던져준 사랑이자 호신부였다. 오늘의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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