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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원 병영칼럼] 레버리지와 워라밸

입력 2020. 02. 24   16:44
업데이트 2020. 02. 2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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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원 한국능률협회 국방사업개발센터장
윤정원 한국능률협회 국방사업개발센터장


워라밸은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치열한 취업경쟁과 별개로 개인의 사적 영역이 강조되는 최근에는 많은 구직자가 ‘워라밸의 보장’을 취업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취업하게 되면 워라밸이 보장되는 조직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물론 최근의 기업 트렌드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포함해 야근 금지와 회식 지양 등의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직장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 처지에서 워라밸을 운운해가며 직장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워라밸은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고 야근을 금지해도 워라밸이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조직원 개인들에게 부과되는 과업 자체가 줄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경기침체와 최저임금 상승 등 부담 요인도 크기 때문에 기존 직원들의 과업을 줄여가며 신규 채용을 늘리는 것은 어려운 현실이며, 그래서 기업에서는 더욱더 ‘일 잘하는 인재’를 선호하게 된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곧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함’을 뜻하며, 동일한 과업을 하더라도 타인에 비해 적은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레버리지(leverage)’다. 레버리지는 금융시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로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의 이익률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기자본 2000만 원을 들여 산 주식이 1000만 원 올랐다면 들인 자본에 대한 이익률은 50%다. 하지만 자기자본 1000만 원에 대출과 같은 타인자본 1000만 원을 합쳐 2000만 원을 투자한 경우라면 이익률은 50%가 아닌 100%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레버리지 개념은 비단 투자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 롭 무어(Rob Moore)는 그의 저서 『레버리지』에서 레버리지를 자신의 분야에서 특별한 방식을 통해 자기 자신의 자원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위로 정의했다. 즉, 자기에게 주어진 100이라는 과업이 있다면 중요한 10%에만 총력을 기울이고, 나머지 90%는 아웃소싱(outsourcing), 자원 활용 등의 방식을 통해 업무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레버리지가 시사하는 중요한 바는 ‘무조건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의 틀을 깨는 것이다. 타인과 함께 일하는 능력, 자신을 제외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전체 과업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시대가 원하는 ‘일 잘하는 인재상’의 모습이다.

결국 워라밸은 ‘효과적으로 일하는 방식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레버리지에 근거해 타인과 더불어 효과적인 일에 더욱 집중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 자기중심적인 것이 아니라 주변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개인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효과성을 키우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가 추구하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워라밸의 실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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