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독자마당

[장정대 독자마당] 전장 군기 유지

입력 2020. 02. 24   16:44
업데이트 2020. 02. 24   16:46
0 댓글

장정대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군무주무관
장정대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군무주무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왜란 중 23전 23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해전사에 남겨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이순신 장군이 놀라운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많은 요소가 있지만, 그중 하나인 전장 군기 유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사로 부임할 당시 전라좌수영은 전선 건조와 교육훈련으로 쉬지 못해 장졸들은 피로가 누적됐고 잘 먹지도 못해 사기가 낮았으며 환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하루는 군관 송희립이 찾아와 매일 훈련만 하지 말고 예하 군영을 찾아가 실태를 파악해 보라고 조언했다. 이에 이순신 장군은 예하 군영을 순시하기로 하고 각 군영에 파발을 띄웠다. 전라좌수영은 좌수사가 어떻게 순시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첫 순시 부대는 녹도 만호 정운의 군영이었다. 장군의 눈에 비친 녹도 군영은 전라좌수영의 돌격부대답게 장졸들은 군기가 확립됐고 병장기 또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장군은 순시는 하지 않고 장졸들과 장기를 두며 담소를 나누었다. 병장기 창고에서 순시를 기다리던 녹도 만호 정운은 전라좌수사가 병졸들과 장기를 두고 있다는 소리에 놀라 장군에게 달려갔다. “어찌하여 좌수사 영감께서는 순시는 하지 않고 장기를 두십니까?”라고 묻자 장군은 “녹도 군영은 알아서 잘하고 있으므로 순시는 필요 없네! 정운 첨사 자네만 믿네!”라며 군영을 떠났다.

이 소식을 들은 사도첨사 김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부장에게 순시는 걱정하지 말고 대신 기녀를 준비시키라고 했다. 두 번째 순시에서 전라좌수사는 어찌하여 군영에 기녀가 있냐고 묻자 김완은 좌수사께서 노고가 많아 장군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기녀를 준비시켰다고 했다. 이에 장군은 사도첨사 김완을 본영으로 압송했다. 또 군적을 허위로 작성하고 대리로 인원을 소집한 관리와 농사일로 병력 절반 이상을 휴가 보낸 군수를 본영으로 압송해 군율을 위반한 죄로 곤장을 쳤다. 순시를 마친 이순신 장군은 전란을 준비해야 할 장수들이 인정으로 군율을 위반하면 전장에서 승리할 수 없음을 전라좌수영 전 장졸에게 거듭 강조했다. 그래서 함선 건조와 화포 개량, 군량미와 병장기 확보, 둔전 개간, 새로운 진법 훈련 등 제대로 된 전쟁을 준비해 일본이 침략했을 때 나라를 누란(累卵)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순신 장군은 부하의 말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진중의 문제를 확인해 전장 군기를 유지하는 데 힘썼다. 23전 23승은 운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를 통해 이룩한 위대한 승리였으며 전장의 승패는 전장 군기에 달려 있음을 전 장병은 잊지 말아야 한다.

2020년에는 12번의 과학화전투훈련이 계획돼 있다. 전투훈련에 참가하는 부대는 지난 훈련을 참고해 강·약점을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훈련 강도를 높여야 하고, 취약과목을 보완해야 적정수준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전장 군기를 유지해야 준비한 전투력이 이상 없이 구현되리라 본다. 올 한 해 조국을 지키는 모든 부대가 전투 수행 역량을 극대화해 상시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기를 소망한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