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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남 종교와삶] 나이, 키

입력 2020. 02. 11   17:00
업데이트 2020. 02. 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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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남 공군본부 군종실장·대령·신부
나광남 공군본부 군종실장·대령·신부

어릴 적 키 작은 것도 서러운데, 때때로 키 큰 친구가 ‘난쟁이’, ‘땅콩’이라고 놀렸다. 키가 작은 것은 보통은 다리가 짧은 것이다. 당연히 보폭도 작아서 나보다 큰 친구들과 속도를 맞추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발이 빨라졌다. 그 덕에 초등학교 5학년 때는 반 대표로 계주를 뛰기도 했다. 성당에서 탁구를 할 때 친구들이 왼쪽 오른쪽으로 번갈아 주는 통에 화가 많이 났다. 결국 끈질기게 연습한 끝에 탁구 실력이 늘어 친구들을 이겼다.

키가 작은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많은 논리가 필요했다.

우선은 ‘2m 못 되는 것은 똑같아!’, ‘땅에서부터 재면 내가 작지만 하늘에서부터 재면 내가 더 크다!’ 그다음으로는 키 작은 사람 가운데 성공한 사람을 찾았는데 마침 같은 종씨 중에 한 분이 있었다. 아주 멀긴 한데 그분의 성은 ‘나’ 이름은 ‘폴레’. 이름하여 ‘나폴레’옹(翁:노인의 존칭)!

대학 3학년 때인 1988년,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았다. 당시 키 158㎝ 미만은 ‘방위병’으로, 그 이상이면 ‘현역’으로 입대했다. 당시 나는 키가 무려 159㎝라 현역병 판정을 받았다. 그해 육군백골부대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았다. 훈련 중 ‘목봉체조’를 하게 됐는데, 목봉체조는 무겁고 긴 통나무를 8~10명 정도가 양손으로 받쳐 들고 한쪽 어깨에 올려놓았다가 조교의 호각소리에 맞춰 팔을 뻗어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잠시 멈춘 후 호각이 울리면 반대쪽 어깨로 내리기를 반복하는 체조다.

그런데, 내 키는 작고 다른 친구들은 크다 보니 머리 위로 올렸을 때 까치발로 서서 목봉을 함께 들려고 해도 손가락 끝부분만 겨우 닿았다. 그때 키 큰 친구들에게 얼마나 미안했던지…. 내 인생에 키 큰 친구들에게 미안했던 것은 그때가 처음인 것 같다. 키 큰 친구들이 너무 고마웠다. 그때 이후로 키 큰 친구 모두를 좋아하게 됐다.

나는 여전히 키가 작다. 그러나 이제 신부가 되고 나이를 조금 먹어보니 키가 크거나 작거나, 그리고 뭔가가 많거나 적거나, 남보다 높거나 낮거나, 잘하거나 못하거나, 그런 게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님을 자주 깨닫는다. 함께 하면 되니까! 서로 나누면 되니까!

키는 작아도 마음만 크게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철이 덜 들었는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마음이 작아졌다 커졌다 변덕이 심하다.

우리 군종실에는 나를 도와 일하시는, 나보다 키와 몸이 훨씬 큰 목사님과 법사님이 계신다. 그분들이 계셔서 듬직하다. 그분들이 나의 부족함을 자주 채워주신다.

1999년 군에 다시 올 때 키가 160.5㎝였는데 2020년 2월 현재 나의 키는 아침에 재면 162㎝, 저녁에 재면 161㎝다. 군은 나의 키를 계속 키워주는 것 같다. 그런데 마음의 크기와 넓이, 그리고 깊이만큼은 내가 믿는 그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키워야 하는 것 같다.

함께 일하고 서로 도와주시길요! 그리고 종교가 달라도 때로는 종교가 없어도 마음으로 상대가 잘되도록 기도하여 주시기를….(기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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