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우명소 시즌2

[우명소 시즌2] (26) 공군8전비 기지방호전대  김완호 병장

입력 2020. 02. 04   17:26
업데이트 2023. 08. 0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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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전문가’ 꿈에 한발짝 더…  습관은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 부대 명품 전우를 소개합니다 - 시즌2

(26) 공군8전비 기지방호전대  김완호 병장

 

“맨땅에 헤딩” 

생계 위해 꿈 포기하고 소방업 시작
군 경력 인정되는 공군 소방병 선택 

 
“세상을 다 가진 기분”
일과 후 하루 2~3시간 꾸준히 공부
소방설비기사 자격 1년 만에 취득 

 
“10보 앞을 내다보는 비전을”
22개월 군 생활은 그리 길지 않아
사회 돌아가 도약할 수 있는 준비를 

 

공군8전비 기지방호전대 공병대대 소방구조중대 김완호 병장이 소방방화복을 착용하고 소방 임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군8전비 기지방호전대 공병대대 소방구조중대 김완호 병장이 소방방화복을 착용하고 소방 임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워커홀릭이었다. 일만 알았지 스무 살 초반 청춘을 모르고 보냈다. 늦은 나이 군에 들어와 소중한 걸 얻었다. 꿈을 위해 한발 더 나아갔고, 소중한 자산인 ‘전우’도 얻었다. 공군8전투비행단 기지방호전대 공병대대 소방구조중대 소방운영반 김완호(27) 병장은 부대에서 ‘소방 전문가’로 통한다. 입대 전 8년간 소방시공업을 하며 경력을 쌓았다. 현재 부대에서 특정 소방대상물 내 설치된 소방설비를 점검하고 인위적으로 작동해 정상 여부를 확인하는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작게는 소화기부터 크게는 옥내 소화전 설비 및 스프링클러 설비를 보수하고 정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음대 지망생에서 일터로…8년간 소방시공업 경력 쌓아


김 병장이 군 입대까지 미루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 데는 남모를 아픈 상처가 있다. 열 살 때 떠나보낸 아버지의 부재였다. 법원에 파산신청을 할 정도로 가세는 기울어졌다. 사업 실패를 술로 달래다 뇌출혈로 돌아가신 아버지는 마음속 원망의 대상이었다.

세월이 흘러 성장한 김 병장은 재즈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어 음대를 지망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배고픈 직업은 금세 자신을 단념시켰다. 대학도 포기하고 바로 일터로 향했다. 그리고 오로지 성공만 바라보게 됐다. 그러던 중 소방 관련 일을 하던 지인이 방황하던 자신에게 같이 일할 것을 권했다. 무엇이든 시작하고 싶었던 김 병장은 2012년 7월부터 소방 관련 대행업무를 시작했다.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경보설비를 비롯해 소화·피난·소화소방 설비를 하는 일이었다.

“맨땅에 헤딩한 거죠. 연습실에서 기타만 치다 엉뚱한 소방 일을 하니 지식도, 경험도 없어 밑바닥부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더는 입대를 미룰 수 없어 지난 2018년 9월 17일 공군에 입대했다. 사회생활하면서 월급을 받던 그로서는 군 입대 선택이 쉽지는 않았다. “공군에 소방병이 있고, 소방기술인협회에서 군 경력을 인정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공군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월급으로 생계를 이어가다가 그러질 못하니 일을 안 하면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 하루 단위로 계산하게 되더라고요.”


병장이 되기 전 자격증 취득 목표


군 생활 중 가장 잘한 건 산업기사 자격증보다 훨씬 어려운 소방설비기사 자격을 1년 만에 취득한 일이다. 김 병장은 일과 후 연등 시간을 이용해 하루 평균 2~3시간을 꾸준히 공부했다. 기출문제를 꼼꼼히 풀었고, 먼저 자격증을 딴 지인들에게 모르는 건 물어 가며 공부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어요. 전역 후 창업을 계획하고 기사 자격증이 필요해 취득했습니다. 병장이 되기 전 무조건 기사 자격증 따는 걸 목표로 정했거든요. 기사는 전기와 기계 분야 두 가지가 있는데 사실 전기 기사는 한 번에 취득했지만, 기계 기사는 네 번 만에 붙었습니다.”

가장 기쁜 소식을 알리고 싶은 사람은 어머니였다. 하지만 연락하지 않았다고.

“단순히 기사 자격증 합격 사실을 어머니에게 알리고 싶진 않더라고요. 더 성공한 모습을 한 번에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에 참고 있습니다.”


까칠하고 예민한 자신, 군 생활로 대인관계 원만해져

입대 전 자신은 너무나 예민하고 까칠한 사람이었다. 사람들과 만날 시간도 갖지 않고 여유도 부리지 않으며 오로지 일에만 몰두했다. 주변을 둘러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오히려 차가운 눈빛과 날 선 말투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털어놨다. 그런 면에서 군 생활을 통해 얻게 된 전우들은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가 됐다.

“초반엔 동기나 선임들과 마찰이 정말 심했습니다. 저 자신만의 잣대로 남을 평가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스스로 틀린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군 생활하면서 대인관계가 원만해진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전역 후에는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를 갖고 싶네요.”

김 병장은 오는 7월 말 전역을 앞두고 있다. 한 달쯤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간절함이 있지만, 전역 다음 날 일정을 이미 잡을 만큼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여전히 군대에 끌려왔다고 생각하는 병사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긴 인생 가운데 22개월 군 생활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라고 봅니다. 10보 앞을 내다보는 비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 기간 동안 다시 사회로 돌아가 도약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대단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하루에 1시간 운동하기 등 간단한 것만 많이 해두면 이 습관들은 결코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조아미 기자 /사진=부대 제공


* 나만의 군 생활 성공 팁3
 - 무엇을 하든 내가 손해 본다는 생각은 자제하자. 
 - 군 생활 동안 진로를 미리 정하며 준비하라. 
 - 실패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 


김완호 병장이 ‘나만의 군 생활 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김완호 병장이 ‘나만의 군 생활 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군인의 품격이란? “군복은 곧 이름표”

김완호 병장이 외출이나 휴가 나갈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군복’이다.

“군복은 어딜 가도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늘 단정하고 깨끗하게 차려입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름이나 계급, 부대 마크를 통해 자신의 신분이 금세 드러나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에요.”

본가가 경기 의정부인 김 병장은 한번은 휴가를 나와 집에 가는 길에 폐지를 담은 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는 할머니를 만난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는 “사실 별것 아니지만, 사복을 입었다면 지나칠 법도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군복을 입었기에 주저하지 않고 뒤에서 수레를 밀어드렸다. 군인이라는 이름표가 군복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고민조차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안타까운 장면으로 “터미널이나 의정부역 근처에서 많은 병사를 만나볼 수 있다”며 “삼삼오오 모인 병사들이 골목에 모여 흐트러진 자세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군인의 품격을 떨어트리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조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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