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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불협화음·中 새로운 위협…위기의 NATO

기사입력 2019. 12. 27   15:45 최종수정 2019. 12. 27   16:07

<93> NATO 창설 70주년 정상회의의 평가와 전망

美, “GDP 2% 이상 내라” 회원국 압박
방위비 지출 문제를 무역보복과 연계
터키의 친러 행보도 동맹국 골칫거리
美·中 무역전쟁 속 균형 잡힌 대응 숙제

영국 왓퍼드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 모습.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하트퍼드셔주 왓퍼드에서 NATO 정상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부터 시작된 냉전의 여파로 서유럽 국가들은 소련과 동유럽 공산국가들의 위협에 직면했다. 소련과 그 위성국들의 침공을 막기 위해 1949년 자유진영 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출범했다. 12개국으로 시작된 NATO는 29개국으로 늘어났고, 올해 창설 70주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12월 3~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70차 NATO 정상회의는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대서양 동맹’의 유대감과 공고함을 과시하기는커녕 처음부터 끝까지 곳곳에서 파열음을 냈다. 이런 불상사가 벌어진 이유는 방위비분담금 문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NATO 뇌사’ 발언과 터키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국-NATO 간 불협화음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도전’이 NATO 공동선언에 명기됐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비 증액 압박

미국이 NATO 회원국들에 제기하는 방위비분담금 문제의 골자는 “미국의 부담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NATO의 경우 방위비분담금 문제는 미국이 동맹국들의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NATO 조약 5조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동맹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공동방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집단안보라는 대의명분과 달리 이를 뒷받침하는 국방비 지출은 구조적 문제점을 갖고 있다. 현재 미국 국방비는 NATO의 전체 국방비 중에서 70% 이상을 차지한다. NATO 국방비 중 주요 회원국들이 지출하는 비중은 영국 6.6%, 프랑스 4.8%, 독일 4.4% 등에 불과하다. 회원국 가운데 NATO 전체 국방비의 1%도 쓰지 않는 국가는 노르웨이·벨기에 등 17개국에 이른다. 이처럼 극심한 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은 2024년까지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 지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이번 NATO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 기준도 너무 낮으니 4%가 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미국의 성화로 회원국들의 GDP 대비 평균 지출비율은 2016년 1.46%에서 2018년에는 1.53%로 늘어났다. GDP 2% 기준을 충족시킨 국가도 2016년의 5개국이 2019년에는 9개국으로 증가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는 자신이 “이미 1300억 달러를 늘렸고, 조만간(2024년까지) 4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트럼프는 GDP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한 8개국만 따로 오찬에 초청(12월 4일)하고 “오늘 점심은 내가 산다”며 생색을 냈다. 반면, 2% 기준에 미달한 국가들에는 무역조치(관세보복 등)로 ‘페널티’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맹국들의 방위비 지출 문제를 무역보복과 연계한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가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NATO 뇌사’ 발언과 ‘터키’ 문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이 사전 통보도 없이 시리아 동북부에 주둔하던 미군을 철수시키는 등의 “배신행위”로 NATO가 “뇌사 상태(brain death)”에 빠졌다며 동맹국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리아 철군을 강행한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난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과격한 언사”라고 꼬집고 트럼프 대통령도 “못된(nasty) 발언”이라고 반박했지만, 마크롱은 물러서지 않았다. NATO 회원국인 터키는 계속되는 친(親)러시아 행보로 동맹국들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의 세속주의(케말리즘)를 이슬람주의로 되돌리며 철권독재를 휘두르고 있다. 그는 시리아에서 준동하던 이슬람국가(IS)의 토벌작전에 앞장섰던 쿠르드민병대(YPG)를 테러집단으로 간주한다. YPG가 쿠르드 분리독립의 전위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NATO가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YPG에 집단안보 조항(5조)을 적용해 공격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이런 이유로 터키는 미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제 방공체계인 S-400 미사일 도입을 강행했다. 러시아를 안보위협으로 상정하는 NATO 입장에서 동맹국 터키와 적대국 러시아의 밀월관계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NATO, <런던 선언문>에서 ‘중국의 도전’을 최초로 공식 인정

NATO는 정상회의 말미에 채택한 <런던 선언문>을 통해 “중국의 증가하는 영향력을 기회이자 도전”으로 규정하고, 동맹국들의 공동대응을 촉구했다. 선언문은 또 중국의 국영기업으로 의심되는 ‘화웨이’를 겨냥해 “5G를 포함해 동맹국들의 통신안보 보장과 안전하고 탄력적인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가 중국의 스파이 행위에 악용될 수 있다며 서방국들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중이다. NATO를 매개로 반중(反中) 전선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달리 5G 등을 비롯해 중국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유럽 동맹국들은 미국의 주문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와 독일은 화웨이가 제조한 5G 장비의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올해 3월 이탈리아는 G7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과 관련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중국이 미국과 서방국들로부터 불공정 무역관행과 지식재산권 도둑질로 지탄받는 상황에서 맺어진 것이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NATO는 ‘새로운 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도전에 대한 균형 잡힌 공동대응에 초점을 둔다는 입장이지만, 소련(러시아)을 겨냥한 동맹체제에 중국이라는 ‘새로운 위협’의 추가는 NATO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과제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무관노트/ 美 방위비 요구·유럽군 창설·중국과 관계…한국에도 큰 시사점


지난 12월 초, NATO 정상회의는 몇 가지 중요한 과제를 남겼다. 먼저 방위비분담금 문제다. 트럼프는 NATO 정상회의 직전, 동맹국들이 “우리의 보호를 받으면서도 돈을 내지 않는다”고 일갈하며 “미국인들을 위해 싸우러 간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모든 회원국이 ‘GDP 2%’ 기준을 지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며, 그럴수록 미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둘째, 독자적인 ‘유럽군’ 창설 문제다. 지난해 11월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남(미국)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진정한 유럽 군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이 ‘NATO 무용론’ ‘NATO 무임승차론’ 등으로 공격하자,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하는 독자적인 군대에 대한 요구가 본격화된 것이다. 유럽군 창설은 유럽의 독자적 방어능력을 가져다주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NATO와의 관계 설정, 무엇보다 미국의 극심한 반대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끝으로 중국 문제다. 5G 문제에서 이견이 나타나듯, NATO가 중국에 맞서 단일 대오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일방주의가 강화될수록, 다자주의를 외치는 중국이 미국-NATO의 이간질에 더욱 유리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방위비분담금 문제, 독자적 안보역량의 확보,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NATO의 상황은 우리에게도 여러 귀중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송 승 종 前 제네바대표부 군축담당관 現 대전대학교 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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