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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리포트] 요르단, 중동 내 강군…영화 속 배경처럼 정보공유도 활발

입력 2020. 01. 31   17:17
업데이트 2021. 08. 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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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영화 속 요르단 이야기


요르단 수도에 위치한 야외 로마극장 관객석 뒤편에 설치돼 있는 요르단 국왕 부자 초상화. 왼쪽부터 부왕 후세인 빈 탈랄, 현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 알 후세인 왕세자. 사진=필자 제공
요르단 수도에 위치한 야외 로마극장 관객석 뒤편에 설치돼 있는 요르단 국왕 부자 초상화. 왼쪽부터 부왕 후세인 빈 탈랄, 현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 알 후세인 왕세자. 사진=필자 제공


‘요르단’ 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필자는 단연 현재 국왕인 ‘압둘라 2세’가 떠오른다. 이라크-시리아 지역에서 IS가 발호해 한창 맹위를 떨치던 2015년, 공습 임무 중 전투기 추락으로 IS의 포로가 됐던 요르단 공군 F-16 전투기 조종사 알카사스베 중위가 결국 화형당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에 헬기 조종사 출신이며 특수전 사령관을 지낸 압둘라 2세는 전투복을 갖춘 채 보복을 천명하고 적대세력 근거지를 맹폭하기도 했다.


국가나 군사적으로 오픈된 태도 취하는 요르단의 전략

요르단은 아랍어를 사용하고 이슬람교가 국교인 아랍 국가로 베두인계, 팔레스타인계 아랍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국토와 비슷한 면적의 국가다.

요르단 국왕은 군의 통수권자로서 직접 군을 지휘하며, 요르단군은 여러 차례의 중동전쟁 속에서 상대인 이스라엘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정도로 중동 내에서 강군으로 분류돼 왔다. 요르단의 군사전략은 서방-이슬람권 대립 해소를 위한 중동 평화협상의 핵심 중재자로서의 지속적인 역할을 유지하고, 대외관계를 중시해 제반 정보나 군사적 환경을 개방 공유하며, 역내 주요 이슈에 대한 아랍권의 분위기를 미국 등 서방세계에 전달하고 그들의 지원을 확보하는 데 주안을 두고 있다.

IS 사태와 관련해서는 국경지역 분쟁 예방과 불법적인 난민 유입 방지, 극단주의자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력 증강도 추진해 왔다. 필자는 2015년부터 이라크 주재 무관을 하면서 요르단 무관직을 겸임했는데, 어떤 정보를 요구하면 요르단 측의 피드백이 훨씬 많았고 우호적이었다. 2016년에는 우리나라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체결했다. 영화 ‘바디 오브 라이즈’에서 특수 임무에 투입된 대테러요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요르단 정보기관의 책임자와 접촉하는 장면은 이런 분위기를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영화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에서 해리슨 포드가 나바테아 왕국의 고대 도시 ‘페트라’로 가는 1㎞가량의 좁은 통로 ‘시크’를 말을 타고 달리다가 거대하고 경이로운 알카즈네 신전을 마주하는 명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또한, 화성을 탐사하던 중 모래폭풍을 만나 팀원들은 떠나가고 극적으로 생존한 맷 데이먼이 남은 식량과 재치로 화성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동시에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려 노력하는 영화 ‘마션’의 화성 배경 촬영지가 요르단에 있다. ‘와디럼’이라 불리는 이 붉은 사막은 그 풍광이 너무도 아름답다. 이렇듯 요르단은 중동에 있는 국가이지만 와디럼을 포함해 사해(Dead Sea), 다나 자연보호구역, 모세의 기적으로 알려진 홍해를 접하고 있는 아카바 항구 등 자연경관이 수려하다. 모슬렘, 크리스천의 종교적 유적 또한 적지 않아 순례객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름이 나지 않는다. 즉, 우리가 ‘중동=오일’로 떠올리는 다른 중동 국가들처럼 부유한 나라가 아니라는 말이다.


2016년 한·요르단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식 모습. 사진=필자 제공
2016년 한·요르단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식 모습. 사진=필자 제공


한·요르단 국방 분야 교류 협력

지난 2009년 양국 간에 국방협력협정서가 체결된 이래 요르단의 군사정보부장, 우리나라의 국방정보본부장, 국방부·합참 전력분야 처·부장, 특수전교육단장 등 군 주요인사의 교류가 있었다. 요르단 국왕의 요청과 이라크에 파병됐던 자이툰부대에 대한 정보 지원의 필요성으로 2004년에는 요르단 주재 무관부가 개설됐다.

하지만 자이툰부대 철수, 무관부 감축 및 조정의 하나로 요르단 주재 무관부가 2010년 폐쇄되면서 이라크 주재 무관이 겸임해왔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보 능력, 공유 전략 등으로 우리에게 유익한 첩보 획득이 용이한 요르단에 대한 비상주 겸임 무관의 수집 여건 제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자는 요르단 군사정보부에 우리의 연락장교 파견을 신중히 검토하던 차에 다행히 2018년부터 요르단 주재 무관부가 재개설됐다.

이외에도 요르단은 1년에서 3년 주기로 우리 국방대학교 안보과정 수탁교육에 고급 영관장교를 지속적으로 파견하고 있다. 또한 양국 간 정보교류회의를 위한 교차방문, 방위산업 전시회에 대표단 파견 등 국방 분야에서 긴밀한 교류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요르단은 경제적인 여건상 전차·전투기 등 고가의 장비에 대한 직접적인 구매가 제한돼 현재 요르단과 추진 중인 우리 측의 방산 관련 사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소규모로 탄약, 통신장비 등을 수출했으나 2014년 이후는 실적이 없는데, 우리 방산기업들도 요르단의 재정 상태를 잘 알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영국 등 서방 선진국들이 지원한 주요 무기체계를 주로 보유하고 있으나 노후화된 장비도 많은 실정이다. 이런 사정으로 최고위직인 요르단 합참의장도 우리나라 대표단을 접견할 때, 특정 무기를 무상 또는 염가로 제공해 줄 것을 서슴없이 제안하기도 한다.

이는 요르단이 중동 지역의 강군이기 때문에 주변국들이 요르단군의 특정 무기 운용 또는 증강 모습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자신들의 논리에서 비롯된다. 또한, 비교적 앞선 방산분야 능력을 바탕으로 공동개발, 공동생산 방식 추구를 선호해 우리의 국방과학연구소와 유사한 KADDB(King Abdullah Design & Development Bureau)를 1984년에 설립해 운영 중이다. 또 SOFEX(Special Operations Forces Exhibition)라는 국제 방산전시회를 격년제로 개최하면서 역내 방위산업 역량 강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에 우리 합참이나 특전사의 전력, 특수전 교리 관련 담당자들의 참가와 협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무관노트]

정보교류 등 협력관계 늘려 親韓 국가 노력 기울여야

최근 우리나라와 요르단과의 23세 이하 아시아 축구 챔피언십 8강 경기가 있었다. 요르단이 비록 경기에는 패했지만, 축구 경기에 열광하는 국민들이 많고 우리의 K팝을 아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민간 분야와 더불어 군사적인 분야도 최근까지 지속 체결된 정보교류협력 MOU,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등을 근거로 적극적이고 원활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협조 관계를 계속하고, 더욱 폭넓은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으로 중동지역에서 요르단을 확고한 친한(親韓) 국가로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글쓴이


장귀성

前 주이라크 국방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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