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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이 되어줄게…

입력 2020. 02. 12   16:59
업데이트 2020. 02. 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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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시각장애인을 위한 앱 ‘비마이아이즈’


시각장애인-봉사자 30초내 연결
물건 위치 등 소소한 도움 요청
창업자 한스 비베르도 시각장애
비영리단체 등 지원받아 앱 기획
20만 사용자 24시간 서비스 이용


시각장애인들이 요청하는 다양한 상황. 넥타이 색을 골라 달라거나, 옷의 색을 알려 달라거나, 열차 시간표나 현재 있는 위치에 대한 설명,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설명 등을 봉사자들과의 실시간 연결을 통해 물어보고 답을 듣는다. 정안인(비시각장애인)에겐 일상이지만, 많은 시각장애인들에겐 이 작은 일상 역시 매우 높은 장벽이기 때문이다. 요청 사항의 90% 이상이 30초 이내에 연결된다.

    비마이아이즈 제공
시각장애인들이 요청하는 다양한 상황. 넥타이 색을 골라 달라거나, 옷의 색을 알려 달라거나, 열차 시간표나 현재 있는 위치에 대한 설명,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설명 등을 봉사자들과의 실시간 연결을 통해 물어보고 답을 듣는다. 정안인(비시각장애인)에겐 일상이지만, 많은 시각장애인들에겐 이 작은 일상 역시 매우 높은 장벽이기 때문이다. 요청 사항의 90% 이상이 30초 이내에 연결된다. 비마이아이즈 제공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마시고, 보이지 않는 TV 리모컨을 찾아 헤맨다. 바깥 날씨에 따라 옷장을 열어 옷을 골라 입고, 신발을 자유로이 선택해 외출한다. 보행 신호에 따라 걷고, 다시 길을 건너고,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목적지에 맞는 버스번호를 확인한 뒤 탑승한다.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많은 이들의 일상이다.

하지만 시력이 없는 상태라면 어떨까. 원하는 음식을 먹는 것도, 입어야 할 옷의 색을 정하는 것도,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는 신호를 알게 되는 것도, 다가오는 버스의 번호를 읽는 것도 모두 불가능하다. 우리에겐 당연한 일상이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매 순간 도전의 연속이다. 비마이아이즈는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을 위해 개발됐다.

창업자인 덴마크인 한스 예르겐 비베르(Hans Jørgen Wiberg)는 본인도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으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안전한 가구를 제작하는 사업을 운영함과 동시에 시각장애인협회의 사무도 보고 있었다. 2010년 애플이 아이폰의 ‘페이스타임(영상통화기능)’을 내놓자 많은 시각장애인 동료들이 가족 및 친구에게 이 기능으로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 하지만 이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 비베르는 이를 위해 전문 자원봉사자그룹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비베르는 기술개발 경험이 전혀 없었다. 또 2010년에는 앱 개발 혹은 영상통화 기술 역시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그는 덴마크 스타트업 행사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게 되고 ‘세상을 바꾸는 이 프로젝트’에 많은 친구의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마침 덴마크의 비영리 기구에서 3억 원가량을 지원받았고, 이후 몰려든 개발자들과 함께 앱을 기획하게 됐다. 2012년 4월 창업한 후, 3년여에 걸친 개발 끝에 2015년 1월, 마침내 세상에 앱을 내놨다. 이름은 ‘비마이아이즈(be my eyes)’, ‘내 눈이 대신 되어달라’는 뜻이다.

방식은 간단하다. 앱을 내려받으면 시각장애인인지, 자원봉사자인지 선택한 뒤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선택한다. 이후 앱 사용방법에 관해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바로 도움이 필요한 시각장애인과 봉사자가 연결된다. 90% 이상의 시각장애인들이 30초 안에 바로 봉사자들과 연결되며 이들은 떨어뜨린 물건의 위치를 찾거나, 상품안내서에 있는 문구에 관한 설명을 부탁하는 등 일상의 소소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요청하는 다양한 상황. 넥타이 색을 골라 달라거나, 옷의 색을 알려 달라거나, 열차 시간표나 현재 있는 위치에 대한 설명,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설명 등을 봉사자들과의 실시간 연결을 통해 물어보고 답을 듣는다. 정안인(비시각장애인)에겐 일상이지만, 많은 시각장애인들에겐 이 작은 일상 역시 매우 높은 장벽이기 때문이다. 요청 사항의 90% 이상이 30초 이내에 연결된다.

    비마이아이즈 제공
시각장애인들이 요청하는 다양한 상황. 넥타이 색을 골라 달라거나, 옷의 색을 알려 달라거나, 열차 시간표나 현재 있는 위치에 대한 설명,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설명 등을 봉사자들과의 실시간 연결을 통해 물어보고 답을 듣는다. 정안인(비시각장애인)에겐 일상이지만, 많은 시각장애인들에겐 이 작은 일상 역시 매우 높은 장벽이기 때문이다. 요청 사항의 90% 이상이 30초 이내에 연결된다. 비마이아이즈 제공

비마이아이즈의 시각장애인 사용자들은 ‘누군가에게 부탁하지 않고, 또 누군가가 내 곁에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것’을 큰 장점으로 꼽는다. 2016년부터 이 앱의 봉사자로 활동을 시작한 필자 역시, 한국에 있는 시각장애인은 물론 해외에서 유학 중인 시각장애 한국인들에게 컴퓨터 에러 메시지와 세탁기 사용법, 통장에 입금된 금액 확인 등에 도움을 준 바 있다.

비마이아이즈의 노력에 세계적인 기업들도 ‘전문팀’을 가동했다. 특히 일반인들의 도움으로는 한계가 있는 컴퓨터 혹은 프로그램 등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비마이아이즈’ 내의 버튼을 통해 24시간 대기 중인 전문인력과 시각장애인들의 직접 연결을 활성화했다. 

 

비마이아이즈 앱 내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직원과의 연결 버튼. 일반인 봉사자로는 해결이 안 되는 전문적인 도움을 위해 해당 회사들은 전담팀을 배치했다.  비마이아이즈 제공
비마이아이즈 앱 내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직원과의 연결 버튼. 일반인 봉사자로는 해결이 안 되는 전문적인 도움을 위해 해당 회사들은 전담팀을 배치했다. 비마이아이즈 제공

현재 비마이아이즈를 이용 중인 시각장애인들은 전 세계에 약 20만 명으로 현재 150개 국가에서 185개 언어 사용자들이 24시간 이 서비스를 이용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등록된 봉사자 수만 350만 명에 이른다. 인터넷만 가능한 환경이라면 완벽하게 무료고 도움 요청에 대한 횟수 제한도 없다.

창업자 비베르의 꿈은 ‘비마이아이즈’ 앱이 더 많은 이들에게 일상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비마이아이즈 앱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률이 높은 국가에서 활성화돼 있다. 시각장애인 인구가 많은 아프리카 등지의 빈곤국 등은 여전히 이러한 기술의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미 비마이아이즈의 봉사자 수가 등록된 장애인 수보다 10배나 더 많은 만큼 더 많은 이들이 누군가의 눈을 쉽게 빌려 일상을 영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송지영 IT 스타트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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