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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병영칼럼] 펭수 생각

입력 2020. 01. 14   16:20
업데이트 2020. 01. 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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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전쟁기념관 외국어해설팀장
이경은 전쟁기념관 외국어해설팀장


바야흐로 유튜브 전성시대다. 그중에서도 요즘 가장 ‘핫’한 주인공은 펭수일 것이다. 펭수는 여러 기관에서 ‘2019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고, 연말 방송사의 각종 시상식과 예능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급기야 보신각 타종 행사에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펭수는 펭귄을 모티브로 EBS에서 내놓은 어린이용 캐릭터다. 매체 특성상 다소 ‘고리타분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10살이라는 설정에 어울리지 않는 210㎝의 거대한 모습과 걸걸한 목소리로 첫 등장부터 뜻밖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소품실에서 먹고 자는 연습생 신분임에도 피디를 ‘매니저’로 당당히 부려먹는가 하면, 사장의 이름을 존칭 없이 부르며,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언어와 태도로 20·30세대는 물론 40·50세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을 달성한 지 불과 한 달 만인 현재 175만 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금도 날마다 구독자가 2만~3만 명씩 늘고 있다. 오프라인 팬 미팅이 열리는가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겠다’며 빨리 굿즈(MD상품)를 내놓으라던 팬들의 성화에 출시한 펭수 다이어리, 달력, 티셔츠 등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이쯤 되니 수많은 기업이 펭수를 광고 모델로 잡기 위해 섭외 전쟁에 나선 것은 당연한 순서이겠다.

그럼,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 특히 어른들이 펭수에 빠져들게 된 것일까?

처음에 펭수는 즉흥적인 상황에서 보여주는 센스 있는 말과 태도, 뜻밖의 노래와 춤 실력, 윗사람에게 일견 버릇없어 보이는 탈권위의 모습으로 즐거움과 통쾌함을 주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가령 펭수는 “힘든 사람한테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저는 힘내라는 말보다는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라든가, 좌절하는 백수 친구에게 “백수가 아니라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툭툭 내뱉곤 하는데, 나한테 하는 말 같아서 눈물을 흘렸다는 후기들이 쏟아진다.

펭수 영상을 보며 지치고 힘든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소감도 넘쳐나는데, 이런 글에는 또 다른 사연이 덧붙으며 댓글 안에서 눈물과 위로의 장이 펼쳐지기도 한다. 특히 펭수가 어린이와 팬들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을 귀하게 대하고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를 여실히 느끼게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회가 기대하는 어른 노릇 하느라 지쳐버린 20·30대부터 나이와 함께 잃어버린 줄 알았던 동심을 재발견하며 동년배의 감수성을 즐기는 40·50대까지, 어린아이다운 천진한 말투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진심을 말하는 펭수의 모습에서 모두 큰 위로를 받는 것이 펭수 열풍의 이유가 아닐까.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정작 현실에서는 위로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리라.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독자 여러분도 온라인에서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전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펭수가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눈치채셨는가? 그렇다. 필자도 펭수의 ‘찐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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