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칼바람 맞으며 ‘매의 눈’ 경계 전우와 함께라서 이겨낸다

임채무

입력 2020. 01. 28   17:04
업데이트 2020. 01. 2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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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21사단 가칠봉 관측소(OP) 현장을 가다


“철책 하단은 한번 더 꼼꼼하게 확인”
영하 28℃ 강추위에도 완벽한 경계작전
체감온도 고려한 A~D형 복장으로 최적화
‘끈끈한 전우애’… 힘든 임무 극복하며 최선


육군21사단 천봉대대 가칠봉중대 장병들이 매의 눈으로 꼼꼼하게 철책 점검을 하고 있다. 장병들은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혹한과 폭설 속에서 끈끈한 전우애를 바탕으로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완전경계작전을 펼치고 있다.
육군21사단 천봉대대 가칠봉중대 장병들이 매의 눈으로 꼼꼼하게 철책 점검을 하고 있다. 장병들은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혹한과 폭설 속에서 끈끈한 전우애를 바탕으로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완전경계작전을 펼치고 있다.

무려 해발 1242m다. 우리나라 전(全) 일반전초(GOP) 축선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중대급 관측소(OP). 바로 가칠봉 OP다. 현장에서 느낀 추위는 매서웠다. 사방이 온통 눈에 뒤덮인 가칠봉 OP는 체감온도 영하 28℃에 바람까지 몰아쳐 그야말로 ‘북극’을 연상하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맹추위도 육군21사단 천봉대대 가칠봉중대 장병들에게는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장병들은 오직 임무만을 생각하며 혹한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눈 덮인 가칠봉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완전경계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국방일보가 소개한다.

글·사진=임채무 기자


동계 GOP 경계작전 ‘이상 무’

지난달 말 가칠봉중대 장병들을 만나기까지는 제법 긴 시간이 필요했다. 서울에서 강원도 양구까지 2시간30여 분, 그리고 거기서 다시 1시간여 넘게 가파른 전술도로를 쉼 없이 달려야만 했다. 이렇게 도착한 OP는 푸른 하늘 아래 눈이 시리도록 새하얀 설경을 선사하며 장관을 연출했다. 막힘이 없어 사방에서 칼바람이 불어오고, 눈으로 뒤덮여 있는 OP의 모습은 동화 속 순백의 성채를 떠오르게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금강산과 설악산이 한눈에 보일 만큼 탁 트인 시야가 시원스럽게 느껴졌다.

감탄도 잠시, 완전무장한 상태로 철책 점검에 나서는 장병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장병들은 일렬로 서서 철책을 샅샅이 확인하며 긴 계단을 오르내렸다. 특이한 것은 이들의 시선. 장병들의 시선은 철책의 상·중·하단으로 각기 다르게 분산돼 있었다. 특히 하단을 유심히 살피는 눈치였다. 류홍아(대위) 가칠봉중대장은 “최근 내린 눈으로 철책 하단에 유실이 생겼거나 잔설로 결빙이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하단을 조금 더 살피는 것”이라며 “눈이 내리는 즉시 제설작전을 펼치지만 잔설이 온도 변화에 따라 얼고 녹으면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철책 점검 때 한 번 더 꼼꼼하게 확인한다”고 했다.


올해 제설작전만 벌써 열여섯 번

가칠봉에서 ‘추위가 없는 겨울’이라는 세간의 불평(?)은 배부른 투정이었다. 류 중대장은 “올해 ‘따뜻한 겨울이다’, ‘눈 없는 겨울이다’라는 말이 많은데, 우리 부대는 영하 28도를 넘나드는 체감온도 속에서 제설작전만 벌써 열여섯 번을 했다”며 “살을 에는 강추위, 흩날리는 눈발과 싸우며 완벽한 경계작전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낮은 기온과 잦은 눈 때문에 부대의 동계 경계작전의 중점은 자연스럽게 제설과 방한에 맞춰져 있었다. 경계작전 복장은 체감온도를 고려, A~D형까지 최적화된 복장 형태를 적용하고 있다. 유사시 즉각 가동돼야 하는 공용화기와 감시장비에는 단열재를 둘러싸 동계 장비 가동률을 높였다.

초소 내부에도 단열 공사와 함께 히터·라디에이터를 설치하고, 각 초소 계단과 난간에는 미끄럼을 방지하는 새끼줄을 감아 비전투적 손실 예방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폭설 대비도 꼼꼼했다. 전술도로 곳곳에는 제설용 염화칼슘이 구비됐고, 제설도구 등도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된 상태였다. 통조림·생수 등 비상식량 비축과 장병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보온대·유류 등 월동물자도 완비돼 있었다.


“나눠 먹는 과자와 커피 한 잔이 큰 힘”

힘든 환경이었지만 장병들은 자부심에 넘쳤다. 누군가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GOP에 온 장병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려울수록 칭찬하고, 배려하며 서로 존중하는 것이 원동력이 돼 힘든 임무와 환경을 극복하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독서, 자기계발, 종교활동에 참가하자는 ‘인성 함양 마일리지 제도’를 비롯해 용사들과의 소통 활성화를 위해 운용하고 있는 ‘오픈 채팅방’ 등이 바로 그것. 특히 대대장을 비롯한 부대 간부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부하들과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병사들은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대대장님을 비롯한 간부님들과 나눠 먹는 초코 과자와 믹스 커피 한 잔이 큰 힘이 된다”며 “전역을 해도 눈이 올 때면 그 맛이 생각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박정훈(중령) 천봉대대장은 “우리 부대원들은 살을 파고드는 혹한과 칼바람 속에서도 끈끈한 전우애를 바탕으로 완벽한 GOP경계작전과 제설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며 “혼자라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전우들과 함께하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채무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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