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기획 > 군사 > 워리어 플랫폼을 말하다

만능 군복은 없다 '선택과 집중'해야

맹수열 기사입력 2020. 02. 20   17:39 최종수정 2020. 02. 20   17:43

② 워리어 플랫폼 획득, 그리고 철삼각

장병 밀착형 군수품인 전투복
전투는 물론 실생활에서도 착용 

 
간부는 군사용-병사는 생활용
이해관계자 요구사항 달라져
보편타당한 ‘능력’ 정의 필요 

 
각각 능력에도 작용-반작용 존재
기술적 모순 철삼각 해소 위한
인간-시스템 통합 접근 제안 

 

전투복은 전시 장병들의 각개전투 수행을 돕는 군수품이다. 따라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전투원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육군6사단 장병이 전투복을 입은 채 전투수영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국방일보 DB

지난 연재에서 국방일보와 국방기술품질원은 ‘첨단과학군’의 해답으로 육군이 제시한 워리어 플랫폼 사업의 현재와 과제를 짚어봤다. 먼저 단순한 장밋빛 미래에 대한 희망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보다 냉정하고 정확한 워리어 플랫폼의 정의와 중요성을 점검했다. 특히 ‘한국형 아이언 맨’과 같은, 워리어 플랫폼을 단면적이고 과장되게 그려내는 사례들을 경계할 필요가 있음도 강조했다.

워리어 플랫폼은 인구절벽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육군의 중요한 대안이며 전장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달성할 수 있는 군사적 비전이다. 이번 회에서는 1회에서 정의한 워리어 플랫폼이라는 크고 복잡한 개념을 최대한 구체화해 볼 예정이다. 시리즈 전반에 걸쳐 도움을 주고 있는 국방기술품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김성도(육군중령·공학박사)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은 ‘전투복’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워리어 플랫폼 체계가 갖춰야 할 능력에 대해 짚어냈다.

우리가 일상 병영생활에서 착용하고 있는 전투복은 유사시 곧바로 전투용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전투복을 입고 훈련에 임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전투 능력은 전투복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요소다. 사진은 지난 7일 육군27사단 장병들이 강원도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전투복을 입고 소부대침투격멸작전을 하고 있는 모습.  인제=양동욱 기자


국민의 정서 속 전투복은 어떤 모습인가


워리어 플랫폼을 구성하고 있는 품목들 가운데는 장병·전투원과 매우 밀접한 ‘장병 밀착형 군수품’이 있다. 국방부 훈령에 따르면 이 장병 밀착형 군수품은 병영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사용 빈도가 높은 피복·물자류 등을 의미한다. 김 팀장은 “사실 어느 품목이 장병 밀착형 군수품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며 “하지만 개념적으로는 아마 전투복·운동화가 대표적인 것이 아닐까 가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 군 생활을 통해 전투복을 입어 본다. 장병 밀착형이라는 말은 곧 사용자가 국민이며 국민적 정서와 함께 인상이 대물림된다는 특징이 있다. 장병들의 입고 먹는 문제가 대중에게 주목받는 것은 그것이 장병 밀착형이며 이미지의 대물림이 계속됐다는 이유도 있다.

김 팀장은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우리 국민의 군과 관련한 정서 속에 언제나 함께하는 전투복은 과연 전시에 착용하는 전투용인가? 아니면 일상 병영생활과 군인이라는 신분을 나타내는 일상용인가? 아니면 두 가지 모두 포함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답이 다를 수 있는 질문이다. 김 팀장은 자신의 질문에 “전투용”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전투복은 방위사업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국방부 및 그 직할부대·직할기관과 각 군이 사용·관리하기 위해 획득되는 물품인 ‘군수품’”이라며 “또 국방 획득 절차에 의해 군사적 필요성과 운용개념을 토대로 기획되고 획득되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전투복은 개인 전투원이 각개전투를 수행할 때 발생하는 환경적 요인, 행동특성 등을 고려한 운용 개념에 입각해 획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일상용이라는 생각의 저변은 어디에 있을까? 김 팀장은 “국민 대다수가 전투복을 입고 지낸 군 생활의 대부분은 전투보다는 부대 관리를 포함한 일상적 병영생활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됐던 ‘불타는 전투복’을 예로 들면서 “전투복을 둘러싼 국민적·정책적 요구는 말 그대로 ‘오묘’하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가 아직 전투복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면 개인적으로 가슴이 답답해진다. 왜냐하면 군에서 많은 노력을 함에도 외부에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어서다. 미군을 벤치마킹하지만 군사적·기술적 조직이 절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또 단기간이 아닌 2~5년 이상의 장기간이 걸린다”고 털어놨다.


워리어 플랫폼 구축, 첫 단추 잘 끼워야


이런 시점에 육군에서 워리어 플랫폼 개념을 설정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김 팀장은 전투복 사례를 통해 워리어 플랫폼 체계 구축이 기획과 실행 과정에서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정제하고 일관된 방향성을 정립·유지하는 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개인 전투의 영역은 국민 정서 속에서 상당 부분 병영생활과 혼재돼 있고 미래에 워리어 플랫폼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상상’되는 민간의 과학기술은 대부분 스마트폰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제대로 된 워리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김 팀장은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답했다. “획득의 첫 단추는 기획”이라고 강조한 그는 “기획 과정에서 군사적 필요성과 운용개념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납득할 만한 사용자 요구사항(Needs)에 대한 군집(Clustering, Grouping)과 그 군집 결과를 향한 집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투복은 전투에 활용되는 ‘컴뱃 유니폼(Combat Uniform)’인 동시에 병영생활에서 착용하는 일상복이기도 하다. 사진은 전투복을 착용한 장병들이 부대 내 북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담소하는 모습.  

 국방일보 DB


전투용이냐 생활용이냐 따라 의견 차이 커

우리 군이 획득하고자 하는 하나의 체계는 보는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르게 정의되고 이해될 수 있다. 특히 워리어 플랫폼에는 전투복처럼 장병 밀착도와 국민적 경험도가 높은 품목이 많다. 김 팀장은 “워리어 플랫폼 구축에서는 그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정제해 일치화·그룹화하는 개념적 합의점과 초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야전의 요구를 수렴하기 위한 인터뷰나 설문 등을 보면 전투복을 포함한 피복·장구류 등에 대한 만족도와 개선 의견은 전투용 또는 병영생활용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게 드러난다”며 “대체로 지휘관과 간부들은 군사적인 측면에서 의견을 내놓고 일선의 병사들은 병영생활에서의 불편 사항을 개선하자는 목소리를 낸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정제하는 방법으로 전투원에게 요구되는 보편타당한 ‘능력’을 정의해 발전시키는 것을 제안했다. 그는 “능력이란 작전 목표와 효과 달성을 위해 갖춰야 할 역량과 수단을 의미한다”며 “또 장비·무기·물자 등 물자적 요소뿐만 아니라 교리, 구조·편성, 교육훈련, 인적자원, 시설 등 비물자적 요소를 포함하는 전투발전 용어”라고 소개했다. 이어 “간단히 설명하자면 전투원이 전장에서 전차와 전투기, 항공기처럼 단일 무기체계화된다고 가정했을 때 어떠한 군사적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개념을 그룹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진국의 병사체계의 능력 키워드

그렇다면 선진국은 능력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미국의 병사체계(Soldier System)의 능력에 관한 핵심적 키워드는 적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가를 의미하는 치명성(Lethality), 적의 공격 또는 환경적 요인으로부터 얼마나 생존하는가를 의미하는 생존성(Survivability), 임무를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수행할 수 있는가를 의미하는 지속성(Sustainability),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특정 지역으로 이동·기동이 가능한지를 의미하는 기동성(Mobility), 통신장비 및 기반체계와 연계해 얼마나 빠르게 상황을 공유하고 인식하는가를 의미하는 상황인식능력(Situational Awareness)으로 정리된다.

김 팀장은 “능력은 정량적으로 변화하는 군의 요구사항을 분석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차를 예로 들면서 “전차가 적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가에 관한 능력인 치명성(Lethality)은 주포와 기관총 등의 탑재라는 구체적인 소요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제 워리어 플랫폼의 대표 구성 품목을 각각 어느 주요한 능력으로 연계시켜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과 우선순위를 설정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다양한 요구사항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모여 정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예를 들어 피복류 레이어링(겹쳐 입기)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을 생존성 강화를 목적으로 방향을 설정할 경우에는 겹쳐 입는 피복이 늘어날 때마다 전투원의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나 지속성은 떨어지고 보행 중 기동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시켜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각각의 능력에는 서로 작용과 반작용이 존재한다. 김 팀장은 이런 현상을 ‘철삼각(Iron Triangle)’이라고 소개했다. 5개의 능력이 제시될 경우 어떤 3개를 선정하더라도 반드시 1개 분야 이상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존재하는 기술적 모순, 능력의 딜레마가 바로 철삼각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문제는 워리어 플랫폼 역시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워리어 플랫폼에서는 인간 요소(Human Factor)를 중심으로 나머지 체계들이 수단으로 작용해 통합적으로 결합된다. 김 팀장은 “전차의 기동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파워트레인을 보강할 수 있지만 인간 요소에서는 심장·허파 등을 보강할 수 없다”며 “그 때문에 인적자원을 무기·장비·물자화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에서 그는 워리어 플랫폼에 대한 ‘인간-시스템 통합(HSI·Human-System Integration)’ 관점의 접근을 제안했다. 인간이 획득의 가장 중심에 자리하고 인간을 중심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유·무형 요소들이 결합되는 복합체계의 관점에서 인간 중심의 체계를 획득하는 것이 곧 워리어 플랫폼 획득의 근간이라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맹수열 기자 guns13@dema.mil.kr
자료 제공=김성도 기품원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