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김진영 기고] 녹색 견장에 책임을 더한다는 것

입력 2020. 02. 06   15:21
업데이트 2020. 02. 0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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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 영 
육군75사단·중위
김 진 영 육군75사단·중위

손이 참 따뜻했다. 군 생활 2년간의 고단함이 그 손의 따뜻함에 사르르 녹아내렸다.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안심하고 아들을 응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신 고개와 어깨를 굽히시며, 몇 번이나 고맙다고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신다. 어쩌면 아들을 군에 보내고 노심초사 앓아왔을 그분의 아들 걱정이 그렇게 녹아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대개방행사에 부대를 찾아와 주신 그 어머님은 긴 파마머리를 하신 아담한 체구에 인자하신 스타일. 딱 우리 세대가 그려내는 전형적인 어머니의 모습이셨다. 나는 어머니의 그간 시름이 사그라드시라고 까슬하고 찬 손이나마 거절하지 않고 잡아 드렸다. 처음에는 분명 그분을 위한 것이었는데, 차가운 내 손이 그분의 온기로 따뜻해지는 만큼 내 가슴이 자꾸만 먹먹해졌다.

임관해 75사단에서 군 복무를 시작한 지 2년, 정보통신대대로 전입한 지 6개월, 본부중대장을 맡은 지 이제 겨우 한 달이다. 가슴 떨리는 녹색 견장을 단 지휘관이 되면서 나의 부하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좋은 리더가 되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더했다. 하지만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인지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그러다 그분의 따뜻한 손에서 진정 가슴 울리는 깨달음을 느꼈다. 리더십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임을. ‘이렇듯 따뜻한 손을 가지신 어머님께, 귀한 아들을 건강하게 다시 보내 드려야 해.’ ‘가슴으로 진정 부하들을 귀히 여기고 부모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지휘관이 돼야지.’ 녹색 견장이 달린 어깨에 ‘책임’이라는 중요한 가치가 더해졌다.

“너희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중대장이 되겠다. 또한, 너희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중대장은 최선을 다하겠다.” 2019년을 마무리하고 2020년을 시작하는 중대장의 포부다. 아직 새내기 중대장이지만, 75사단 정보통신대대 본부중대원 모두 잘 알아둬라. 앞으로 군 생활의 모든 보람을 내 두 손에 담아 너희와 나눌 것이다. 언제든 힘들면 내 손을 잡고, 방향을 잃어도 내 손을 잡고, 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내 손을 잡아라. 너희 모두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건강하게 돌아가는 그 날까지 따뜻하게 내가 손을 잡아주겠다. 그날 그분의 따스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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