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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배치 美 전력 우위…이란, 확전 시 감당 어려워

입력 2020. 01. 12   15:10
업데이트 2020. 01. 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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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부담으로 일단 한발 물러선 미-이란
美, 경제활력 감퇴 우려·동맹국 자제 촉구에 전쟁 대신 경제 제재
‘재래식 전력’ 이란도 현실적 계산…미사일 반격 후 대응 자제 입장
“트럼프, 전략적 구도 부재” 철수·개입 오락가락 중동 정책 도마에


미국의 한 상업위성이 공개한 이란 미사일 공격 이후의 이라크 내 아인 알아사드 미 공군기지의 모습. 미사일이 한 건물을 완전히 파괴했지만, 중요도에서 낮은 건물로 추측돼 이란의 미사일 정확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한 상업위성이 공개한 이란 미사일 공격 이후의 이라크 내 아인 알아사드 미 공군기지의 모습. 미사일이 한 건물을 완전히 파괴했지만, 중요도에서 낮은 건물로 추측돼 이란의 미사일 정확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연속적인 무력충돌 위기에서 일단 벗어나게 된 것은 전면전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중동정책이 일관성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 주말 이란의 철강산업과 건설, 제조업, 섬유, 광산업 등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무력 보복보다는 살인적인 경제 제재를 시행한 것이다. 최근 미국이 무인공격기를 이용해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폭살하자, 이란은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강 대 강’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형국이어서 전면전의 위기가 높아졌지만, 경제 제재는 전면전을 피하려는 의도의 표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란 측에서도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미사일 공격 감행 후 트위터를 통해 “솔레이마니 살해에 대한 이란의 대응은 끝났다”며 “우리는 긴장 고조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 물고 물리는 무력 보복에서 벗어날 의향을 나타낸 바 있다.

미-이란 관계에서 이처럼 방향전환이 이뤄진 배경은 무엇일까. 당연한 내용이지만, 전면전에 따르는 큰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양측의 계산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만만찮은 재래식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걸프전과 이라크전에서 실증됐듯이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정보탐지 수단과 장거리 정밀공격에서 기술적 격차로 인해 이란은 걸프전 당시와 비슷하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올해 대통령선거 국면에 접어든 미국도 전면전이 벌어지면, 방산 분야의 특수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미국의 경제활력 감퇴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현실적인 고려사항은 그동안 중동 지역에서 분쟁이 이어지면서 미국이 병력 배치를 완료한 상태라는 것이다. 미 군사전문 인터넷 매체인 밀리터리(www.Military.com)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2019년 초 이라크 5000명, 시리아 2000명 등 중동 지역에 6만여 명의 병력을 배치한 상태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미군기지로는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 기지, 5함대의 바레인 전진 기지가 있다. 여기에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과 항모 전투단이 중동 지역에서 대기하고 있다. 또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이 드론 공격을 받은 이후 약 1만4000명의 패트리어트 포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추가 배치됐다. 최근에는 제82공수사단 제1여단 전투단 3500여 명을 쿠웨이트에 배치했으며, B-52 스트라토포트리스 전략폭격기 6대를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에 배치해 언제든지 이란 지역으로 출격할 수 있도록 했다. 수륙양용 공격함 바타안에 승선한 제26해병부대 해병 2200여 명이 이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은 섣부른 행동을 할 경우 곧바로 군사적 대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란의 재래식 전력은 지상군·해군·공군·방공군으로 구성된 42만 명과 이슬람 혁명수비군 19만 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렇지만 이란의 비대칭 전력은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을 공격한 무인항공기(UAV)를 들 수 있다. 이란은 포획된 서방 무인정찰기를 역설계해 일부에서는 위협적인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샤헤드 129호와 모하제르 6호 등은 소형 유도탄으로 정밀 공대지 공격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이란 무인기 공격은 파괴력에서 그 범위가 넓지 못하다. 또 이란이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이라크에 있는 미군기지 공격에서 보듯 그 정확도와 파괴력에서 전세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이런 까닭에 이란이 솔레이마니의 폭사에도 확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미국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란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한때 나타냈지만, 동맹국들의 반응이 적극적이지 않았다. 중동 지역의 친미 국가들은 대부분 이번 사태가 확대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심지어 평소 이란에 대해 “뱀의 머리를 자르라”고 부르짖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조차 이번 사건에 휘말리는 것을 꺼릴 정도였다. 이들 국가는 이란 정권에 적대적이었지만, 막상 전면전 위기가 불거지자 미국과 이란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으로 중동을 선택해 사우디아라비아와 1100억 달러(약 12조 원) 규모의 무기 매각에 합의했으며, 이스라엘에서는 예루살렘 유대교 성지 ‘통곡의 벽’을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방문했다. 미국의 중동 문제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등으로 넘기고, 미군은 철수하려 한다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그렇지만 트럼프 정부는 2018년 5월 이란과의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이탈하고 2019년 5월부터 이란 석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발동했다. 이것은 미국이 중동 문제에 다시 개입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정책이 전략적 구도의 부재라는 의문을 사고 있다. 

김성걸

정치학 박사 

(사)국방안보포럼 정책위원장


■ 미니 해설

   트럼프 행정부 들어선 후 이란 경제 ‘마이너스’


이란 경제는 미국의 제재 강도에 따라 희비가 결정된다.

이란의 경제성장률은 2007년 이후 하향 국면으로 접어든다. 이 시기의 서방국가들은 이란이 핵 개발을 하고 있을 것으로 의심하게 된다. 그리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란에 대해 경제 제재를 시행하기 시작한다.

이란의 경제성장률은 2015년 서방국가와 포괄적 핵 합의에 도달하면서 다시 활력을 찾게 된다. 포괄적 핵 합의는 2015년에 이뤄졌지만, 국제사회의 제재가 완화되는 2016년의 경제성장률은 13.4%를 기록한다.

그러나 이란의 경제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침체기로 접어든다. 국제통화기금은 2018년 경제성장률이 -3.9%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이란의 주요 소득원인 석유에 금수조치를 내리고, 주요 산업재와 원료 교역을 금지해 이란 통화 리알화(IRR) 환율과 물가상승률이 큰 폭으로 뛰었다.

이란은 석유 매장량 세계 제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제1위의 막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농업·제조업 등 다른 산업도 발전 기반을 구축하고 있어서 중동 지역에서는 선진 국가로 발돋움할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국가다. 이란이 안보상 이유로 핵 개발을 하고 있다지만, 경제적 기회를 놓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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