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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병영칼럼] ‘루키’를 돕는 배려와 손길

입력 2020. 02. 14   16:07
업데이트 2020. 02. 1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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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네이버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영미 네이버 스포츠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취재를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를 찾았다. 주피터에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이 ‘루키’ 신분으로 스프링캠프 훈련을 소화하고 있고, 여기서 차로 3시간가량 떨어진 더니든에 류현진의 토론토 블루제이스 스프링캠프지가 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입성 8년 차의 베테랑이라면,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신인 선수나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루키’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 낯선 환경, 새로운 얼굴들,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 다양한 장애물이 그의 인내심을 시험하기도 하지만, 도전하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설렘과 긴장감이 스프링캠프의 출발을 알렸다.

이미 두터운 친밀감을 보이는 선수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이방인의 불편함은 오죽할까. 그런데도 32세의 김광현은 “무조건 내가 먼저 다가갈 것”이라며 신인의 자세를 강조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에서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던 선수였지만, 새로운 무대에서는 신인이라고 인정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오승환이 몸담았던 팀이다. ‘돌부처’라는 별명으로 마운드에서의 평정심을 자랑했던 그는 세인트루이스 선수들 사이에서 ‘한국어 전도사’로 불렸는데, 그중 베테랑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는 한국 기자들을 볼 때마다 “쩔어!”를 외쳐 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세인트루이스의 투수코치인 마이크 매덕스(그레그 매덕스의 친형)는 스프링캠프에서 김광현을 처음 보자마자 한국말로 “너, 방귀 뀌었니?”라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가 평범하지 않은 문장을 외우고 있었던 배경은 추신수의 영향 때문이다. 2015년까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투수코치를 맡았던 매덕스는 다소 이색적인 문장을 외운 덕분에 올 시즌 한국에서 온 ‘루키’한테 제대로 써먹을 수 있었다.

‘루키’ 김광현은 스프링캠프 합류 이틀째 되는 날 오전 6시30분에 출근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부지런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신인다운 자세라고 말한다. 그리고 일찍 출근해야 구단에서 제공하는 아침밥을 챙겨 먹을 수 있다며 환하게 웃는다.

김광현은 자신을 취재하기 위해 미국까지 찾아온 한국 기자들에게 메이저리그 공인구에 사인해서 하나씩 나눠줬다. 한국 기자들뿐만 아니라 세인트루이스 담당 기자들한테도 사인볼을 선물했는데, 데릭 굴드라는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기자는 김광현에게 받은 사인볼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가까이서 지켜본 김광현은 선수들과의 어색함을 줄이고 거리를 좁히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다행히 김광현에 대한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평가도 꽤 호의적이다.

김광현이 스프링캠프 첫날 경험한 에피소드 하나. 한국과 달리 오전 훈련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는데 언제 퇴근해야 하는지 아무도 안 가르쳐주더란다. 결국, 류현진에게 전화를 건 김광현의 다급한 목소리! “형, 나는 언제 퇴근해야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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