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국방광장

[이상혁 국방광장] ‘새로운 창’ 양자컴퓨터와 ‘방패’ 양자암호 이야기

입력 2020. 03. 04   15:57
업데이트 2020. 03. 04   15:58
0 댓글

이상혁 합참 사이버지휘통신부·육군중령
이상혁 합참 사이버지휘통신부·육군중령

최근 개봉한 SF 영화를 보면 양자 기술을 이용한 이야기 전개를 자주 보게 된다. 개미처럼 작아졌다가 커지는 ‘앤트맨’이나 시간여행을 통해 미래를 구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미군의 네트워크를 수 초 만에 해킹하는 ‘트랜스포머’가 그 대표적인 영화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양자 기술들이 최근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근 구글에서는 ‘양자 우위’, 즉 슈퍼컴퓨터의 연산능력보다 우위성을 가진 양자컴퓨터 ‘시커모어(Sycamore)’를 개발했다. 인텔에서는 양자의 복잡한 제어시스템을 단순화해 실용성을 높인 양자칩 ‘호스리지(Horse Ridge)’를 공개하는 등 그 열기는 뜨거워지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비트(bit)를 이용해 ‘0’과 ‘1’만 존재하는 일반 컴퓨터와 달리, 큐비트(Qbit)를 이용해 ‘0’과 ‘1’의 중첩과 얽힘을 가능하게 한다. 즉 2큐비트는 00, 01, 10, 11 4개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고, 3큐비트는 000부터 111까지 8개 상태가, n큐비트는 2ⁿ개 상태가 중첩할 수 있다. 복잡한 연산에 뛰어난 양자컴퓨터는 유전자분석·교통분석·기상예측 등 일상생활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은 ‘창[矛]’이 되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전문가 허먼 박사는 양자컴퓨터가 사이버 암호체계를 파괴하고 글로벌 힘의 균형을 바꿀 미래 핵무기와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암호키 기술은 수학적으로 풀기 어려운 소수를 활용하거나, 송·수신자만 알고 있는 비밀키를 사용한다. 고성능 컴퓨터 1600대를 병렬로 연결해 제작한 슈퍼컴퓨터로 129자리 숫자를 소인수분해 하는 데 8개월이 걸리고, 56비트로 되어 있는 암호키를 대입해 맞히는 데 100년 넘게 걸리지만, 양자컴퓨터는 수 시간 만에 이를 가능하게 한다.

새롭게 나타난 창(양자컴퓨터)을 막을 수는 없는가? 그 새로운 방패[盾] 역시 양자를 이용한 암호통신이다. 이 기술은 암·복호화에 필요한 ‘암호키’를 양자로 만들어서 전송하는 것으로, 양자의 불확정성과 비가역성으로 인해 해커가 접근해도 양자위치(암호키)가 변형돼 복제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양자암호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한국·미국·중국 등 선진국들의 기술경쟁이 이미 시작됐고, 북한 또한 언론을 통해 양자암호 통신기술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방 영역에서는 어떤 분야에 이 새로운 창과 방패를 적용할 수 있을까? 먼저 양자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복잡한 상황을 동시에 분석하는 지휘결심체계나 연료·탄약 소모 예측 등의 작전지속지원체계에 활용할 수 있고, 양자암호는 군 기반통신체계의 유·무선 네트워크 전송로 암호통신이나 사용자 컴퓨터의 암호체계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극복해야 할 많은 과제가 남아있지만, 새로운 창과 방패를 하루빨리 적용해 복잡한 전장 환경 속 우위를 달성하고 사이버 전장의 지킴이로서 우리 군이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