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A 뉴스레터 693호(한국군사문제연구원 발행)
지난 2월 11일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1999년에 미국과 체결한 미군에 대한 방문국 협정(VFA)을 종료한다고 발표하였다.
필리핀은 1951년 8월 30일 미국과 상호 공동방위조약(MDT)를 체결하여 수빅해군기지, 클라크공군기지 등에 미군을 주둔시켜 미국 의존형 국가안보를 지향하였으나, 1992년 수빅해군기지 반환 및 미군 철수로 독자형 국가안보를 지향하다가 중국으로부터 위협이 증가하자, 다시 미군의 도움을 요청하였으며, 1999년 5월 27일에 훈련/연습차 방문하는 미군에 대한 지위(status)를 규정한 VFA를 체결하여 미군에 대한 사법권과 비자 면제 조치를 하여 미군과의 연합훈련을 증진하여 왔다.
또한 2014년 4월 28일에 필리핀 정부는 미국과 방위협력증진협정(EDCA)를 체결하여 필리핀 내 연합훈련/연습을 위한 미군의 순환배치, 임시 기지 건설 등을 허용하였으며, 이에 따라 2015년 4월에 과거 수빅 및 클라크 지역과 팔라완(Palawan) 반도 등에 8개 임시기지를 건설하였고, 2016년 3월 19일에는 그중 5개 기지를 미군 전용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런 가운데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VFA 종료를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있다고 평가하였다.
첫째,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친중(親中) 성향이다. 2016년 6월에 제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과거 친미(親美) 위주의 국가안보 정책과 달리, 미국을 포함한 중국, 러시아 및 유럽연합(EU)과도 군사협력을 지향하면서 특히 친중 성향을 보였다.
예를 들면 취임 이후 무자비한 마약법 단속으로 미국이 인권문제를 제기하자, 미국을 비난하면서 2016년 10월 18일에 취임직 후 처음 해외순방 국가를 중국으로 하는 등 친중 성향을 보였으며, 2018년에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남중국해 공동개발 협정에 서명하고 중국해군과 스루해협(Sulu Sea)에서 연합훈련을 하는 등의 친중 성향을 나타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둘째, 미해병대의 필리핀 여성 성폭행 및 살인 사건이었다. VFA는 기존의 미군의 주둔군 지위협정(SOFA)을 대신하는 것으로 필리핀 내 미군의 범죄행위에 대해 미국의 사법권 적용이 아닌, 필리핀 사법권 적용을 명시하였으나, 2005년 11월 미해병대 하사가 필리핀 여성을 성폭행하고 2014년 10월 미해병대 상병이 필리핀 여성을 교사한 사건이 발생하자 미군은 이들에 대한 필리핀 사법권 적용을 거부하고, 미국 사법권 적용을 주장하여 필리핀 국내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셋째,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 측근에 대한 비자 거부였다. 지난 1월 23일 미국이 현(現) 필리핀 국방장관 델핀 로렌자나와 전(前) 경찰청장이자 현(現) 상원의원인 로날드 로사에 대한 입국 비자를 거부하자, 두테르테 대통령과 필리핀 군부가 격분하였다.
미해군연구소(USNI)『뉴스레터(Newsletter)』는 “미국 정부가 현 국방장관은 미국-필리핀 민다노섬 반군퇴치작전에 군을 투입하면서 발생한 인권유린 그리고 두테르테 최측근이자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전 경찰청장이 마약사범 단속을 하는 동안의 인권유린 경력이 각각 대두되어 거부되었다면서, 이를 보고받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감정적 대응으로 VFA 폐기를 결정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실제 지난 2월 13일 『필리핀 스타(Phil Star)』는 “펠리몬 산토스 참모총장(COD: 한국 합장의장과 같음)은 필리핀이 미국과의 VFA 없이도 독자적 국가안보가 가능하다고 언급하면서 필리핀 국방장관에 대한 비자 거부에 불편함을 노출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2014년 EDCA에 따라 매년 미국-필리핀 간 연합훈련이 실시되나, 만일 VFA가 폐기되면, 순환주기 또는 연합훈련을 위해 필리핀을 방문하는 미군 개인별 비자 신청, 주둔군으로서의 신분보장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연합훈련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 미국과 필리핀은 매년 300회 이상의 연합훈련을 하며, 매년 양국 간 『발라카탄』(해상에서 어깨를 함께 한다는 필리핀어) 연합군사훈련을 대규모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미 국방성 정치·군사담당 클라크 쿠퍼 차관보는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전격적인 VFA 종료 선언은 필리핀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기 위한 제스처라며, 미국은 3월 중에 개최될 미국-필리핀 간 전략대화(US-Philippine Strategic Dialogue)를 통해 VFA 폐기 문제에 대해 협의할 것이며, 이를 통해 VFA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것이다”라고 전망하였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VFA 폐기 선언이 두테르테 대통령 재임이 끝나는 2022년에 차기 대통령 출마를 준비하는 전 경찰청장 로날드 로사에 대한 미국의 비자 거부를 필리핀에 대한 주권 침해로 간주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잘못된 선택을 하였다”라면서, VFA 폐기를 원치 않는 미국은 일방의 폐기 선언 이후 180일의 유예 기간 동안 필리핀과 전략적 타협점을 모색하여 VFA 폐기를 저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특히 “중국과 남중국해 스카르보로섬에 대해 해양영유권 분쟁이 있는 필리핀은 군 현대화를 위해 미국으로부터 군사지원을 기대하고 있으며, 미국을 대신할 신뢰성 있는 우방을 찾기도 어려워 실질적 VFA 폐기 국면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하였다.
또한 “이번 두테르테 대통령의 VFA 폐기 선언이 실제로 폐기되면 이익을 보는 국가는 중국일 것이라며, 필리핀도 이러한 결과를 바라고 있지는 않다”고 전망하였다.
궁극적으로 좌충우돌 행보를 보이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감정적 분노에 의해 VFA 폐기를 선언하였으나, 대안이 없는 가운데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향후 어떠한 대안을 갖고 VFA 폐기 문제를 미국과 협상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 약어 해설
- VFA: Visiting Force Agreement
- MDT: Mutual Defense Treaty US-Philippine
- EDCA: Enhanced Defense Cooperation Agreement
- EU: European Union
- COD: Chief of Defense
- SOFA: Status of Force Agreement
* 출처: Jane‘s, February 8, 2020; Aljazeera, February 8, 2020; ABC News, February 12, 2020; USNI Newsletter, February 12, 2020; Philippine Star, February 13, 2020.
저작권자ⓒ한국군사문제연구원(www.kima.re.kr)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국방일보>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